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성명서]
전공의 수련 특별법안에 대한 SNUH 성명서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 협의회는 (이하 본 협의회) 본 성명서를 통해 ‘(가칭) 전공의의 수련 및 근로기준에 관한 특별법안’ (이하 ‘2015년 전공의 수련 특별법안’)의 전반적인 취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그러나 본 협의회는 ‘2015 전공의 수련 특별법안’에 뒤따르게 될 인력 공백에 대해 정부와 병원협의회의 구체적인 대비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2014년 ‘전공의 주당 80시간 초과 근무제한’ (이하 ‘2014년 80시간 수련규칙‘) 시행 후 뒤따랐던 수련 구조의 붕괴 및 환자 안전 저하의 역효과가 다시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I. 전공의 근무조건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리고 앞으로도 요원한 이유.
전공의는 사회 초년생 의사로서, 정해진 수련병원에서 피교육자이자 피고용자로서 본인이 수련한 진료과목의 전문의가 되기 위해 교육받고 근무한다. 이 ‘배우는 의사’들은 대형 수련 병원의 필수 인력으로 대학병원에서 전문의의 지도하에 입원환자, 응급환자의 주치의로 근무하며, 야간 당직 근무 또한 전공의들의 몫이다. 고생하는 의사의 ‘48시간 이상 연속’으로, ‘일주일에 100시간이 넘게 근무’하는 이미지는 이 전공의들의 이야기다. 왜 전공의들은 그리고 병원들은 전공의의 열악한 근무 조건을 개선하지 못하는가?
첫째로, 전공의는 가장 약하다. 가장 어리고, 경험이 적은 전공의들은 전문의의 지도하에 진료를 하면서 배워야한다. 이들에게 미치는 병원 교수, 전문의들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련을 정상적으로 마치는 것, 이후에 취직을 하는 것 모두를 움켜쥐고 있는 선배들에게 전공의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요구하기 어렵다.
둘째로, 전공의는 가장 저렴하다. ‘시키는 대로 초과근무’를 하는 근무시간의 유연성과 ‘시키는 일은 모두 할 수 밖에 없는’ 업무강도의 유연성을 고려하면 전공의는 전문의보다 10배는 싸다. 적정진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대한민국의 의료수가 구조에서 대형병원이 흑자 운영을 하려면 전공의 인력을 최대한 쥐어짜내는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전공의 수련은 ‘열정 페이’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기형적인 수련행태 및 근무여건은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일차적인 위험이 된다. 환자는 가장 실력과 시설이 좋은 병원을 찾아 대형병원에 몰려들지만 정작 환자의 진료를 1차적으로 담당하게 되는 전공의는 상식 이상의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이다.
II. 졸속 시행된 ‘2014년 80시간 수련규칙’의 부작용들이 던지는 교훈.
실제로 위와 같은 전공의의 근무조건이 알려지고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2014년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전공의 1주 최대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줄일 것을 주된 골자로 하는 시행령을 단계적으로 수련병원들에게 강제한 것이다. 처음으로 전공의 수련환경 및 근무여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정된 취지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으나 그 결과는 참담하였다. 앞서 언급된 구조적인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로 근무시간에만 규제를 가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부작용들이 발생하였다.
첫째로, 많은 수련병원에서 근무시간 장부를 실제와 다르게 80시간에 맞춰서 전공의들이 허위로 작성하여 제출도록 종용하였다. 즉, 근무행태는 바꾸지 않은 채로 이중 허위 근무시간 장부를 보고한 것이다. 허위로 근무시간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행정적인 업무 또한 전공의의 몫이었다. 전공의들은 자기가 일한 시간보다 줄인 허위 근무 시간표를 스스로 작성하고, 스스로 서명하였고, 허위 근무기록에 없는 야간당직에 해당하는 초과 당직비는 받을 수 없었다.
둘째로, 전공의의 근무강도가 늘어나고 환자의 안전은 더욱 위험해졌다. 80시간 수련규칙이 시행되면서 근무시간 (t)에 제한이 생기자 병원들은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를 (N) 무리하게 늘리기 시작했다. 주치의 한명이 보는 환자 숫자가 무리하게 증가하였고 밤에 병동을 지키는 당직의사 수는 무리하게 줄였다.
셋째로, 전공의 수련의 구조가 와해되었다. ‘2014년 80시간 수련규칙’이 시행되기 전까지 많은 진료과의 수련과정은 입원환자의 주치의, 응급환자의 1차 진료 등의 진료업무를 수련 초기의 1~2년차에 집중하고 3~4년차에는 진료업무를 줄이는 대신에 전문의로 활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배워야할 기술의 연마 및 연구에 할애하도록 구성되어있었다. ‘2014년 80시간 수련규칙’이 시행되기 전 모자라는 진료공백에 대한 인력 대체 계획이 전무하였기 때문에 진료공백은 오롯이 3~4년차 전공의들에게 전가되었다. 결과적으로 전공의의 수련과정은 4년 동안 입원환자 및 응급환자의 진료업무만 계속하는 방향으로 왜곡되었다. 전공의 내내 일만하고 배우는 게 없어 전문의 자격증을 따도 제대로 진료할 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의 자격증을 받고 또 다시 전임의(펠로우)부터 새로 배워야 하는 부실한 전공의 수련과정의 병폐가 더욱 악화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수련과정의 와해가 심했던 내과 및 외과는 올해 전국적으로 지원이 미달되어 필요한 신입 전공의 수를 채우지 못하였다.
전공의들이 부당한 4년간의 ‘열정 페이’를 감내해 온 가장 큰 이유는 그래도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성명서]
전공의 수련 특별법안에 대한 SNUH 성명서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 협의회는 (이하 본 협의회) 본 성명서를 통해 ‘(가칭) 전공의의 수련 및 근로기준에 관한 특별법안’ (이하 ‘2015년 전공의 수련 특별법안’)의 전반적인 취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그러나 본 협의회는 ‘2015 전공의 수련 특별법안’에 뒤따르게 될 인력 공백에 대해 정부와 병원협의회의 구체적인 대비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2014년 ‘전공의 주당 80시간 초과 근무제한’ (이하 ‘2014년 80시간 수련규칙‘) 시행 후 뒤따랐던 수련 구조의 붕괴 및 환자 안전 저하의 역효과가 다시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I. 전공의 근무조건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리고 앞으로도 요원한 이유.
전공의는 사회 초년생 의사로서, 정해진 수련병원에서 피교육자이자 피고용자로서 본인이 수련한 진료과목의 전문의가 되기 위해 교육받고 근무한다. 이 ‘배우는 의사’들은 대형 수련 병원의 필수 인력으로 대학병원에서 전문의의 지도하에 입원환자, 응급환자의 주치의로 근무하며, 야간 당직 근무 또한 전공의들의 몫이다. 고생하는 의사의 ‘48시간 이상 연속’으로, ‘일주일에 100시간이 넘게 근무’하는 이미지는 이 전공의들의 이야기다. 왜 전공의들은 그리고 병원들은 전공의의 열악한 근무 조건을 개선하지 못하는가?
첫째로, 전공의는 가장 약하다. 가장 어리고, 경험이 적은 전공의들은 전문의의 지도하에 진료를 하면서 배워야한다. 이들에게 미치는 병원 교수, 전문의들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련을 정상적으로 마치는 것, 이후에 취직을 하는 것 모두를 움켜쥐고 있는 선배들에게 전공의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요구하기 어렵다.
둘째로, 전공의는 가장 저렴하다. ‘시키는 대로 초과근무’를 하는 근무시간의 유연성과 ‘시키는 일은 모두 할 수 밖에 없는’ 업무강도의 유연성을 고려하면 전공의는 전문의보다 10배는 싸다. 적정진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대한민국의 의료수가 구조에서 대형병원이 흑자 운영을 하려면 전공의 인력을 최대한 쥐어짜내는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전공의 수련은 ‘열정 페이’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기형적인 수련행태 및 근무여건은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일차적인 위험이 된다. 환자는 가장 실력과 시설이 좋은 병원을 찾아 대형병원에 몰려들지만 정작 환자의 진료를 1차적으로 담당하게 되는 전공의는 상식 이상의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이다.
II. 졸속 시행된 ‘2014년 80시간 수련규칙’의 부작용들이 던지는 교훈.
실제로 위와 같은 전공의의 근무조건이 알려지고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2014년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전공의 1주 최대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줄일 것을 주된 골자로 하는 시행령을 단계적으로 수련병원들에게 강제한 것이다. 처음으로 전공의 수련환경 및 근무여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정된 취지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으나 그 결과는 참담하였다. 앞서 언급된 구조적인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로 근무시간에만 규제를 가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부작용들이 발생하였다.
첫째로, 많은 수련병원에서 근무시간 장부를 실제와 다르게 80시간에 맞춰서 전공의들이 허위로 작성하여 제출도록 종용하였다. 즉, 근무행태는 바꾸지 않은 채로 이중 허위 근무시간 장부를 보고한 것이다. 허위로 근무시간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행정적인 업무 또한 전공의의 몫이었다. 전공의들은 자기가 일한 시간보다 줄인 허위 근무 시간표를 스스로 작성하고, 스스로 서명하였고, 허위 근무기록에 없는 야간당직에 해당하는 초과 당직비는 받을 수 없었다.
둘째로, 전공의의 근무강도가 늘어나고 환자의 안전은 더욱 위험해졌다. 80시간 수련규칙이 시행되면서 근무시간 (t)에 제한이 생기자 병원들은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를 (N) 무리하게 늘리기 시작했다. 주치의 한명이 보는 환자 숫자가 무리하게 증가하였고 밤에 병동을 지키는 당직의사 수는 무리하게 줄였다.
셋째로, 전공의 수련의 구조가 와해되었다. ‘2014년 80시간 수련규칙’이 시행되기 전까지 많은 진료과의 수련과정은 입원환자의 주치의, 응급환자의 1차 진료 등의 진료업무를 수련 초기의 1~2년차에 집중하고 3~4년차에는 진료업무를 줄이는 대신에 전문의로 활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배워야할 기술의 연마 및 연구에 할애하도록 구성되어있었다. ‘2014년 80시간 수련규칙’이 시행되기 전 모자라는 진료공백에 대한 인력 대체 계획이 전무하였기 때문에 진료공백은 오롯이 3~4년차 전공의들에게 전가되었다. 결과적으로 전공의의 수련과정은 4년 동안 입원환자 및 응급환자의 진료업무만 계속하는 방향으로 왜곡되었다. 전공의 내내 일만하고 배우는 게 없어 전문의 자격증을 따도 제대로 진료할 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의 자격증을 받고 또 다시 전임의(펠로우)부터 새로 배워야 하는 부실한 전공의 수련과정의 병폐가 더욱 악화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수련과정의 와해가 심했던 내과 및 외과는 올해 전국적으로 지원이 미달되어 필요한 신입 전공의 수를 채우지 못하였다.
전공의들이 부당한 4년간의 ‘열정 페이’를 감내해 온 가장 큰 이유는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