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단풍이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한 두번은 읽어봤을 만한 '로버트 프로스트' 의 '가지않은 길' 이라는 시의 첫 구절이다. 점철되는 선택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한 희구(喜懼)를 잘 표현했던 시로 생각한다. 의료인의 삶에도 의대를 갓 졸업한 누구나가 겪게 되는 아주 중요한 선택들이 있다. 첫째는 수련병원의 선택, 다음은 전공과목의 선택이며 이 두 선택으로 의료인의 대략적인 삶의 행로가 결정된다. 이토록 큰 선택 앞에서 시에서와 같이 '남들이 적게 간 길' 을 택하고 한숨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선택을 하기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의료인들의 결정이 어떠했는지 돌아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선배를 통해 전해들은 제한된 정보를 통해 병원을 선택하며 친한 선배가 있어서 과를 정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고, 막상 선택 후 본인의 생각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우리에게는 우리보다 먼저 길을 걸어간 많은 선배들이 있고 그들은 그 선택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다. 또한 평상시 궁금했던 임금, 근무시간, 휴가와 같이 수량화되고 객관적인 지표에 대해서도 말해줄 수 있다. 이러한 소중한 정보의 도움없이 우리의 선택이 '가지 않은' 채로 이루어져야 할까? 금년 5월 19일 대전협은 ㈜동아일보사 충정로사옥에서 업무제휴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전국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전국병원 수련환경 평가'를 공동 진행하여 이를 국민에 공개하기로 하였다. 수련환경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수차례 기사화된 바 있는 수련현황표의 거짓 작성, 가짜 당직표 등에서 보아왔듯이 지금까지는 '잘못된 평가' 로 끝나버린 경우가 많았고, 평가의 결과가 대입수험생들이나 의대생들에게 공개되지 않아 선택에는 도움을 줄 수 없는 '평가를 위한 평가' 인 경우가 흔했다. 아무런 의미 없는 잘못된 전공의평가는 결국 국민의 전공의수련제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것이며, 공개되지 않는 평가는 점점 '열린 사회' 로 바뀌어 가고 있는 현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제는 올바르고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져 공개되어야 할 때이다. 미래의 의료인은 병원의 선택에 앞서 불법적인 임금협상을 시도하거나 적절한 수련을 제공하지 않는 대형병원도 있는 반면, 규모는 작아도 양질의 수련환경을 제공하는 병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비 전공의들에게는 수련 후 자신을 좋은 전문의로 만들어 줄 병원이 어떤 병원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과의 협력을 통해 획일적 평가를 배제한 의료현실에 맞는 합리적평가기준을 도입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동아일보측도 평가를 받는 쪽도 결과에 수긍할 수 있도록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100여개의 세분화된 평가기준을 통해 결론지향적 평가 (summative evaluation) 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통한 발전지향적 평가 (formative evaluation)를 시행하여 우리나라 수련교육의 질을 상향 평준화하고, 결국에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작년에 입법된 전공의 특별법이 전공의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울타리를 제시하였다면, 이번 동아일보와의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는 전공의들의 알권리와 선택의 권리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전공의 수련환경의 자생적 발전을 유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 개인의 모든 선택은 결국에는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나, 그 길은 누군가에게는 가본 길 (The road taken) 이며 좀 더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의료제도가 급변하고 전공의 수련의 질이 강조되는 요즘, 미래의 전공의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어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숲길의 발자국이 되어 나갈 것이다.조승국,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평가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