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원격의료

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원격의료   메르스는 한 풀 꺾였다. 그러나 그 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하고 싶은 얘기는 너무나도 많지만, 그 중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전파를 막기 위해 부분폐쇄된 상황에서 기존의 외래 환자들의 처방전 발급을 위해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하겠다고 했던 얘기가 있었다. 의사 및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원격의료를 ‘제대로’ 시행하지는 못했지만 결국 처방전은 원격으로 발급되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수많은 메르스 감염 사례를 기록하면서 병원 이미지도 타격을 입은 마당에 왜 무리하면서까지 원격의료 시행을 요청했을까. 이는 원격의료가 삼성에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은 2003년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유헬스 (u-Health)를 시작했고 이는 노무현 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동력 종합추진계획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받아 왔다. 삼성은 그동안 꾸준히 원격의료를 위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한 예로, 삼성종합기술원은 2007년에 이미 랩온어디스크 (Lab-on-a-disc)라는 초소형 혈액검사기를 개발했다. 개별 가정에 보급해서 환자들이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혈액검사를 해서 결과를 병원에 전송시킬 수 있는 기기이다. 집집마다 이 기계를 설치할 수 있게 한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득일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1년에는 카드형 혈압계(혈압 및 심전도 등의 생체신호를 스마트폰으로 전송), 2013년에는 휴대형 의료영상전송장치, 내장기능검사용기기(혈당, 혈압, 체중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관리를 위한 정보 제공)도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현재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삼성의 입장에서는 애가 탈 것이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2007년 <u-Health의 경제적 효과와 성장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유헬스 활성화를 위해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07년부터 그렇게 강조해왔는데 벌써 2015년이 되었는데도 변화가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정부는 의협의 반대 등으로 의료법 개정에 어려움을 겪자 우회로 전략을 택한 것 같다. 2014년 2월부터 듣도 보도 못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정보통신융합법)이 시행되는데 이 법안에서는 정보통신융합 관련 정책을 심의 의결하기 위해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설치하도로 하고 있다.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2014.2015년도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실행계획(안)> 보고서를 보면 미래부 관할로 개인 건강정보 기반 ICT 힐링 플랫폼 기술 개발, 산업부 관할로 웰니스 휴먼케어 플랫폼 구축 등 ‘만성질환자 등을 위한 스마트 헬스케어’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ICT 힐링 플랫폼이란 진료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개인별 진료기록과 각종 건강정보를 개인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이를 진료나 검진 등 각종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2014년 11월 미래부 보도자료를 보면 이런 시스템을 통해 “개인의 건강기록을 (스마트폰에) 저장해두었다가 의사나 다른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그간의 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일단 ‘다른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도 모르겠고, 다음으로 왜 의료기록을 환자 스마트폰에 저장하는지도 의문이다. 여기저기 산재된 의료기록은 망가진 의료전달체계의 산물이다. Big5 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대형병원들에 환자들이 몰리고 의원에서 진료 받아도 될 환자들이 대형병원 외래에 다니다가 예컨대 메르스 같은 사태가 터지면 다니던 대형병원에 못 가서 다시 동네의원에 가는 식이다. 흩어진 환자정보를 체계적으로 모으고자 한다면 엉망이 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고, 상급병원에 의뢰할 때, 치료를 마치고 지역사회에 복귀해서 의원에 다닐 때 환자의 의료 정보들에 유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스템을 만들고 의사들에게 제공하면 될 일이다.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 일은 지금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환자의 의료정보란 각종 모니터링 기계를 통한 활력징후(vital sign) 데이터 뿐 아니라 혈액, 소변 검사, 영상 등을 모두 포함하며 의무기록도 포함될 수 있다. 현재도 환자가 원할 때 환자의 의료정보는 언제든 제공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런 방대한 정보를 환자의 스마트폰에 모으려고 하는 걸까. 의사가 작성한 의무기록이 환자의 스마트폰에도 저장된다? 의사와 환자 간 정보 비대칭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는 분쟁의 소지만 낳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방식을 택하는 걸까. 이는 ‘스마트헬스케어’를 제공하는 주체가 환자 정보에 쉽게 접근하기 위함이다. 원격의료는 여러 혈압, 심전도, 향후에는 실시간 혈당까지 모니터링하는 기기의 활용을 전제로 한다. 이 데이터에 의사가 아닌 어떤 ‘건강관리 서비스 주체’가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방편으로 건강관리 서비스 회사에 의사를 두거나 해서 법적 문제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정부가 시도하려고 했던 ‘건강관리서비스업법’(2010년 변웅전 의원 발의)에는 실제로 의사가 아닌 ‘건강관리요원’이라는 직종을 만들어서 건강관리서비스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보통신융합법 사업계획에는 의료와의 ‘융합’이 제시되어 있지만 정보통신융합법에는 ‘의료’의 ‘의’자도 나오지 않는다. 이 법안은 ‘정보통신 기술·서비스 등의 진흥 및 융합 활성화와 관련하여서는 이 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하고 있다. 의료계와는 일언반구의 상의도 없이 정보통신융합법이라는 법을 만들고, 사업계획에는 버젓이 환자의 의료정보를 취합해서 (의사가 아니어도 되는) 건강관리 서비스 주체에게 넘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13년 6월 ICT 특별법 공청회 당시 정부 측 참고인으로 나왔던 이종관 미디어 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원격의료 같은 경우 의료법에 저촉되는 상황이다. 법 개정 권고해도 해당 부서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도 있다. "그런 취지에서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일부 강제성이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의료법 개정이 어려우니 정보통신융합법을 통해 좀 더 강력하게 원격의료를 추진해보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IT 기술의 진보를 의료에 활용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문제다. 의료기술의 발전은 일차적으로 의학적 필요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삼성의 기술개발은 일차적으로 경제적 이해에 기반한 기술이다. 의료가 IT 기술을 활용한다기보다는 IT 업계가 의료를 활용하는 꼴이다. 도서산간 지역에 의료접근성이 취약하다고 하지만 수도권, 대도시 중심으로는 의료의 과공급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의료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의사 만나기가 쉬운 나라도 없다. 그런데 웬 원격의료인가. 안 그래도 의원에서 봐야 할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몰리는데, 현재 준비 중인 스마트헬스케어 사업들은 모두 Big5를 비롯한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나마도 남아있던 의료전달체계를 더 망가뜨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스마트케어 제품들을 구매하고 유지하는 비용은 삼성의 이윤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삼성이 가져가는 이윤만큼 전체 국민의 보건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비용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하고 의료취약지역에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게 훨씬 더 현명하다. 현 정부는 지금껏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는 상태에서 연 4% GDP 성장이라는 목표의 아주 일부만이라도 달성하기 위해 원격의료에 목메는 지도 모르겠다. 원격의료는 GDP 성장에 얼마간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의료공급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고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한다면 의료제도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의료’가 국민들을 건강하게 하고, 결국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GDP 성장을 자극하기 위해 그 ‘의료’를 건드리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 최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