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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환자에게 치명적인 의료분쟁조정법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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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환자에게 치명적인 의료분쟁조정법의 향기


송형곤의 醫藥富業 


일명 ‘신해철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된 지 벌써 한달여가 지났다. 작년 5월 29일 국회를 통과하고 6개월의 경과 기간을 가져 11월 30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유명 연예인의 이해하기 힘든 죽음을 통해 그 개정이 급물살을 탔고 여론의 힘을 빌려 순식간에 국회를 통과해 버렸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결국 논란이 됐던 조항은 제27조 9항이었다. 의료사고가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 1급에 해당하는 경우 자동 개시된다는 내용이다.

 

의사들, 특히 중환자를 치료해야만 하는 전문과 의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조항이 가져올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공의들도 마찬가지였다. 잘잘못을 떠나 사망이나 중환자실에서 한달  이상 입원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치료할 때 한번쯤은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조항이, 환자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법에 떡 하니 들어가 버린 것이다.  


필자는 응급의학 전공이다. 사실 지금은 임상 현장에서 떠나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환자를 보는 것에 대한 향수는 아직 있다.


 필자의 메일주소는 ‘cprking’이다. 인턴을 마치고 과를 정할 때 힘들어도 사람 제대로 살리고 싶어서 응급의학을 택했는데 전공의 1년차 시절 약간의 치기를 갖고 정해버린 메일 주소이다. 그러한 연유로 아무리 약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임상 현장을 떠났지만 무언가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달에 두 번 정도 지금도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재난 당직을 서고 있다.


대량 재해 상황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전산 상 파악된 가용한 의료자원, 즉 수술가능여부, 가용한 중환자실 및 응급병상 등을 파악해 최선의 환자 이송을 위한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24시간 운영되며 서울 경인지역 응급의학과 전문의 40여명이 본인이 속한 의료기관의 근무가 아닐 때 재난 상황의 팀장으로 교대 근무를 한다. 그런데 재난 상황이 많은 것이 아니어서 1년여 전부터 전원조정업무를 같이 하게 됐다. 전원조정업무는 응급실에 내원한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해당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대신 전원 가능한 의료기관을 알아봐 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작년 말 의분법이 개정된 후 한달이 지나 재난 당직 근무를 할 때의 일이다. 50세 정도 되는 여자 환자가 1주일 전 침대에서 떨어져 엉덩이와 허리 쪽에 혈종이 생겼는데 헤모글로빈이 4 정도 이고 수혈을 했음에도 3.8 정도로 오히려 떨어지면 쇼크 상태로 진행되는 것 같아 혈관조영술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전원 의뢰가 접수됐다.


다행히 환자는 골절은 없지만  알코올성 간경화에 출혈성 경향이 있었고 보호자는 같이 살고 있지 않아 연락은 됐는데 언제 도착할지는 모르는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이 환자를 전원시키기 위해 10군데 이상의 병원에 전화했지만 결국은 ‘똘끼’ 충만 이국종 교수가 있는 수원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로 전원하게 됐다(그 병원은 응급실 의사에겐 너무 유명하다. 웬만하면 다 받아 주니까. 특히 외상환자는…).


사실 당장 수술할 상황도 아니고 혈압이 안 잡히는 것도 아닌데 왜 전원이 힘들었을까. 우선 간경화 환자는 피가 잘 안 멎는다. 손대면 손댈수록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아예 골절이 있어 수술을 바로 해야 한다든가 하면 어디서든 받을 텐데 애매한 경우다. 또 보호자가 같이 살지 않는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 며칠 술이 안 들어가면 금단증상이 오고 그야말로 상황이 악화되면 최선의 치료를 했어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한 환자인 것이다.


처음 전원 요청을 받고 ‘아, 이거 보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한 서너 시간을 정말 애쓴 끝에 서울 북서부 병원에 있는 환자를 수원까지 보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환자 전원요청을 받은 병원의 태도들이 묘했다. 티가 나게 위독한 환자는 안 받을 경우 여러 책임 문제가 따르지만 이 환자는 병원에서 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일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의료분쟁의 자동개시가 된다면 정말 힘들어 질 것이다. 의식 있고 단지 침대에서 떨어졌을 뿐인데 한 달 내에 합병증으로 의식을 못 찾거나 사망하면 보호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그야말로 멀쩡히 들어와서 죽어 나가게 됐다고 할 테니까. 정말 모든 의사들이 받고 싶어 하지 않은 환자가 된 것이다.


결국 의분법은 이러한 향기를 풍긴다. 그 냄새를 향기라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그 향기는 결국 환자에게 치명적이 될 것이다. 또한 죽음이 예견되더라도 치료를 시작하는, 무조건 수술장으로 끌고 가는 의사들의 결기가 이런 향기로 마취될 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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