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한성존입니다. 오늘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지난 2년간 저희 젊은 의사들은 정책이 일방적이고 폭압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습니다. 저와 젊은 의사들은 우리 사회에 의사가 정말 더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충분히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속도'와 '시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현재 정부는 2027년 정원을 확정하겠다며 의료인력수급추계위와 보정심을 거쳐, 올해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증원 규모를 못 박으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진정한 '의료 혁신'이 아닌, 또 다른 '정치적 기획'이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의료정책연구원은 FTE(전일제 환산 지수)를 반영하여 전혀 다른 시각의 추계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이 추계가 옳다고 확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답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 우리는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읽어봐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우리는 불과 2년 전,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강행된 의대 증원 발표가 어떤 파국을 초래했는지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당시 의료계는 "준비되지 않은 증원은 의료 현장의 붕괴를 가져온다"고 끊임없이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속도전을 벌였고, 그 결과 교육 현장은 파행되었으며 수련 병원은 마비되었습니다. 그 혼란과 상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수습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지금 24학번, 25학번 의대생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이전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않은 강의실에서, 여전히 열악한 환경과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며 한 명의 의사가 되기 위한 소중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그 학생들에게 이상적인 의료환경을 물려줄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들이 '충분히 괜찮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수련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정권은 바뀌었을지 모르나, 정부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난 2년 전과는 선거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이번에는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교육과 수련 현장의 어수선함이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정해진 답을 밀어붙이는 것은, 과거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지방선거 이전'이라는 타이밍은 특히 우려되는 점입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증원 규모가 확정되면 그 이후 벌어질 일은 뻔합니다. 각 의대의 교육여건은 뒤로한 채 전국의 지자체장 후보들은 저마다 "우리 지역 의대 정원 확대", "우리 지역 의대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의대 정원 문제는 '교육 역량'이나 '의료 수요'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권력 다툼의 장'으로 변질될 것입니다. 이는 의료 균형 발전이 아니라, 의료 생태계의 정치적 오염입니다.
의대 정원 조정은 고도의 전문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안입니다. 선거라는 가장 정치적인 공간에, 가장 비정치적이어야 할 의대 교육 현장을 끌어들이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도 지난 증원 과정의 절차적 미흡함과 과학적 근거의 부족함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 교육 현장이 안정되고,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보완하며, 무엇보다 선거라는 정치적 태풍이 지나간 뒤에 차분하게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인구구조가 바뀌고 성장 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무리한 증축'이 아니라, '이미 있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입니다. 그래야만 저희 청년 세대에도 무너지지 않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의료'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옛 속담이 있습니다. 지금은 속도를 낼 때가 아니라, 2년 전을 되새기며 돌다리를 두들겨야 할 때입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의료를 생각한다면, '선거의 시간'이 아닌 '의료의 시간'에 이 문제를 논의해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우리 모두가 역사를 교훈 삼아 한 발 더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대한예방의학회·한국정책학회 보건의료융합정책특별위원회
공동기획세미나
정부 의사인력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회장 모두발언 전문
안녕하십니까,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한성존입니다. 오늘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지난 2년간 저희 젊은 의사들은 정책이 일방적이고 폭압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습니다.
저와 젊은 의사들은 우리 사회에 의사가 정말 더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충분히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속도'와 '시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현재 정부는 2027년 정원을 확정하겠다며 의료인력수급추계위와 보정심을 거쳐, 올해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증원 규모를 못 박으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진정한 '의료 혁신'이 아닌, 또 다른 '정치적 기획'이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의료정책연구원은 FTE(전일제 환산 지수)를 반영하여 전혀 다른 시각의 추계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이 추계가 옳다고 확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답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 우리는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읽어봐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우리는 불과 2년 전,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강행된 의대 증원 발표가 어떤 파국을 초래했는지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당시 의료계는 "준비되지 않은 증원은 의료 현장의 붕괴를 가져온다"고 끊임없이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속도전을 벌였고, 그 결과 교육 현장은 파행되었으며 수련 병원은 마비되었습니다. 그 혼란과 상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수습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지금 24학번, 25학번 의대생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이전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않은 강의실에서, 여전히 열악한 환경과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며 한 명의 의사가 되기 위한 소중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그 학생들에게 이상적인 의료환경을 물려줄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들이 '충분히 괜찮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수련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정권은 바뀌었을지 모르나, 정부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난 2년 전과는 선거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이번에는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교육과 수련 현장의 어수선함이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정해진 답을 밀어붙이는 것은, 과거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지방선거 이전'이라는 타이밍은 특히 우려되는 점입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증원 규모가 확정되면 그 이후 벌어질 일은 뻔합니다. 각 의대의 교육여건은 뒤로한 채 전국의 지자체장 후보들은 저마다 "우리 지역 의대 정원 확대", "우리 지역 의대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의대 정원 문제는 '교육 역량'이나 '의료 수요'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권력 다툼의 장'으로 변질될 것입니다. 이는 의료 균형 발전이 아니라, 의료 생태계의 정치적 오염입니다.
의대 정원 조정은 고도의 전문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안입니다. 선거라는 가장 정치적인 공간에, 가장 비정치적이어야 할 의대 교육 현장을 끌어들이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도 지난 증원 과정의 절차적 미흡함과 과학적 근거의 부족함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 교육 현장이 안정되고,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보완하며, 무엇보다 선거라는 정치적 태풍이 지나간 뒤에 차분하게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인구구조가 바뀌고 성장 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무리한 증축'이 아니라, '이미 있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입니다. 그래야만 저희 청년 세대에도 무너지지 않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의료'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옛 속담이 있습니다. 지금은 속도를 낼 때가 아니라, 2년 전을 되새기며 돌다리를 두들겨야 할 때입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의료를 생각한다면, '선거의 시간'이 아닌 '의료의 시간'에 이 문제를 논의해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우리 모두가 역사를 교훈 삼아 한 발 더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