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지난 3월 대구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먼저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세계에서도 우수한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 응급실 수용곤란 문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서울 한복판에서도 응급실 부족 문제로 구급차가 길에서 떠돌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도 응급의료체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여러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과는 동떨어진 방안을 제시하는 등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도출하기까지는 아직도 미흡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응급환자를 진료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의학적으로 필요한 조치와 적법한 전원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그 원인을 잘못 진단하여 개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대처 탓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는 행태에 대해 강한 비판과 함께 깊은 우려를 표한다.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소위 빅5라 불리는 대학병원에서조차 전국에서 환자가 몰리는 바람에 응급실 병상이 모자라다는 현실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우며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구와 같은 응급의료 문제가 발생한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응급실 과밀화’ 때문이다. 현재 중증환자를 담당하고 치료해야할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실에 걸어 들어오는 경증환자로 넘쳐나고 있어, 정작 당장 응급의료나 처치가 필요한 중증환자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또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해당 전문과목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의 이송이 중요한데 현재 이러한 적정 이송시스템이 원활하지 않고,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는 현실적 여건 상 응급환자에게 배후진료나 최종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응급의료를 제공하더라도 의료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의 제도적 문제와 법적 미비점 때문이며,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응급환자에게 신속히 제공되어야 할 최선의 진료가 방해되고,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고 있다.
이렇듯 동 사건은 오랫동안 지적되어왔던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데도, 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한 명의 전공의 개인에게 지우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며, 시스템의 문제를 개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개인의 대처 문제로 몰아가고 치부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부적절하고 부당한 조치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응급의료 현장에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응급의료를 위축시킬 것이다. 또한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의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의 붕괴속도가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업무, 낮은 보상, 법적책임 부담 등의 문제로 인해 의료인들이 ‘필수의료 분야’ 를 기피하여 필수의료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선의의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에 대해 책임소재 추궁, 피의자 조사, 형사처벌 등이 뒤따른다면 의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응급의학과 전공의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응급의료 기피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진이 의료시스템과 현실적 여건에 따라 적법하게 응급상황에 대처했음에도, 결과만 놓고 의료진의 사소한 과오까지 따지고 심지어 경찰 조사까지 받게 하는 것은 의료진을 의료현장에서 떠나도록 내모는 일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무너져가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와 필수의료체계를 다시 세우고 응급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들이 안심하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소신껏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마땅한 책무이자 국민의 요구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대한응급의학회·대한응급의학의사회·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다음과 같이 정부와 국회에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
1.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들의 법적 부담을 해소시켜 불필요한 걱정 없이 마음 놓고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게 하라!
2. 지역완결적 최종치료를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과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강구하라!
3. 중증응급환자가 더 많은 치료의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응급의료 전달체계의 합리적 개편과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자제 등 비정상적인 응급실 이용행태의 개선이 시급하다!
4.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의료현장과 정부의 대책 간에 괴리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정책수립에 있어서 의료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반영하라!
5. 대구의 해당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즉각 중단하라!
다시는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로 인해 환자가 적시적소에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기에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다 함께 힘을 모아 응급의료를 비롯한 필수의료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강력한 개선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수사기관에서도 응급의료의 특성과 의료현장의 상황을 감안하여 신중한 검토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한번 붕괴된 의료체계를 다시 복구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긴 시간과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질책과 책임전가보다는 꺼져가는 응급의료와 필수의료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의 강력한 지원 대책 마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대한민국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 기자회견
안타깝게도 지난 3월 대구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먼저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세계에서도 우수한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 응급실 수용곤란 문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서울 한복판에서도 응급실 부족 문제로 구급차가 길에서 떠돌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도 응급의료체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여러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과는 동떨어진 방안을 제시하는 등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도출하기까지는 아직도 미흡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응급환자를 진료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의학적으로 필요한 조치와 적법한 전원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그 원인을 잘못 진단하여 개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대처 탓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는 행태에 대해 강한 비판과 함께 깊은 우려를 표한다.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소위 빅5라 불리는 대학병원에서조차 전국에서 환자가 몰리는 바람에 응급실 병상이 모자라다는 현실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우며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구와 같은 응급의료 문제가 발생한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응급실 과밀화’ 때문이다. 현재 중증환자를 담당하고 치료해야할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실에 걸어 들어오는 경증환자로 넘쳐나고 있어, 정작 당장 응급의료나 처치가 필요한 중증환자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또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해당 전문과목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의 이송이 중요한데 현재 이러한 적정 이송시스템이 원활하지 않고,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는 현실적 여건 상 응급환자에게 배후진료나 최종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응급의료를 제공하더라도 의료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의 제도적 문제와 법적 미비점 때문이며,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응급환자에게 신속히 제공되어야 할 최선의 진료가 방해되고,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고 있다.
이렇듯 동 사건은 오랫동안 지적되어왔던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데도, 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한 명의 전공의 개인에게 지우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며, 시스템의 문제를 개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개인의 대처 문제로 몰아가고 치부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부적절하고 부당한 조치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응급의료 현장에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응급의료를 위축시킬 것이다. 또한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의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의 붕괴속도가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업무, 낮은 보상, 법적책임 부담 등의 문제로 인해 의료인들이 ‘필수의료 분야’ 를 기피하여 필수의료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선의의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에 대해 책임소재 추궁, 피의자 조사, 형사처벌 등이 뒤따른다면 의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응급의학과 전공의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응급의료 기피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진이 의료시스템과 현실적 여건에 따라 적법하게 응급상황에 대처했음에도, 결과만 놓고 의료진의 사소한 과오까지 따지고 심지어 경찰 조사까지 받게 하는 것은 의료진을 의료현장에서 떠나도록 내모는 일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무너져가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와 필수의료체계를 다시 세우고 응급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들이 안심하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소신껏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마땅한 책무이자 국민의 요구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대한응급의학회·대한응급의학의사회·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다음과 같이 정부와 국회에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
1.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들의 법적 부담을 해소시켜 불필요한 걱정 없이 마음 놓고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게 하라!
2. 지역완결적 최종치료를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과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강구하라!
3. 중증응급환자가 더 많은 치료의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응급의료 전달체계의 합리적 개편과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자제 등 비정상적인 응급실 이용행태의 개선이 시급하다!
4.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의료현장과 정부의 대책 간에 괴리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정책수립에 있어서 의료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반영하라!
5. 대구의 해당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즉각 중단하라!
다시는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로 인해 환자가 적시적소에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기에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다 함께 힘을 모아 응급의료를 비롯한 필수의료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강력한 개선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수사기관에서도 응급의료의 특성과 의료현장의 상황을 감안하여 신중한 검토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한번 붕괴된 의료체계를 다시 복구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긴 시간과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질책과 책임전가보다는 꺼져가는 응급의료와 필수의료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의 강력한 지원 대책 마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3. 7. 3.
대한의사협회·대한응급의학회·대한응급의학의사회·대한전공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