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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은 의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제22기 대한전공의협의회 손상호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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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계의 가장 큰 행사인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가 막을 내렸다. 의료계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정국에 이번에는 내빈의 규모가 많이 줄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선거가 가까워져서인지 오히려 여느 총회보다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신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의료계의 중요한 행사마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축사가 무척 인상 깊었다. 한 의원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며 총회의 시작에 일침을 가했고, 다른 의원은 의사들의 사회성이 부족해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지적하였으며 또 다른 의원은 의사들이 말하는 것이 국민건강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것이지만 전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분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다르구나 싶다.

작년의 총회가 새 집행부 구성으로 뜨거웠다면 올해 총회는 의사 사회의 대원칙이라 할 수 있는 정관과 관계규정 개정안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를 위한 준비로 정관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지난 몇 달간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정말 오랜 시간 토의를 했다. 중대한 사안인 만큼 첨예한 찬반 논쟁이 있었지만 대립에 이르지는 않았고 가능한 모든 안건에 대해 다수결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설득과 양보로 합의를 도출하고자 노력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과정에서 모든 위원들이 함께 가졌던 마음은 이것이 특정 집행부나 지역 내지는 직역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 구성원 모두에 공명정대하게 작용하여 궁극적으로는 갈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도구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고심 끝에 내놓은 안이 정작 총회에서의 법·정관 소위원회에서는 시작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은 분명 보장되어야 하겠으나 일부 주장은 한편으로는 그 참신함이 놀라울 정도의 음모론에 가까운 수준이기도 하였다. 이 모든 과정에 참여했던 회원으로서 우리의 선한 의도를 왜곡하려는 시도와 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논의는 하지도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한바탕 논쟁을 거치고 난 이후의 결론은 다시 원점이라는 것이다. 결국 모두가 지향하는 바는 같을 뿐 아니라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인데, 단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비난하는 과정은 속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볼 때 내분도 해결하지 못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작년 이맘때쯤, 국민들에게 투쟁 의지를 알리기 위해 의협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고 시작할 것이며 초기사업비로만 1억 원 정도에 가까운 지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필자는 의사협회는 방송 전문가도 아니고 홍보 전문가도 아니니 차라리 그 예산으로 전문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국민을 대상으로 이미 나락에 떨어진 의사들의 이미지 개선과 우리의 진정성을 알리고 소통할 방안을 고민해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담당자는 컨설팅업체가 의료계에 대해 잘 모르니까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고 답하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새롭게 시작된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 활동에 관하여 그동안의 홍보활동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에 관한 논의가 있자 담당자는 의사들에게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의사들은 이미 다 아는 얘기인데 무슨 필요이냐 하니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란다. 국민들은 이런 이야기에 관심도 없다고 하자 사실 아직은 확실히 대상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해 임시대의원총회에 이어 이번 정기총회에서도 대의원들은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계속해서 큰 결단을 내리고 있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도 십시일반으로 모은 회원들의 회비로 방송국을 만들어주었고, 올바른 것을 위한 투쟁에 전념하라며 격려하였으며, 한정된 인원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이들의 노고를 안타깝게 여겨 정관을 고치고 집행부 인원을 대폭 증원하는데 동의하였다. 남 탓은 소위 무능력한 좌파의 특징이라고 흔히들 이야기 한다. 적어도 현 의협 집행부는 무능력하지 않고 좌파는 더더욱 아니다. 탓 할 거리를 어떻게든 줄여주기 위해 회원들은 노력해왔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같다는 믿음이 있기에 조금 더 인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기다리지 않는다.

총회에 참석하셨던 윤일규 의원께서는 축사의 첫 마디를 "의료계를 위해 일할 생각이 없다"는 단호한 선언으로 시작하시며, 그러나 "올바른 것을 말하겠다"고 덧붙이셨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도에서 벗어났다거나, 지나친 집단 이기심의 발로라거나, 또는 올바르지 않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어릴 때부터 자의이든 타의이든 간에 모범생의 삶만을 살아온 의사들에겐 옳지 못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개인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신문과 뉴스를 통해 적절히 편집된 의사집단의 모습을 보는 것만이 의료계에 대한 인식을 형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국민과 사회에게 의사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이해해줄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을까. 아니, 이 모든 것을 떠나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만약 의사가 아니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의사들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http://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ID=1126124&fbclid=IwAR3zJ8yoERmhIqq2HHZEc9ULZSpqaTWSJP52ygsnvanrvY1lIF2ev4r5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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