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 전공의가 왜 중요한가?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대하는 태도, 바라보는 눈은 상당히 뜨겁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결코 단순히 본인들의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나 기특함의 표현만은 아닙니다. 대한민국 의사라는 단체가 그 안에 전공의라는 소속 단체에게 기대하는 특별한 역할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은 실로 기형적인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1차, 2차, 3차 진료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 있지 않아 대형 대학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이미 수년째 지속되고 있고 이는 매년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지만 먼저 제도적으로 3차 진료를 하는 대학병원에 1, 2차 병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이 표면적인 원인이겠고, 더 근본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보자면 굳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것은 1, 2차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1, 2차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비합리적인 의료수가제도로 인해 정상적인 교과서적 진료를 하고서는 경제적으로 버티기 힘들어 본인의 병원을 경영해야하는 1, 2차 병원에서 비교과서적이고, 상업적인 진료를 우선시 하게 됨에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의료수가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나라 의료 현실은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의료수가제도는 다수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에 “싼” 가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좋은” 제도로 당장 이를 고치고자 할 경우 여러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의료수가가 개선되어야 보다 양질의 진료를 국민들이 받게 되어 당장에 국민들이 부담할 금액이 좀 증가하더라도 그것이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의 측면에서나 경제적으로나 득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비록 근거가 충분한 주장임에도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아 설득력이 약합니다. 그러므로 이를 강하게 끌고 가고자 하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싼 값에 진료를 받게 하겠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인기를 끌게 되지요. 2012년 통계 자료에서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OECD 국가들의 평균의료수가의 1/3수준입니다. 그리고 의사들의 업무량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의사 1인의 업무량은 OECD국가들의 약 3배에 해당합니다. 이 격차는 2016년 현재 더 벌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가가 저렴한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의사들은 많은 환자를 진료하게 되고 “1분 진료”의 현실에서 환자들은 양질의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환자가 집중되는 대학병원에서 보다 심합니다. 그리고 그 과중한 업무량은 고스란히 제한된 의료진, 그 중에서도 가장 낮은 직급인 전공의에게 부과되게 됩니다. 현재 전공의들은 주 100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을 견디며 본인의 실수가 곧장 환자에게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과도한 스트레스 안에서 근무하고 있고, 실제로 대다수의 전공의가 과로로 인한 실수로 아찔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과도한 업무량이 환자에게 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 바로 대학병원인 샘입니다. 이러한 전공의 근무의 열악한 환경이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노력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되며 전공의 근무시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듯합니다. 당장 본인이, 그리고 가까운 지인이 환자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부분이고 전공의는 의사라는 단체 중 유일하게 ‘약자’로 포지셔닝 할 수 있는 직급이기 때문입니다. 논리적인 설득 보다는 감정적인 호소가 훨씬 직접적이고 강력한 것이지요. 그러한 이유로 정치인들도 이 부분의 개선에 있어서는 의료수가 문제와 달리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은 않았고, 결과적으로 올 해 “전공의특별법”이 재정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다시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대하는 태도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들의 권익을 위한 단체입니다. 그리고 그 권익의 가장 핵심은 과거 의약분업 이후로 줄곧 의료수가제도의 개선을 이루는 것이었습니다만 지난 십수년간 이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포괄 수가제가 생기며 퇴보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현재 의료수가 개선을 위한 유일한 해답은 “전공의특별법”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전공의특별법이 원래의 취지에 맞게 온전히 시행된다면 지금 대학병원에서 대부분의 의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이 제한됨에 따라 진료 공백이 생길 것입니다. 전공의와 같이 “값싼” 의료 인력의 노동 “착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잘못된 의료수가와 심평원의 횡포로 여러 대학병원들은 적자로 경영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전공의 특별법이 온전히 시행된다면 대학병원들은 전공의의 진료 공백을 충당하기 위해 추가로 의사를 더 고용하거나 대학병원의 환자를 줄일 방법을 모색해야할 것이고 이는 대형 병원들의 적자를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할 것입니다. 만약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형 병원들이 도산위기에 처한 상황이 온다면 아마도 그 때는 의료수가제도의 개선의 필요성이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게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만 의료수가제도의 개선을 주장하는 정치인들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수가의 개선이라는 대한의사협회의 핵심 목표를 곧 바로 이루고자 한다며 그 길이 보이지 않고 막막하지만 전공의특별법이라는 통로를 통해서라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에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를 그리고 전공의를 뜨겁게 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뜨거운 관심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할 태도는 무엇일까요? 지금의 전공의는 몇 년 후 더 이상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일원이 아닌 대한의사협회의 일원이 될 것입니다. 전공의특별법이 원래 계획된 바대로 온전히 시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노력하는 것은 미래의 우리에게 현재의 우리가 줄 수 있는 선물 아닐까요?윤찬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외협력이사이력200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2009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전)30대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대외협력이사현)19대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외협력이사현)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