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전문 230502] 대한전공의협의회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대한전공의협의회장 강민구입니다.
○ 젊은 의사들은 동료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최근에 여러 가지 보건의료계 내부의 갈등이 있어 우려가 많습니다. 특히 시민 여러분들께서 의료대란을 걱정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젊은 의사들을 대표하는 한 명의 전공의로 오늘 시민 여러분들께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하여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고자 카메라 앞에 나왔습니다.
최근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에 전공의가 자주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드라마와 같이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다음에도 추가적으로 전문성을 쌓기 위해서 4-5년간 병원 내에서 일하는 젊은 의사를 지칭합니다. 저희는 2020년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정책 추진에 반발하여 의료대란을 일으킨 단체행동의 주역이기도 합니다. 당시에 저희는 코로나19로 가중되는 업무 속에서 주100시간씩 일하며 환자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저희의 노력이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속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저희도 젊은 의사들이 제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 사회적으로 많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았던 동료 의사들은 시민 여러분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젊은 날 청춘을 다 바쳐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서 시민 여러분들께 오해를 풀고, 저희도 한 명의 생활인으로, 누군가의 아들딸로 인간적이고 지지적인 근무 여건 속에서 행복하게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시민 여러분들과 오해를 풀고 최근의 의료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1. 간호법
○ 원내 간호사, 전공의, 임상심리사 등 다양한 직역의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 1인당 환자 수 제한, 근로시간 단축 (주64시간제, 연속근무 24시간 제한), 수면시간 확보 등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우선 저희는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 젊은 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여러분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너무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은 간호사들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은 주52시간, 3교대를 하고 있으나 많은 경우 초과 근무를 합니다. 저희 전공의들은 주당 100시간, 36시간 연속근무를 반복하고 있어 간호사들의 열악한 교대근무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전공의협의회는 젊은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1인당 환자 수 5명 제한, ○무임금노동(인계시간 등) 개선,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 ○불필요한 위계질서 개선 등을 지지합니다. 간호사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및 오버타임 급여 지급, 교대근무 제도 개선, 무면허 의료행위 종용 등 시급한 사안이 2023년 내에는 꼭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동시에 저희는 주100시간씩 36시간 연속으로 일하며 살인적인 노동의 사각지대 속에 놓여있는 원내 전공의와 임상심리사 수련생 등 다른 직역에도 정치권과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컨대 전공의의 경우 1인당 환자 수가 15명을 넘어가면 환자분들 성함조차 다 기억하기가 버겁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이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의사한테 진료받지 않도록 저희는 연속근무 24시간 제한을 골자로 한 전공의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저희 전공의협의회는 정부와 진행하는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하여 의료인력을 비롯하여 시민 여러분들의 건강을 위한 필수의료(중증응급의료, 소아, 분만 등) 전반의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근로시간 단축과 인력기준 확보를 전제로 전향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되어 논의되고 있는 24시간 연속근무 제한을 골자로 한 전공의 과로방지법도 23년 상반기 내에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원합니다.
○ 대리수술 및 대리처방 근절, 직역간 협력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동시에 저희는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이 만연하는 병원 현장에 대하여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의사가 해야 할 일은 의사가,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은 간호사가, 간호조무사가 해야 할 일은 간호조무사가 해야 한다는 내용에 동의합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다른 전문 영역을 가진 간호사한테 무면허 수술 및 처방을 종용하는 현 상황이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첨예한 갈등 속에서 80만 간호조무사, 4만5천 응급구조사 등의 업무범위 논쟁에 다른 생존권 이슈를 정치권에서 외면하는 현 상황도 의아하긴 합니다.
그러나 2015년 전공의법 도입에 따라 전공의 주80시간 제한 이후 남은 업무 일부를 전문의(의사)의 추가 채용보다는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통해 해결했던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PA(진료지원인력)라는 이름으로 병원 경영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여 대리수술 및 대리처방을 암묵적으로 승인했던 관행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간호법안 관련해서 사실 저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앞으로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이 합법적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 예정인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와 간호법안 원안(진료에 필요한 업무)의 주요 내용을 등을 종합하면 앞으로 병원, 의원 및 지역사회 각종 센터 내에서 의사 없이 각종 시술 등 의료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충분히 소통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전공의협의회는 그동안 무면허 의료행위를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인 간호사한테 종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습니다. 동시에 전공의협의회는 최근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계획이 난립하는 것을 지켜보며 병원 경영의 어려움은 단지 허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하여 저희는 향후 의료계 내부의 ‘대리수술 및 대리처방’ 근절 운동을 포함한 자정 운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저희는 앞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종용할 경우 법적 대응, 공론화 등을 포함한 대응을 해 나가고자 하며, 의사가 해야 할 일은 원내 의사의 추가 채용을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향후 저희는 병원과 지역사회 등 현장에서 의사의 관리 감독 하에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여러 직역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공의협의회는 정부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이러한 부분을 협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2. 의사면허취소법
○ 주100시간 노동자의 파업권은 최소한의 노동3권입니다
- 살인 및 시체유기,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면허 취소요건 강화를 지지합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저희도 살인 및 시체유기,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르며 직업 윤리를 저버린 의사와 동료로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의사면허취소법은 모든 범죄에 대하여 금고형 이상 형사처분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서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앞으로 교통사고를 포함 모든 범죄에 대해서 의사는 면허취소를 걱정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또한 저희는 지금의 의사면허취소법이 업무개시명령과 엮어서 저희의 파업 가능성을 비롯한 노동3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공무원을 제외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직종은 의사, 약사, 화물운수종사자 밖에 없습니다.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헌법 제12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7조에 되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29호, 87호 및 국제연합(UN)과의 협약을 통해서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특히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는 업무개시명령의 노동권 위반 소지에 대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업무개시명령 때문에 대외적인 국격 또한 손상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공의는 주100시간씩 일하며, 36시간 연속근무를 일상적으로 하여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못합니다. 의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너무 많습니다. 주100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파업은 최소한의 노동3권이자 시민들의 건강권 향상을 위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의사면허취소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저희는 파업 시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에 따른 의사면허 취소를 각오하고 해야 합니다. 사실상 ‘의사 파업 방지법’입니다.
○ 의료 대란은 저희도 원하지 않으며 협의를 희망합니다
의사가 파업하지 않아 의료 대란으로 불편을 끼치지 않으니 좋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의료인은 주로 필수의료 종사자입니다. 또 최근에는 119 응급환자 강제수용 시행규칙으로 실질적 치료 방안이 없어도 환자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되게 생겼습니다. 심장조영술 안되는 병원에 흉통 환자를 이송해도 어차피 치료는 사실상 불가합니다. 그러나 의사한테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앞으로 젊은 의대생들이 이렇게 규제만 많아지는 필수의료 영역에 소송 위험을 감내하고 지원할까요? 이미 소아청소년과 대란은 현실화되었고 앞으로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료, 분만 등의 영역은 줄줄이 붕괴 위험에 놓여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접근성과 싸고 좋은 의료를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료와 2000년도 통합주의 건강보험제도의 끝은 이제 15년 내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저희 전공의들도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일방적으로 파업에 내몰리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소아 진료 접근성 증진, 필수의료 전공의 확보 등 시민 여러분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하여 최근 저희는 정부와 필수의료 인력 확충 방안을 포함한 협의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여전히 국회에서도 저희와 충분히 소통을 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노동자로서 기본권을 제한당하는 현 상황 속에서 저희가 앞으로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조도 ‘환자 생명을 볼모로’ 거의 매년 파업 논의합니다
사실 간호사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 또한 ‘돈보다 생명을’ 구호를 외치며 거의 매년 파업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2000년, 2014년, 2020년 세 차례만 대규모 파업을 진행한 반면 보건의료노조는 더 많이 파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노조가 ‘환자 생명을 볼모로’, ‘이기적인’ 파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노조 또한 원내 의료인의 정당한 노동권 확보를 위하여 힘쓰고 있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또한 의료인이 행복한 것이 환자 안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주100시간 일하는 전공의는 항상 배제된다는 것이 저희의 문제 의식입니다.
상식적으로 주52시간 일하는 간호사와 주88시간 일하는 전공의 중 누가 더 열악한 처우를 감내하고 있을까요? 해외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 전공의는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 등을 이유로 수시로 파업하고 있습니다. NHS 소속 영국의 전공의들도 23년 현재 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적 권리에 대하여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에 이렇게까지 노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 ‘의사파업금지법’, 필수의료 탈출(exodus)의 불을 지필 것입니다
앞으로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과 의사면허취소법이 함께하면 의료인 파업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러나 젊은 의사들은 악화되는 환경 속에서 필수의료 영역 전공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조용한 사직 (업무 변경) 트렌드를 만들 것입니다.
사명감을 강조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의사도 생활인이고 한 명의 직업인입니다. 시민 여러분들도 급여를 떠나 의사가 되어 ○교통사고로 인한 면허취소,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주100시간 근무를 각오하며 사명감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감내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느 바보가 그런 선택을 합니까?
젊은 의사의 대표로 제가 말씀드립니다. 우리 젊은 의사 중 주100시간 감내하며 소송 위험, 교통사고나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면허취소, 형사처벌 위험까지 일방적으로 개인이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나 이국종 교수만을 떠올려 한없이 의료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젊은 의사의 관점에서는 지나칩니다.
○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한 ‘의사 파업권’ 확보가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잠이 부족한 의사가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교수님들께서 주로 입원 진료를 담당한다고 믿고 계시겠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입원진료는 거의 대부분 주100시간 일하는 전공의가 주로 담당합니다. 건강보험 지불 구조 상 시민 여러분들께서 마주하시는 교수님들은 사실 외래 진료에 전념하며 병원 운영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장 노동자인 전공의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대체 이러한 현실 어떻게 바꿀 수 있습니까?
3. (필수의료) 중중응급, 소아, 분만 등
○ 전문의 중심의 입원진료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물론 전공의도 의사면허를 취득하여 입원환자 진료를 볼 실력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공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3,000명 내외)
물론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전공의 숫자를 늘리면 되는 것이 아닌지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요 기피과목의 전문의 비율은 이미 OECD 평균을 훌쩍 상회합니다. 최근 젊은 의사 사이에서는 열악한 환경을 감내해야 하는 전공의 수련 자체를 기피하고 있기도 하여 전공의 정원 증원이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떠나간 전문의를 다시 병원 현장으로 불러올 방법을 찾는 것이 순서 아닐까요? 앞으로 전공의 중심의 입원진료체계를 해외 선진국처럼 전문의(specialist, consultant) 중심의 의료체계로 바꾸고 이에 필요한 병상 당 인력기준을 확보하자는 것이 저희 주장입니다.
○ 건강보험 개혁 없이는 문제 해결이 불가합니다
이제는 2000년 통합주의 건강보험제도의 실패에 대하여 겸허히 인정하고, 동시에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해외 선진국처럼 보험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G7 선진국은 GDP 대비 10% 수준인 총 보건지출의 80% 이상을 공공영역이 담당하고 있으며 공공병원도 30%에 육박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공공보건지출은 GDP 대비 5.6%, 총 지출의 59%에 불과하여 동유럽 및 아프리카 주요 국가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희가 가진 문제의식입니다. 공공병원 비중은 5.7%에 불과하며 정부와 보험자가 필수적인 중중응급 의료에 대한 투자를 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 오늘날의 문제점인 것입니다.
정부 및 보험자 실패로 단일건강보험급여가 소아진료 공급을 보장하지 못하고 의사들이 떠나가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건강보험공단이 커지면서 수가 계약 절차가 사실상 무효화되고 있고 가격 수준이나 보험급여 보장여부 등이 적정하게 형성되지 못하여 현재 대한민국 의료에 크게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단일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대화로 인한 비효율을 시정하는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고령화에 대비하고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하여 간접세 등을 활용, 국고보조금을 독일, 프랑스 수준인 30-4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 저희 주장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고령화와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보건재정의 확충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중중응급 급여진료 영역의 기피현상 해소는 보건재정의 확충 없이는 불가합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위하여 시민 여러분의 건강보험료를 독일, 프랑스 수준인 급여의 15%로 무작정 인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선진국 건강보험은 대부분 공공성을 가진 다보험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독일,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는 보험자 간 경쟁 원리를 도입하여 효율적인 구매를 통한 의료 공급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중중응급의료, 소아, 분만 등에 대해서는 조세를 기반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경증에 대해서는 본인부담 강화, 민간보험 기반 이원화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 구조 개혁을 하는 부분을 이제는 검토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보험자 간 경쟁 부재 속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력만으로 급여 진료 영역의 혁신을 필요로 하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젊은 의사들은 앞으로 걱정이 큽니다.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료의 유효기간은 이제 15년 남짓입니다.
○ 의료계와 소통하여 정책을 추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 전공의들은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일방적으로 파업에 내몰리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모든 법안과 정책이 추진될 경우 저희는 전국 전공의 단체행동(파업 등)을 논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시민 여러분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하여 최근 정부와의 필수의료 인력 확충 방안을 포함한 협의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배출된 의사가 필수의료 영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료 현장에서 의사의 전문성이 존중받고 지지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합니다.
합리적이고 의료인 친화적인 의료환경 구축을 위한 노력에 대하여 시민 여러분들의 지지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3. 05. 02
대한전공의협의회
[기자회견 전문 230502] 대한전공의협의회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대한전공의협의회장 강민구입니다.
○ 젊은 의사들은 동료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최근에 여러 가지 보건의료계 내부의 갈등이 있어 우려가 많습니다. 특히 시민 여러분들께서 의료대란을 걱정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젊은 의사들을 대표하는 한 명의 전공의로 오늘 시민 여러분들께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하여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고자 카메라 앞에 나왔습니다.
최근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에 전공의가 자주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드라마와 같이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다음에도 추가적으로 전문성을 쌓기 위해서 4-5년간 병원 내에서 일하는 젊은 의사를 지칭합니다. 저희는 2020년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정책 추진에 반발하여 의료대란을 일으킨 단체행동의 주역이기도 합니다. 당시에 저희는 코로나19로 가중되는 업무 속에서 주100시간씩 일하며 환자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저희의 노력이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속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저희도 젊은 의사들이 제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 사회적으로 많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았던 동료 의사들은 시민 여러분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젊은 날 청춘을 다 바쳐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서 시민 여러분들께 오해를 풀고, 저희도 한 명의 생활인으로, 누군가의 아들딸로 인간적이고 지지적인 근무 여건 속에서 행복하게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시민 여러분들과 오해를 풀고 최근의 의료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1. 간호법
○ 원내 간호사, 전공의, 임상심리사 등 다양한 직역의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 1인당 환자 수 제한, 근로시간 단축 (주64시간제, 연속근무 24시간 제한), 수면시간 확보 등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우선 저희는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 젊은 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여러분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너무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은 간호사들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은 주52시간, 3교대를 하고 있으나 많은 경우 초과 근무를 합니다. 저희 전공의들은 주당 100시간, 36시간 연속근무를 반복하고 있어 간호사들의 열악한 교대근무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전공의협의회는 젊은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1인당 환자 수 5명 제한, ○무임금노동(인계시간 등) 개선,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 ○불필요한 위계질서 개선 등을 지지합니다. 간호사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및 오버타임 급여 지급, 교대근무 제도 개선, 무면허 의료행위 종용 등 시급한 사안이 2023년 내에는 꼭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동시에 저희는 주100시간씩 36시간 연속으로 일하며 살인적인 노동의 사각지대 속에 놓여있는 원내 전공의와 임상심리사 수련생 등 다른 직역에도 정치권과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컨대 전공의의 경우 1인당 환자 수가 15명을 넘어가면 환자분들 성함조차 다 기억하기가 버겁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이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의사한테 진료받지 않도록 저희는 연속근무 24시간 제한을 골자로 한 전공의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저희 전공의협의회는 정부와 진행하는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하여 의료인력을 비롯하여 시민 여러분들의 건강을 위한 필수의료(중증응급의료, 소아, 분만 등) 전반의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근로시간 단축과 인력기준 확보를 전제로 전향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되어 논의되고 있는 24시간 연속근무 제한을 골자로 한 전공의 과로방지법도 23년 상반기 내에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원합니다.
○ 대리수술 및 대리처방 근절, 직역간 협력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동시에 저희는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이 만연하는 병원 현장에 대하여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의사가 해야 할 일은 의사가,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은 간호사가, 간호조무사가 해야 할 일은 간호조무사가 해야 한다는 내용에 동의합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다른 전문 영역을 가진 간호사한테 무면허 수술 및 처방을 종용하는 현 상황이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첨예한 갈등 속에서 80만 간호조무사, 4만5천 응급구조사 등의 업무범위 논쟁에 다른 생존권 이슈를 정치권에서 외면하는 현 상황도 의아하긴 합니다.
그러나 2015년 전공의법 도입에 따라 전공의 주80시간 제한 이후 남은 업무 일부를 전문의(의사)의 추가 채용보다는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통해 해결했던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PA(진료지원인력)라는 이름으로 병원 경영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여 대리수술 및 대리처방을 암묵적으로 승인했던 관행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간호법안 관련해서 사실 저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앞으로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이 합법적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 예정인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와 간호법안 원안(진료에 필요한 업무)의 주요 내용을 등을 종합하면 앞으로 병원, 의원 및 지역사회 각종 센터 내에서 의사 없이 각종 시술 등 의료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충분히 소통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전공의협의회는 그동안 무면허 의료행위를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인 간호사한테 종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습니다. 동시에 전공의협의회는 최근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계획이 난립하는 것을 지켜보며 병원 경영의 어려움은 단지 허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하여 저희는 향후 의료계 내부의 ‘대리수술 및 대리처방’ 근절 운동을 포함한 자정 운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저희는 앞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종용할 경우 법적 대응, 공론화 등을 포함한 대응을 해 나가고자 하며, 의사가 해야 할 일은 원내 의사의 추가 채용을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향후 저희는 병원과 지역사회 등 현장에서 의사의 관리 감독 하에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여러 직역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공의협의회는 정부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이러한 부분을 협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2. 의사면허취소법
○ 주100시간 노동자의 파업권은 최소한의 노동3권입니다
- 살인 및 시체유기,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면허 취소요건 강화를 지지합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저희도 살인 및 시체유기,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르며 직업 윤리를 저버린 의사와 동료로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의사면허취소법은 모든 범죄에 대하여 금고형 이상 형사처분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서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앞으로 교통사고를 포함 모든 범죄에 대해서 의사는 면허취소를 걱정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또한 저희는 지금의 의사면허취소법이 업무개시명령과 엮어서 저희의 파업 가능성을 비롯한 노동3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공무원을 제외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직종은 의사, 약사, 화물운수종사자 밖에 없습니다.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헌법 제12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7조에 되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29호, 87호 및 국제연합(UN)과의 협약을 통해서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특히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는 업무개시명령의 노동권 위반 소지에 대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업무개시명령 때문에 대외적인 국격 또한 손상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공의는 주100시간씩 일하며, 36시간 연속근무를 일상적으로 하여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못합니다. 의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너무 많습니다. 주100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파업은 최소한의 노동3권이자 시민들의 건강권 향상을 위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의사면허취소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저희는 파업 시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에 따른 의사면허 취소를 각오하고 해야 합니다. 사실상 ‘의사 파업 방지법’입니다.
○ 의료 대란은 저희도 원하지 않으며 협의를 희망합니다
의사가 파업하지 않아 의료 대란으로 불편을 끼치지 않으니 좋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의료인은 주로 필수의료 종사자입니다. 또 최근에는 119 응급환자 강제수용 시행규칙으로 실질적 치료 방안이 없어도 환자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되게 생겼습니다. 심장조영술 안되는 병원에 흉통 환자를 이송해도 어차피 치료는 사실상 불가합니다. 그러나 의사한테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앞으로 젊은 의대생들이 이렇게 규제만 많아지는 필수의료 영역에 소송 위험을 감내하고 지원할까요? 이미 소아청소년과 대란은 현실화되었고 앞으로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료, 분만 등의 영역은 줄줄이 붕괴 위험에 놓여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접근성과 싸고 좋은 의료를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료와 2000년도 통합주의 건강보험제도의 끝은 이제 15년 내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저희 전공의들도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일방적으로 파업에 내몰리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소아 진료 접근성 증진, 필수의료 전공의 확보 등 시민 여러분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하여 최근 저희는 정부와 필수의료 인력 확충 방안을 포함한 협의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여전히 국회에서도 저희와 충분히 소통을 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노동자로서 기본권을 제한당하는 현 상황 속에서 저희가 앞으로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조도 ‘환자 생명을 볼모로’ 거의 매년 파업 논의합니다
사실 간호사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 또한 ‘돈보다 생명을’ 구호를 외치며 거의 매년 파업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2000년, 2014년, 2020년 세 차례만 대규모 파업을 진행한 반면 보건의료노조는 더 많이 파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노조가 ‘환자 생명을 볼모로’, ‘이기적인’ 파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노조 또한 원내 의료인의 정당한 노동권 확보를 위하여 힘쓰고 있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또한 의료인이 행복한 것이 환자 안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주100시간 일하는 전공의는 항상 배제된다는 것이 저희의 문제 의식입니다.
상식적으로 주52시간 일하는 간호사와 주88시간 일하는 전공의 중 누가 더 열악한 처우를 감내하고 있을까요? 해외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 전공의는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 등을 이유로 수시로 파업하고 있습니다. NHS 소속 영국의 전공의들도 23년 현재 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적 권리에 대하여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에 이렇게까지 노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 ‘의사파업금지법’, 필수의료 탈출(exodus)의 불을 지필 것입니다
앞으로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과 의사면허취소법이 함께하면 의료인 파업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러나 젊은 의사들은 악화되는 환경 속에서 필수의료 영역 전공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조용한 사직 (업무 변경) 트렌드를 만들 것입니다.
사명감을 강조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의사도 생활인이고 한 명의 직업인입니다. 시민 여러분들도 급여를 떠나 의사가 되어 ○교통사고로 인한 면허취소,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주100시간 근무를 각오하며 사명감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감내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느 바보가 그런 선택을 합니까?
젊은 의사의 대표로 제가 말씀드립니다. 우리 젊은 의사 중 주100시간 감내하며 소송 위험, 교통사고나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면허취소, 형사처벌 위험까지 일방적으로 개인이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나 이국종 교수만을 떠올려 한없이 의료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젊은 의사의 관점에서는 지나칩니다.
○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한 ‘의사 파업권’ 확보가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잠이 부족한 의사가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교수님들께서 주로 입원 진료를 담당한다고 믿고 계시겠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입원진료는 거의 대부분 주100시간 일하는 전공의가 주로 담당합니다. 건강보험 지불 구조 상 시민 여러분들께서 마주하시는 교수님들은 사실 외래 진료에 전념하며 병원 운영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장 노동자인 전공의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대체 이러한 현실 어떻게 바꿀 수 있습니까?
3. (필수의료) 중중응급, 소아, 분만 등
○ 전문의 중심의 입원진료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물론 전공의도 의사면허를 취득하여 입원환자 진료를 볼 실력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공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3,000명 내외)
물론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전공의 숫자를 늘리면 되는 것이 아닌지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요 기피과목의 전문의 비율은 이미 OECD 평균을 훌쩍 상회합니다. 최근 젊은 의사 사이에서는 열악한 환경을 감내해야 하는 전공의 수련 자체를 기피하고 있기도 하여 전공의 정원 증원이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떠나간 전문의를 다시 병원 현장으로 불러올 방법을 찾는 것이 순서 아닐까요? 앞으로 전공의 중심의 입원진료체계를 해외 선진국처럼 전문의(specialist, consultant) 중심의 의료체계로 바꾸고 이에 필요한 병상 당 인력기준을 확보하자는 것이 저희 주장입니다.
○ 건강보험 개혁 없이는 문제 해결이 불가합니다
이제는 2000년 통합주의 건강보험제도의 실패에 대하여 겸허히 인정하고, 동시에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해외 선진국처럼 보험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G7 선진국은 GDP 대비 10% 수준인 총 보건지출의 80% 이상을 공공영역이 담당하고 있으며 공공병원도 30%에 육박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공공보건지출은 GDP 대비 5.6%, 총 지출의 59%에 불과하여 동유럽 및 아프리카 주요 국가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희가 가진 문제의식입니다. 공공병원 비중은 5.7%에 불과하며 정부와 보험자가 필수적인 중중응급 의료에 대한 투자를 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 오늘날의 문제점인 것입니다.
정부 및 보험자 실패로 단일건강보험급여가 소아진료 공급을 보장하지 못하고 의사들이 떠나가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건강보험공단이 커지면서 수가 계약 절차가 사실상 무효화되고 있고 가격 수준이나 보험급여 보장여부 등이 적정하게 형성되지 못하여 현재 대한민국 의료에 크게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단일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대화로 인한 비효율을 시정하는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고령화에 대비하고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하여 간접세 등을 활용, 국고보조금을 독일, 프랑스 수준인 30-4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 저희 주장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고령화와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보건재정의 확충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중중응급 급여진료 영역의 기피현상 해소는 보건재정의 확충 없이는 불가합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위하여 시민 여러분의 건강보험료를 독일, 프랑스 수준인 급여의 15%로 무작정 인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선진국 건강보험은 대부분 공공성을 가진 다보험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독일,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는 보험자 간 경쟁 원리를 도입하여 효율적인 구매를 통한 의료 공급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중중응급의료, 소아, 분만 등에 대해서는 조세를 기반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경증에 대해서는 본인부담 강화, 민간보험 기반 이원화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 구조 개혁을 하는 부분을 이제는 검토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보험자 간 경쟁 부재 속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력만으로 급여 진료 영역의 혁신을 필요로 하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젊은 의사들은 앞으로 걱정이 큽니다.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료의 유효기간은 이제 15년 남짓입니다.
○ 의료계와 소통하여 정책을 추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 전공의들은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일방적으로 파업에 내몰리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모든 법안과 정책이 추진될 경우 저희는 전국 전공의 단체행동(파업 등)을 논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시민 여러분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하여 최근 정부와의 필수의료 인력 확충 방안을 포함한 협의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배출된 의사가 필수의료 영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료 현장에서 의사의 전문성이 존중받고 지지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합니다.
합리적이고 의료인 친화적인 의료환경 구축을 위한 노력에 대하여 시민 여러분들의 지지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3. 05. 02
대한전공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