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슈

[칼럼] 코로나바이러스가 남기고 갈 숙제  (제23기 대한전공의협의회 이경민 수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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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일산병원 응급의학과 이경민 전공의| 이번 달 우리 의국에서 진행한 주간 컨퍼런스 핫이슈는 단연 COVID-19였다. 3주 연속 시시각각 바뀌는 COVID-19에 대한 리뷰를 진행했다. 마지막 주에 살펴보았던 Medical Medscape news의 한 기사에서 아직 알지 못하는 감염병에 대해 선별의 목적은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 동안 질병에 대한 의료적인 지식을 획득하고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2020년 2월 18일 대한민국에서 COVID-19는 하루아침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가 또 다시 반복됐다.

대구경북 지역 뿐 만 아니라 전국이 정도만 다를 뿐 '전문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병원은 응급상황을 고려한 인력을 확보하지 않는다. 안정된 상황에서 모두가 최대로 일해야 24시간 환자에 대한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기 전에도 전문가가 충분한 것은 아니었다. 매일 같이 바뀌는 상황을 따라가며 진료 지침을 준비하고 음압은커녕 각 침대가 분리되지 않은 응급실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역학분야는 처음부터 소수의 전문가조차 존재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지만 18일, 31번째 환자가 생기기 전까지는 어떻게 버티는 듯했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도 한계에 부딪혔고 갑자기 변화한 상황에 숙련된 전문의로만 전투를 벌이던 병원들이 아직 숙련되지 않은 전공의를 선별진료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전면전이 돼 최정예 군단 외에도 일병, 이병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숙달된 전문가를 지금 당장 만들어 낼 수는 없으니 '미래의 전문가'를 미리 교육시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련프로그램의 부재와 전공의를 인력으로만 생각하던 수련병원의 현실은 여전했다. 추가적인 교육도 없이 진료 일선에 투입되는 전공의들은 미래의 전문가가 아니라 그냥 허술한 인력에 불구하다. 혹자는 의료인으로써 보호복 착용이나 감염에 대한 인식은 기본이라고 말하지만 의과대학에서도 감염관리에 대한 교육은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 '제2차 임상실습 실태조사'(2019. 12. 30 ~ 2020. 1. 12)에 따르면 임상 실습 전 감염관리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8%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절반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무균 술기 정도의 기본 감염관리 교육조차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교육 없이 전공의를 COVID-19 관련 진료에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응급 상황을 고려해 인력이 확보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COVID-19 관련된 인력을 따로 선별할 수 없다. 그래서 기존의 업무를 병행할 수밖에 없고 교육받지 못한 전공의는 개인 감염의 위험 뿐 아니라 원내 감염의 위험도 높인다. 게다가 3월에는 이제 막 훈련소에 입대한 훈련병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턴 선생님들과 레지던트 1년차 선생님들이 들어온다. 매년 시행하던 인턴 오리엔테이션마저 취소하는 병원이 생기고 있고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COVID-19와 관련해 추가 내용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현장에는 교육받지 못한 전공의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또한 사태가 급물살을 타면서 관련과목 전문의와 전공의만으로 역부족인 곳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신종 감염병과는 거리가 먼 전문과의 전공의들까지 차출하는 병원도 생긴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 다는데, 아무리 교육이 부실해도 감염과 관련이 있는 과에서 전문의 지도하에 1, 2년 동안 곁눈질이라도 하던 전공의와 그렇지 않은 이들은 다르다.

전공의를 값싼 인력으로만 생각하는 수련병원의 현실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생뚱맞은 과의 전공의들은 진료 투입 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있을까? 진료 중에 적절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까? 이 두 가지가 잘 이루어진다고 해도 수련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이들까지 동원 돼야하는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은 정상적인 것일까?

지금 SNS는 속도를 늦추는데 실패한 이유에 대해 날카로운 말로 연일 감정적인 언쟁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시시비비를 가리는 감정싸움은 급변하는 상황마다 불거지는 문제를 흐리게 만든다.

병상 부족, 음압 시설의 부족, 전문가의 부족처럼 당장에 시급하고 주목받는 문제 뿐 만 아니라 감염에 취약한 병실 및 응급실 환경, 응급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인력 배정, 예방이나 역학과 관련한 전공의 미달로 지속되는 전문가 부족, 관련 수련프로그램의 부재와 전반적인 감염 교육의 부재 등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정말 핵심적인 문제들도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감정싸움보다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지나가고 난 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COVID-19는 현 세대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신종감염병이 아니다. 조금씩 양상은 달랐지만 우리는 SARS와 MERS를 격은 세대이고 신종플루도 겪었다. 신종 감염병의 유행으로 드러난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얼마나 파악하고 얼마나 발전했을까? 충분하지 못했지 때문에 또 다시 그 때만큼 혼란스러운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과거는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을 통해 배우고 발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은 COVID-19와의 전투 하나에만 집중하자. 그리고 날카로운 비판과 문제의식은 마치 장보기 목록을 작성하듯 하나하나 적어 서랍에 넣어 두었다가 따듯한 봄날이 오면 잊지 않고 하나씩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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