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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공의협의회 임무를 마치면서, 김이준 전 대전협 정책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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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공의협의회 임무를 마치면서

 

대한민국 전공의들은 부조리의 바다 위에 섬으로 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의사의 권리에 관심이 없으며 전공의들은 일에 매몰된 나머지 자신의 권리를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아도 마땅히 주장하지 않는다. 비극은 원인이 결과를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전공의들이 전문의를 따고 나온 이후의 세상은 더 이상 의사라는 직업이 보람이나 자부심으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전공의를 박사후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고 공부하는 과정이니 일반 근로자와 같은 대우를 온전히 바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전공의는 우리 나라 대형 병원의 중추적인 의사 인력이다. 한 마디로 전공의가 없으면 운영 가능한 수련병원이 단 한 군데도 없다. 만약 전공의가 단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전국의 의료는 마비된다. 전공의는 절대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아니다.

 

정부의 전공의 수급 정책을 보면 매년 의대 졸업생의 숫자와 전공의 선발 숫자를 1:1로 맞추는 것이 목표이며 실제로 거의 1:1이다. 모든 의대 졸업생이 사실상 전공의 과정으로 들어간다. 전문의가 너무 많다고 판단되어 전공의의 수급을 반으로 낮추고 일반의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어떠한가? 그런데 많은 나라에서는 일반의를 양성하는 것도 단지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2-3년 과정의 일반의 과정을 수료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가정의학과가 있어 이와 비슷한 3년제 수료 과정이 있으며 사실 상2년이나 5년이나 전공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현재의 전공의 과정에 큰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는다. 즉, 의대 졸업생이 전공의가 되는 과정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국가 차원의 결정이며, 전공의는 의사 정부가 생각했을 때 국가 차원에서 양성해야 한다고 판단한 필수 의료 인력이다.

 

그런데 바로 이 전공의 과정을 거침으로 인해서 전공의 자신들의 미래를 짓밟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수련 병원들은 전공의들에게 200% 의존하는 구조이다. 전공의 한 사람이 근로기준법을 초과해서 두 명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임금은 시간으로 따졌을 때 최저임금 수준이며, 당직비에 관해서는 최저 임금을 한참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고 있다.

 

저렴한 전공의 인력을 무기로 수련병원들은 일반 개원가의 외래 환자를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의료체계붕괴로 환자들의 대형병원쏠림 현상이 일어남에 따라 개원가는 현재 매우 어렵고 앞으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바로 이 개원가가 미래의 전공의들이 일하게 될 곳이다. 전공의들이 병원에 법을 초월한 반인권적 노동력을 제공한 탓에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병원들은 하소연을 한다. 병원이 악덕해서가 아니라 의료수가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의료인의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가 턱없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피해를 오롯이 후배 의사들인 전공의들의 현재와 미래에 짐 지운다는 점에서 소위 선배 의사들인 병원경영자들은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이 상황까지 수가 체제가 왜곡되도록 내버려둔 정치적 무능과 무지, 그리고 안일한 소극성 역시 비판 받아 마땅하다.

 

무엇이 적정한 의료 수가인가에 대해 보건복지부 과장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적정 수가에 대한 견해 대신 “현실 불가능성”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오늘날처럼 의료 수가가 적정 수준으로 회복 불가능할 지경의 수치가 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 이유를 알아내어 더 이상의 악순환을 막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실시하는 국가보험체제이며 국민의 보건의료 측면과 세계적 추세를 고려했을 때 향후 당연지정제의 폐지는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의료의 가격 결정권을 바로 보험회사가 일방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보험회사는 바로 정부이다. 수가 협상 구조는 유명무실하며, 보험공단이 수십 조의 재정 흑자를 본 해에도 정부는 수가 협상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즉, 그들은 의료 왜곡 문제의 해결에 전혀 관심이 없다. 앞으로도 정부는 병원이 고사하지 않을 정도에서만 숨통을 트여줄 것이며 전공의들이 조용히 있는 한 전공의 문제를 해결할 의향도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5년은 고통스럽겠지만 5년 이후는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바로 당신이 병원에 헌신한 5년 때문에 당신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그 동안 정치권에서는 국민들이 의료의 보장성에만 관심이 있을 뿐, 의료의 질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들도 깨닫기 시작했다. 의료의 질 문제는 결국 생사의 문제라는 것을. 국민들은 이제 정상적인 의료 환경을 위해 충분히 투자할 의향이 있다. 현재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코 의사들에게도 환자들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환자들은 돈은 돈대로 들면서 정작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는 싸구려 의료만을 살 수 있거나 아예 살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필수적이지 않으면서 비싼 비급여 의료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내야 한다. 유리한 것은 오로지 보험회사들이다. 보험회사들이란 바로 거대정부(보험공단)와 사보험 회사들이다. 필수의료를 전공한 의사들과 필수 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싸구려 비용으로 싸구려 의료만을 사고 팔 수 있을 뿐이다.

 

의사 사회 내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태동하는 중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비롯하여 각종 의사 단체들이 일어서고 있다. 이것은 정부의 의료 통제가 강화될수록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움직임이며 이미 많은 나라에서 의사 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의 활동에는 많은 기대를 걸고 싶다. 정부의 의료 통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데 아직까지 정부는 통제에 비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의사 단체가 주장해야 하는 측면은 정부의 국민에 대한 책임 부분이다. 이 싸움은 환자들을 위한 것이다. 의사들은 의료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고 왜곡을 거부하는 싸움뿐만이 아니라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 당신은 또한 한 가정의 가장일 것이다. 왜곡된 의료 환경의 피해는 오롯이 미래 당신의 가족이 받는다. 만약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가족의 숙제라고 생각하라. 이제 우리는 반격다운 반격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고생하는 모든 전공의 선생님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10년 뒤에는 모두 웃으면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부회장 김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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