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상태 노티, 회진, 수술 consult 등 전공의들이 해야할 일이 저희 주 업무에요. 항생제 같은 약도 거의 PA들이 처방하고 있어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교수님들이 아이디를 주면 그걸로 하죠. 위에서 시켜서 일은 하고 있지만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 받을 권리를 뺏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 때가 많아요.”


경력 5년차 어느 간호사(A씨)의 고백이다.

A씨는 자신을 BIG 5 병원 중 한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PA(Physician Assistant)라고 소개했다.

A씨가 자신을 소개 한 후 기자에게 처음 건넨 말은 환자들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는 것이다.

A씨는 “의사들에게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자신에게 치료와 처방까지 받는 상황을 겪을 때마다 자신이 환자들의 정당하게 진료 받을 권리를 뺏고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A씨가 적절한 교육 없이 이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PA들은 제대로 된 교육이나 자격 없이 전공의들의 업무를 하고 있다”며 “다른 진료과 전공의들과의 컨택도 많이 발생하는데, 전공의와 간호사 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문제가 될 때도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아픈 사람을 돌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시작한 간호사 업무가 자신에게 더 이상 행복을 주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국립대병원 PA 인력 4년 간 2배 이상 늘어

PA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국민 건강에 위해(危害)가 된다는 점이다. 담당의사가 진행해야 할 수술 및 시술을 시행하거나, 처방권 행사 등 PA의 온갖 불법 의료행위가 만연해진다면 결국 그 위해는 국민에게 간다.

A씨의 고백처럼 무자격자의 불법 처방 등으로 인한 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또 환자 상태가 나빠지더라도 그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PA에게는 의사면허를 받은 자에게 물을 수 있는 민사, 형사, 행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의사면허 없이 시술 및 처방을 한 PA 자신도 명백한 의료법을 위반한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PA제도는 전문의 양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PA는 보통 전공의 지원이 부족한 외과계에 만연해 있는데, 의료기관이 이들에게 수술, 처방 등의 의료행위를 불법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전공의들에게는 수련기회를 박탈하는 게  돼 버리기 때문이다

전문의의 고용기회 축소로 외과계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PA 숫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PA 인원은 2010년 228명에서 2014년 505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PA가 많이 근무하는 진료과는 외과, 내과, 흉부외과 순이었다. 2014년 505명의 PA 중 이들 3개 과에서 근무하는 PA만도 225명(44.5%)에 달했다.

전통적으로 전공의들의 업무 로딩이 많은 과이기에 다른 과보다 PA인력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도 ▲국립대병원 PA수가 전년대비 약 10% 증가했다는 점 ▲PA 관련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 등의 지적이 나왔지만 여전히 개선은 미비한 실정이다.


기동훈 회장 “PA가 아닌 UA로 불러야”

PA제도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우선 PA는 UA(Unlicensed Assistant, 무면허보조인력)라고 불러야 한다”며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해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들자 일부 병원이 줄어든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메우기 위해 호스피탈리스트 등의 의사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UA를 고용해 환자진찰, 처방, 회진 등의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에게 의사가 아닌 UA가 진료하는 것을 고지하지 않기에 환자는 당연히 본인을 진료하는 사람이 의사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의사에게 진찰받을 환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은 물론이고 응급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울 수 있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 회장은 PA제도가 만연해 진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가 편법으로만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 회장은 “현재 수가로 의사를 고용할 수 없다면 수가를 올리도록 정부를 압박해야 하고 의사가 없다면 당연히 환자수를 줄이고 수술을 늦춰야 한다”며 “이로 인한 불만과 환자 피해는 오롯이 정부의 잘못인데 왜 이것을 편법적으로 간호사를 고용해서 환자를 진료하게 해 환자와 병원, 의사, UA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참담할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