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허가 추진 계획 반대 성명서
아주대학교병원 전공의 협의회를 대표하여 이 글을 작성하고 있고, 성명서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나는 편한 마음으로 원칙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나는 한방에 대하여 정식으로 배운 것이라고는 의대시절 고작 몇 학점 들은 것뿐으로 한의사들이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잘 모른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깊게 배운 적이 없기 때문 일 것이다. 다만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근골격계 통증에 대하여 ‘침술’이 가지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은 갖고 있었다.
최근 정부의 “규제 기요틴”이라는 찍어 누르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가 화제가 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 한다고 한다. 인터넷을 보고 있자니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의사들의 움직임을 ‘직능이기주의’라며 한의사들이 비판한다고하는 이야기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글에서 나는 원칙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째, 한의사들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국민 중 어느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그 의사를 물어보았는지, 그 결과는 무엇이고 그 결과에 대한 이유는 무엇인지는 밝히지도 않고, 허언 섞인 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최소한의 증거도 없이 말이다.
둘째, 한의사들은 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이 의사들의 직능이기주의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의사들의 직능이기주의가 아니고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한의사들의 움직임이야 말로 직능이기주의에서 표출된 행동이다. 의사들이 특권의식에 젖어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사들이 더 이상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자 선택한 대안이 수년간 공들여온 현대의료기기 사용이라는 데 부인할 수 있는 가. 막다른 골목에서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즉 다른 수입원을 찾아보려고 한 선택이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이라는 것에 가슴에 손을 얹고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가령 땅도 좁고, 천연자원도, 인적자원도, 산업도 발달하지 않은 한 작은 국가가 미국에게‘너희는 땅도 넓은데 자원도 없는 우리에게 땅을 왜 내놓지 않느냐? 너희들의 특권 의식이고 집단이기주의다’라고 말한다면 국제사회의 누가 옹호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한의사 선생님들의 의견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모든 집단은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이거늘 나의 이해에 이롭지 않다고 하여 상대의 직능이기주의라고 한다니, 마치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옆자리 친구의 과자를 뺏으려고 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한의사 선생님들의 고견을 다시 한번 듣고 싶다.
셋째, 한의사들은 x-ray와 초음파 등의 간단한 검사는 어느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 말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한숨이요, 두 번째 든 생각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이 맞구나’였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의료기기라고 하여 판독이 쉽고 진단이 쉽다고 호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단순 x-ray와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야말로 수천, 수만 장의 영상을 보는 수련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수의 한의사가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이야말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가 아닌가 묻고 싶다. 또한 x-ray나 초음파 등의 영상기기는 셀 수 없이 많은 부위와 많은 병의 진단을 위하여 사용될 수 있다. 진정 국민을 위하여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인가?
혹시 이에 대하여 ‘현대의료기기를 쓰게 해줘야 우리도 배우지’라고 말한다면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싶다.
바로 넷째, 한의학은 스스로 발전하여야 한다. 의학뿐 아니라 과학은 증거(evidence)의 경쟁이고 참신함과 정확함의 경쟁이다. 지금의 현대의학이 있게 된 것은 백여 년 이상 꾸준히 의학발전을 위해 수많은 학술지를 통해 증거를 모아왔으며, 서로의 참신함을 경쟁하듯 점차 새로운 것을 알아내고 정확하게 발전시켜갔다. 한의사들 또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현대의학의 발전된 방향을 벤치마킹 하는 것이 옳은 길로 생각되는데, 한의학의 발전보다 먼저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을 원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의학이 앞으로 자발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현대의료기기로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인지 자가당착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 만한 대답을 듣고 싶다.
한의학에는 얼마나 많은 저널잡지가 있는가? 해마다 해당 잡지에 기고되는 저널은 몇 편이며, 리뷰어(reviewer)는 어떻게 선정되고 어떻게 심사하는가? 이에 대한 체계적인 체계가 있는가? 세계화를 위해 발맞춰가기 위한 계획이 있는가? 아니면 세계와 맞서 경쟁할 자신이 있는가?
한의학이 진정 발전하고자 한다면 과학적인 근거를 더욱더, 더욱더 모으고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의사들의 클릭 수보다 더 많은 수의 의학논문이 지금도 출판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의사들은 국민들의 편의를 위하여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자신들의 전문성을 내세우지 못하고 편의성을 내세우는 집단에 국민의 건강을 맡길 수 있는가 싶다. 의료기기는 편의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병의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고 이를 위하여 공부하고 수년의 수련을 받는 것이다.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간호조무사로서 몇 년 동안 근무하면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술기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간호사의 자격증을 주어야 하며, 간호사로 몇 년 동안 근무하면 의사들이 상황에 따라 내는 처방의 종류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일차진료권을 주어야 하며, 의사가 공부를 더 하면 침을 놓을 줄 알기 때문에 침도 놓고 한약도 지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한의사들에게 묻고 싶다.
선생님들의 가치는 10년간 무사고인 운전자에게 2종에서 1종으로 변경해주는 운전면허 정도의 가치입니까?
의료인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다섯 가지 직종을 포함한다. 이 모든 직종은 고귀한 일을 하며 환자를 위해 오늘도, 내일도 일할 것이다. 우리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국가로부터 면허를 수여 받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편의를 위한 방법은 다른 제도적인 장치에 대하여 고려할 문제지 진단의 가치를 떨어뜨려 얻어내야 할 문제가 아니다.
한의사들도 현대의료와 발맞춰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의학이 죽어가는 것을 의사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 그대들의 역량을 키우고 노력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진료와 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이다. 부디 이번 일을 통해 더 이상 남의 분야를 뺏어 살아가려는 궁리에서 벗어나 진일보할 수 있는 한의학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 주 대 학 교 병 원 전 공 의 협 의 회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허가 추진 계획 반대 성명서
아주대학교병원 전공의 협의회를 대표하여 이 글을 작성하고 있고, 성명서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나는 편한 마음으로 원칙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나는 한방에 대하여 정식으로 배운 것이라고는 의대시절 고작 몇 학점 들은 것뿐으로 한의사들이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잘 모른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깊게 배운 적이 없기 때문 일 것이다. 다만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근골격계 통증에 대하여 ‘침술’이 가지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은 갖고 있었다.
최근 정부의 “규제 기요틴”이라는 찍어 누르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가 화제가 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 한다고 한다. 인터넷을 보고 있자니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의사들의 움직임을 ‘직능이기주의’라며 한의사들이 비판한다고하는 이야기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글에서 나는 원칙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째, 한의사들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국민 중 어느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그 의사를 물어보았는지, 그 결과는 무엇이고 그 결과에 대한 이유는 무엇인지는 밝히지도 않고, 허언 섞인 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최소한의 증거도 없이 말이다.
둘째, 한의사들은 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이 의사들의 직능이기주의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의사들의 직능이기주의가 아니고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한의사들의 움직임이야 말로 직능이기주의에서 표출된 행동이다. 의사들이 특권의식에 젖어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사들이 더 이상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자 선택한 대안이 수년간 공들여온 현대의료기기 사용이라는 데 부인할 수 있는 가. 막다른 골목에서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즉 다른 수입원을 찾아보려고 한 선택이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이라는 것에 가슴에 손을 얹고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가령 땅도 좁고, 천연자원도, 인적자원도, 산업도 발달하지 않은 한 작은 국가가 미국에게‘너희는 땅도 넓은데 자원도 없는 우리에게 땅을 왜 내놓지 않느냐? 너희들의 특권 의식이고 집단이기주의다’라고 말한다면 국제사회의 누가 옹호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한의사 선생님들의 의견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모든 집단은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이거늘 나의 이해에 이롭지 않다고 하여 상대의 직능이기주의라고 한다니, 마치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옆자리 친구의 과자를 뺏으려고 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한의사 선생님들의 고견을 다시 한번 듣고 싶다.
셋째, 한의사들은 x-ray와 초음파 등의 간단한 검사는 어느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 말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한숨이요, 두 번째 든 생각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이 맞구나’였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의료기기라고 하여 판독이 쉽고 진단이 쉽다고 호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단순 x-ray와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야말로 수천, 수만 장의 영상을 보는 수련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수의 한의사가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이야말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가 아닌가 묻고 싶다. 또한 x-ray나 초음파 등의 영상기기는 셀 수 없이 많은 부위와 많은 병의 진단을 위하여 사용될 수 있다. 진정 국민을 위하여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인가?
혹시 이에 대하여 ‘현대의료기기를 쓰게 해줘야 우리도 배우지’라고 말한다면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싶다.
바로 넷째, 한의학은 스스로 발전하여야 한다. 의학뿐 아니라 과학은 증거(evidence)의 경쟁이고 참신함과 정확함의 경쟁이다. 지금의 현대의학이 있게 된 것은 백여 년 이상 꾸준히 의학발전을 위해 수많은 학술지를 통해 증거를 모아왔으며, 서로의 참신함을 경쟁하듯 점차 새로운 것을 알아내고 정확하게 발전시켜갔다. 한의사들 또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현대의학의 발전된 방향을 벤치마킹 하는 것이 옳은 길로 생각되는데, 한의학의 발전보다 먼저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을 원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의학이 앞으로 자발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현대의료기기로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인지 자가당착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 만한 대답을 듣고 싶다.
한의학에는 얼마나 많은 저널잡지가 있는가? 해마다 해당 잡지에 기고되는 저널은 몇 편이며, 리뷰어(reviewer)는 어떻게 선정되고 어떻게 심사하는가? 이에 대한 체계적인 체계가 있는가? 세계화를 위해 발맞춰가기 위한 계획이 있는가? 아니면 세계와 맞서 경쟁할 자신이 있는가?
한의학이 진정 발전하고자 한다면 과학적인 근거를 더욱더, 더욱더 모으고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의사들의 클릭 수보다 더 많은 수의 의학논문이 지금도 출판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의사들은 국민들의 편의를 위하여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자신들의 전문성을 내세우지 못하고 편의성을 내세우는 집단에 국민의 건강을 맡길 수 있는가 싶다. 의료기기는 편의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병의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고 이를 위하여 공부하고 수년의 수련을 받는 것이다.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간호조무사로서 몇 년 동안 근무하면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술기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간호사의 자격증을 주어야 하며, 간호사로 몇 년 동안 근무하면 의사들이 상황에 따라 내는 처방의 종류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일차진료권을 주어야 하며, 의사가 공부를 더 하면 침을 놓을 줄 알기 때문에 침도 놓고 한약도 지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한의사들에게 묻고 싶다.
선생님들의 가치는 10년간 무사고인 운전자에게 2종에서 1종으로 변경해주는 운전면허 정도의 가치입니까?
의료인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다섯 가지 직종을 포함한다. 이 모든 직종은 고귀한 일을 하며 환자를 위해 오늘도, 내일도 일할 것이다. 우리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국가로부터 면허를 수여 받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편의를 위한 방법은 다른 제도적인 장치에 대하여 고려할 문제지 진단의 가치를 떨어뜨려 얻어내야 할 문제가 아니다.
한의사들도 현대의료와 발맞춰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의학이 죽어가는 것을 의사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 그대들의 역량을 키우고 노력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진료와 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이다. 부디 이번 일을 통해 더 이상 남의 분야를 뺏어 살아가려는 궁리에서 벗어나 진일보할 수 있는 한의학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 주 대 학 교 병 원 전 공 의 협 의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