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슈

|칼럼| 누구나 처음이 있다 (제23기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은혜 수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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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12월이다. 나는 12월이 되면 지난 한 해 동안 썼던 일기를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기를 읽다 보면 시간 여행자가 된 양 당시에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보통은 고민이 많고 힘든 시기일수록 일기장에 구구절절하게 써놓은 경우가 많았는데, 인턴 초반에 쓴 일기가 특히 그랬다.

나의 인턴 첫 주는 하루하루가 처음 하는 일로 가득했다. 첫 당직, 첫 오더 넣기, 첫 동의서 받기, 첫 도뇨관 삽입, 첫 동맥혈 채혈, 첫 비위관 삽입 등등 여러가지 업무 중에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처음으로 기억 남은 것은 수술장 준비였다.

수술장 준비는 수술 전날에 내일 수술할 환자에게 필요한 도구와 재료들을 미리 준비하는 것과 수술 당일에 환자를 옮기고 마취 및 수술 준비를 돕는 것을 의미한다. 모교가 아닌 서울의 큰 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받았던 나는 병원 구조부터가 매우 낯설었다. 수술 전날 필요한 도구와 재료를 준비하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인계장을 보면서 나의 속도대로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술 당일 수술실에 들어온 환자의 마취 및 수술 준비를 돕는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여서 더 어려웠다. 인턴 과정을 마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한두 번 수술 준비과정을 경험하고 나면 금방 배울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내게 그 처음이 유난히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는 수술장 분위기 때문이었다.

나의 첫 수술장 준비를 함께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바쁘고 여유가 없었다. 그분들은 새로 온 인턴에게 자신들의 업무 규칙을 알려주진 않았지만,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업무 진행 과정에서 빠르게 움직이지 않거나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보이면 "인계 제대로 안 받았어요?"라는 말로 질책했다. 나 또한 훌륭한 인턴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그분 들이 알려주지 않았지만 배운 것처럼 미리 알아서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질책을 받을 때면 스스로 한번 더 다그치고 질책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질책을 받고도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그래서 다음부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설명이 대부분 빠져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하는 업무들은 처음 하는 일을 처음 하듯이 미숙하게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많다. 그러나 매년 병원에는 새로운 인턴과 전공의가 들어온다. 처음 경험하는 일들을 훈련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개개인이 알아서 처음이 아닌 것처럼 능숙하게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처음하는 업무를 미숙련자 혼자 감당하게 하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하다.

병원은 모든 업무에서 숙련된 사람이 책임자로 같이 일하면서 미숙련자를 교육하고 훈련 시킬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병원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에는 병원 내 인력배치 과정에서 신입 직원이 배정되는 업무에는 조금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하는 것과 신입 직원의 교육 및 훈련에 사용되는 시간도 업무시간으로 인정해주는 방법이 있다. 병원 협회나 국가 차원에서는 인턴과 전공의가 피교육자로서 병원에서 수련목표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받고 있는지를 매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병원에 개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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