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의료계, 그리고 PA 조영대 (대한전공의협의회 사무총장) 2015년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전국 국립대병원 13곳에서 총 632명의 무면허 보조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료과별로는 외과, 내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보고된 인력은 주로 간호사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는 접근이 가능한 국가 대형병원 일부만을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활동하고 있는 PA는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직종도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 측이나 일부 전문의들이 이러한 진료보조인력을 선호하는 것은 이제 막 수련을 시작한 ‘초짜’ 전공의보다 진료 및 수술 현장에 익숙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번 투자하면 가르치고 노력해야 할 수고스러움이 없으며, 다른 의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인건비 역시 저렴하기 때문에 유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일부 전공의들조차도 당장 본인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압박 속에 진료보조인력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진료보조인력의 역할 및 법적 한계 이들이 현장에서 하고 있는 업무는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수술실에서 집도의의 수술을 보조하는 경우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겠지만, 최근에는 혼자 돌아다니면서 시술이나 처치를 하기도 하고, 처방, 회진 등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당직 근무를 서면서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나 감독없이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병동이나 응급실 등에서도 의사용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아이디를 사용하여 입원환자나 외래환자에게 직접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심상치가 않다. 이러한 행위들은 전부 무면허(Unlicensed) 의료행위로서 불법으로 판단될 수 있다. 최근 의사-치과의사-한의사 간의 면허범위를 놓고 여러 가지 법리적 다툼이 있는 것과는 달리, PA의 면허범위는 꽤나 엄격하게 해석되고 있다. 침습성과 위해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의사가 하지 않았을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각종 행위들은 거의가 직접 의사가 수행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의 의무나 의사결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많은 부분들 역시 판례와 행정해석을 통해 의사의 주된 역할로서 요구되고 있다. 정말로 필요한가? 일부 병원계에서는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등으로 대변되는 수련환경 개선과 기피과의 전공의 수 부족으로 인해 PA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지만 이는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전공의 업무의 상당 시간이 입원 병동과 중환자실, 응급실 진료 등을 담당하는 업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일부 대체하는 것은 오로지 다른 의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진료보조인력으로는 이러한 형태의 당직이나 자문을 담당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적절한 규모의 일반의, 전문의를 호스피탈리스트로 추가 채용하거나, 별도의 응급실 담당 진료의사를 고용함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밖에 없다. 둘째, 역시 전공의 업무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응답된 단순 사무 (학회, 의국, 행정, 연구 지원 등) 분야에 대하여 행정 보조 인력을 채용하여 전공의 업무를 재분배할 수 있다면 본래 의사 고유의 업무에 대하여 조금 더 전공의들을 집중시킴으로써 부족현상을 완화시킬 수가 있다. 같은 맥락으로 현재의 유권해석 상으로도 위법이 아닌 저난도의 의료행위(ex. 단순채혈 등)를 병원 내 직역 간에서 조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저수가라는 방패? 땜질식 처방이 되지 않기 위해서 가뜩이나 열악환 수련환경 속에서, 전공의들은 진료보조인력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이들의 불법적인 의료 관행이 지속되고 업무 범위가 확장된다면 단기적으로 전공의 교육을 희생시켜 의사 양성의 질적 저하가 불가피하며, 장기적으로는 해당 기피과목 의사수의 절대적 부족현상을 가져올 것이며, 궁극적으로 의료인 수급 및 면허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일부 의식있는 의사들의 입장이다. 저수가 속에 병원경영이 어렵다고 해서 무면허 보조인력에 대한 부분을 지금처럼 확대해 나간다면, 과연 우리는 한의사와 무자격자들을 상대로 의사 고유의 전문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 땜질식 처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환자들은 더 이상 누군지 모르는 이에게 시술이나 처치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명찰법(의료법 제4조제5항, 2017년 3월 시행)의 통과를 거울 삼아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른다. PA를 추진하고 싶은 당신께, 지금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는 무면허의료행위들을 적극 감시하고 나서서 고발하도록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의료행위'의 본질적인 면이 침해되지 않도록 의료전달체계, 그리고 적정수가에 대한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불과 4년 전의 일이다. 한 젊은 의사는 PA가 직접 봉합술을 시행한다는 제보를 받고, 본인의 몸에 직접 상처를 내고 해당 병원을 찾아갔다. 응급실에서는 응급구조사가 봉합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진료행위를 직접 하였고, 해당 PA는 결국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바로 故 김일호 전공의협의회 회장의 이야기다. 지금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