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슈

|칼럼| 시대가 변했다…꼰대문화도 변할까?  (제22기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진현 수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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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보험회사의 광고가 화재다. 배경은 회사 휴게실로 추정되는 곳. 중년의 선배 직원이 "라떼는 말이야"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말이야"라고 자문자답하며 아재 개그를 선보이더니 젊은 후배 직원이 1초 뒤 이해한 듯 웃음을 보인다. 이후로는 '취직은 했냐며 핀잔을 하려 하자 유튜버로서 일한다는 조카', '회사 밥이 집밥 보다 낫다며 시어머니가 연 냉장고를 닫는 며느리', '야식으로 뭘 시켜줄까 하는 팀장에게 '퇴근시켜주세요'라고 화면에 띄우는 사원'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후 '시대가 변했다. 보험도 변했다'라는 카피가 나오며 광고가 끝난다. 최근 시대상을 잘 반영한 만큼 시청자의 공감과 웃음을 끌어낸 점이 인상 깊다.

포털 사이트 용어사전에 '꼰대'를 검색해보면, 이는 학생들의 은어로써 '선생', '늙은이' 등을 의미한다고 나온다. 요즘 유행하는 '꼰대'는 훨씬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인다. 선후배나 나이로 강하게 서열 정리를 하는 사람, 본인의 업적에 심하게 취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 팀워크를 끌어올린다며 회식이나 야근 및 주말 출근을 압박하는 사람, 융통성 없이 자기주장만 하며 다른 사람에게도 본인의 답을 강요하는 사람 등을 비꼴 때 쓰는 단어이다. "나도 고생했는데 너희들도 해야지", "내가 해봐서 아는데…", "다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는 변명이 들리지만, 젊은 층의 공감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꼰대 문화는 전염성이 있는 것 같다. 인사를 안 했다며 후배들을 집합시켜 혼낸다거나, 테이블 수저 준비가 안 되었다며 꾸짖거나, 스스로 해야 할 잡일을 아랫사람에게 시키는 등 '젊은 꼰대'의 위세도 만만치 않다. 역시나 이는 윗사람에겐 향하지 않고 언제나 아래로만 향하며, 누구라도 꼰대가 될 수 있다는 '꼰대의 평범성'을 주장할 수 있을 만큼 만연하다. 꼰대 문화는 사회생활을 하며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예의와 단체 생활을 하며 필요한 단합, 협력과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사적 영역까지 간섭하는 언행은 선한 권유나 조언조차 꼰대 행동으로 평가될 만하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계는 그 특성만큼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를 보이며, 우리나라의 인재들이 모이는 만큼 자기애적이고 강박적인 특성이 나타나는 곳이다. 물론 이런 특성 덕분에 든든하게 치료를 받지만, 한편으론 꼰대 문화의 번식에 알맞은 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

주 평균 80시간 근무 등을 다루는 소위 ‘전공의법’을 향한 수많은 불만과 회유는 그 위력을 가늠케 하며, 전공의들이 호소하는 꼰대 행동은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전공의가 꼰대 문화의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다. 전공의인 필자 또한 과거의 행적을 돌아보면 부끄럽다. 업무 중 발생하는 수많은 사무적 잡일은 저년차 또는 학생의 몫이며, 고년차의 빨래나 프린터 수리, 여행 전 환전 등의 개인적인 잡일까지 시키는 모습도 비일비재하다.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환자-의사 관계와 치료 과정에 있어서 강압적이고 고집스러운 꼰대 문화가 스며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환자나 보호자, 타 직종에 내는 짜증이 단순히 피곤함 때문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치고 고단한 환경 속에서 전공의는 의료계의 잘못된 행동과 사고방식을 비판 없이 따르는 영혼 없는 의사가 되어가고 있다. '전공의법'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로 우리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전공의법’이 개선되고 정착될수록 조금은 심리적 여유가 생길 것이며 환자 건강에서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변화가 보일 것이다.

'전공의법'이 외적 변화를 끌어낼수록 내적인 부분도 발맞추어 변해야 할 것이다. 귀찮게 여겨지는 사무적인 일부터 기록과 처방, 의학적 처치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고된 수련환경 속의 한 톱니바퀴로 무기력하게 '꼰대 문화'에 끌려가는 게 아닌, '꼰대 문화'를 행하는 우리의 능동성이 보이기 시작한 점은 '전공의법'의 또 다른 긍정적이면서도 아픈 영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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