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슈

|칼럼| 인턴도 전공의입니다 (제22기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지후 대외협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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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당직 날 밤 1시간마다 동맥혈채혈을 했던 적이 있다. 환자도 밤새 6번쯤 동맥을 찔렸다. 한두 번 반복되니 결과가 궁금했다. 병동으로 내려갔다가 채혈을 하고 당직실로 돌아와서 침대에 눕지 않는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환자는 말기 암 환자였다. 채혈 검사는 그 전의 결과와 비교해서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처방도 추가된 것이 없었다. 잠시 후에 병동에서 전화가 왔다. "동맥혈채혈 있습니다" 이 과정이 몇 번 반복됐다. 함께 당직을 섰던 내과 레지던트의 생각이 아주 궁금한 밤이었다. 대체 무엇을 알고 싶어서 또 처방을 냈을까.

2018년도 수련규칙 표준안에 제시되어있는 정의에 의하면 '인턴'이란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으로서 일정한 수련병원에 전속되어 임상 각 과목의 실기를 수련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턴의 업무는 실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실기를 수련하는 사람이 실기 중심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얼핏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행의 인턴 수련 과정은 수련의 측면에서 합리성과는 거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는 현장에서 마주치는 흔한 문제 상황 중 하나일 뿐이다. 인턴 업무 과정을 자세히 보면 문제점이 드러난다.

인턴의 업무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레지던트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을 내리면 간호사가 확인하고, 인턴에게 시행할 실기의 내용을 전달하면 인턴은 실기를 시행한다. 이러한 업무 흐름 상 인턴은 자연스럽게 의학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핵심인 ‘레지던트가 처방을 내리는 단계’와 ‘실기의 결과를 통해 다음 처방을 결정하는 단계’ 과정에서 소외된다. 심전도, 소독, 채혈 등 인턴이 수행하는 실기는 대체로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실기 자체에 능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인턴이 실기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시점부터는 수련이 아닌 근로를 하는 셈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되다보니 인턴도 수련을 받는 전공의라는 사실이 등한시되는 모양새이다.

2018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전공의 수련병원 평가 비교분석에서 수련환경에 대한 인턴들의 의견을 알 수 있다. 각 연차의 학습 과정이 적절하게 구성되어있는지에 대한 항목에서 인턴 응답자 총 934명 중 약 28%인 269명이 '전혀 아니다'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이는 454명으로 총 응답자 중 77%인 723명이 '인턴의 학습 과정이 적절하게 구성되어있는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현행 인턴 과정을 수료한 의사는 많은 실기에 능숙하다. 그러나 임상적 상황을 판단하여 검사와 처치를 결정하는 의학적 의사결정은 미숙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학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실제로 인턴과 레지던트가 바뀌는 3월을 전후로 예비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자체 사전교육을 시행하는 과가 점차 늘고 있다. 인턴은 1년간 주 최소 80시간의 수련을 한다. 그럼에도 별도의 사전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결국 이들 과에서도 인턴 학습 과정이 레지던트가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한 때 인턴제 폐지론이 제기되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턴과 레지던트는 일련의 수련 과정이다. 인턴 수련 과정은 적절한 방법을 통해 레지던트 과정에서 수행하게 되는 업무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실기 수련의 의미와 목적을 생각하면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인턴 수련 과정에서 의학적 의사결정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새로운 수련이 시작되는 3월이다. 병원 곳곳에서 인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선배 의사들이 병원에서 마주치는 새로운 인턴들도 전공의이고 피교육자라는 쉬운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힘든 수련을 거치며 얻은 값진 경험을 인턴에게도 조금은 나눠줬으면 한다. 수련을 위해 내딛은 첫 발걸음이 존중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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