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8]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간호사연대 입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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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간호사연대 입장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사건’ 제대로 된 역학조사와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


최근 질병관리본부에서 지난 해 12월 일어난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대한 역학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결과보고서에는 분주된 지질영양주사제(스모프리피드, Smof lipid) 오염이 신생아 사망과의 역학적 개연성 및 인과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질병관리본부는 의료진이(간호사가)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신생아중환자실 내 오래된 위법한 관행을 묵인하고 방치하며 오히려 악화시킨 관리 감독자의 중대한 과실, 환자 안전의 가장 기초가 되는 의사의 감염교육 등 미(未)실시, 의료진 중 누구도 약물의 사용지침(주의사항 등)조차 읽지 않을 정도의 무책임한 태도 등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의료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미흡한 수사방식과 의료사고에 대해 개인책임 중심으로 만들어진 역학조사는 의문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망사건과 관련해 의료진 7명 전원이 29일 기소되어 박 모 교수와 수간호사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다. 나머지 조 모 교수와 다른 교수 1명, 전공의 1명, 간호사 2명 등 5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된다. 그러나 여전히 병원 경영진을 비롯하여 이 사태를 방치해온 가장 상위의 관리자들과 더 나아가 정부는 책임을 지기 위한 무엇도 하지 않고 있다.


교수, 수간호사, 전공의, 간호사만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
이대목동병원은 보건복지부 병원인증평가를 매번 통과해왔는데 인증기관이나 보건복지부가 이런 시스템을 몰랐다는 것이 정상인가?


우리 나라의 소위 Big5 병원이라 불리는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특수조제실이라는 TPN 무균조제실이 있으나 이조차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병원들이 더 많다. 


이대목동병원 역시 병원 내에 무균조제실이 있었으나 주말에는 조제실 운영을 하지 않았고 주말분을 미리 만들어 보관 후 사용해야만 했다. 일부 약제에 대해서는 늘 병동에서 간호사가 투약준비실 내 싱크대 옆 처치대에서 분주 및 조제를 해야만 했다. 

일부 신생아중환자실 출신의 간호사들 증언에 의하면 지금까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분주와 더불어 수시로 추가 처방되는 전해질이나 약제들 또한 간호사들이 조제해왔다.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간호사들은 분주가 이 사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다른 병원현장에서 분주는 다 해오던 일이기 때문이다. 투약 준비 시 글러브 착용이 원칙도 아니고 지침도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신생아중환자실 감염관리 지침을 마련하겠다며 연구용역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그동안 병원 자율에만 맡겨온 결과 상급종합병원들 내에서도 시설과 의료시스템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결국 표준화되고 강제성 있는 지침이 없는 상황이 만든 총체적 문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침만 부재했던 것이 아니다. 감염예방을 위해 필요한 신생아중환자실의 침상 간 최고 간격에 대한 규제도 없었다. 약제에 대한 교육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임상의 현실이다. 투약준비실, 신생아중환자실 감염관리를 전담할 의료 인력은 어디에 있는가? 주말에는 조제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운영을 하지 않았고, 주말 간호사 근무자도 줄이고, 의사도 주말당직으로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었다. 전문의도 아닌 전공의 한 명이 전체 신생아 중환자실 모든 환아 상태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과 처치가 가능했을까? 이처럼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모든 관리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면 이야말로 환자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몰아붙이는 처사가 아닐까?


우리 병원의 감염관리체계는 완벽하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는 병원이 대한민국에 있을까? 감염관리뿐만 아니라 환자안전체계를 잘 정비하고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병원이 존재할까?


현재 사건 책임과 관련해 중요한 주체인 병원과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정부는 빠진 상태다. 이 죽음의 책임은 그동안 병원들의 이런 부실한 체계를 방조하고 오히려 부추겨 온 보건복지부에 있다. 신생아 중환자실의 관리 책임은 의료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대목동병원 당국에 있고, 그 위에는 보여주기식의 의료기관평가를 매번 통과시켰던 보건복지부가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함이 아닌, 형식적인 의료기관 인증평가만으로 잘못된 관행들을 양산해온 보건복지부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 간호사들 또한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시스템의 비극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의료진 꼬리자르기식 수사과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일하고 있는 수많은 간호사들에게 허탈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의료기관평가와 실제 현장과의 괴리로 인하여 비슷한 사건이 자신에게도 벌어질까 두려움까지 느끼게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잘못된 관행을 바꿀 책임은 감염관리지침이나 규정을 만드는 데에 아무런 권한도 없는 일개 간호사, 의사가 아닌 이대목동병원과 보건복지부에 있다. 


정부는 이대목동병원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8년 5월 8일 화요일
간호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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