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칼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회장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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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대한민국 전공의들에게 너무나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신형록 전공의는 당직을 서던 중에 세상을 떠났고, 남아있는 16천 전공의들은 과로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상을 버티며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3, 우리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통계로 보면 많은 병원이 주 80시간, 연속근무 36시간을 준수하고 있다고, 해마다 위반 병원의 수가 적어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내는 전공의들은 알고 있습니다. 정규 근무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ID가 차단되어, 당직 전공의 ID로 처방을 내는 유령 의사의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환자는 끊임없이 입원하고, 응급실로 내원하기에 전공의가 정규시간대로 퇴근을 하면 그 환자의 처방은 남은 당직 의사가 밤을 새우며 내도 다 끝내지 못한다는 걸.



지난 몇 년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들을 대변하여, 끊임없이 외쳤습니다. 전공의들이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EMR 차단 같은 꼼수는 없어야 합니다. 이전처럼 당직 의사가 100, 200명씩 콜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을 혼자 끙끙 고민하며 해결하려고 하고, 밤새워 수술하고 또 다음날에도 수술에 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은 없어야 합니다. 똑똑한 전문의, 실력 있는 전문의,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의사를 만들어내려면 수련병원에는 환자를 보는 더 많은 숙련된 의사가 필요합니다.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전공의들을 착취하는 시스템은 부끄러운 일이고, 대한민국 의료계의 치부입니다. 사회적, 문화적 가치만이 선진국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료 환경과 수련 시스템도 선진국을 따라가야 합니다.

 

200년 전에 노예 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고, 100년 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넣었고,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를 당했습니다. 이처럼 옳은 일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싸워야 하고, 얻어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옳은 일을 만들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19년 대한민국에서 미친 사람과 테러리스트처럼 외쳤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2020년은 슬픈 소식보다 전공의들에게 힘이 나는 소식, 의료계에 설레는 소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직도 근무시간과 수련환경에 대한 개선은 갈 길이 멀지만,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수련의 질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자 합니다. 어깨너머로 배우던 도제식 교육에서 벗어나, 체계화된 교육의 커리큘럼에 대해서 논의할 때가 왔습니다. 인턴을 병원 내 어느 직종보다 하찮고 막 부리는 인력으로 여기던 사고를 버리고 제대로 배울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전공의들도 전문의 필기시험만 합격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수련 기간 동안의 역량을 강화하고 그것들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연시 여겨져 온 일들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은 100도에서 끓기에, 당장은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끓는 순간으로 가기 위해 계속해서 온도를 올릴 것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민국 전공의들의 2020년은 그렇게 계속 뜨거울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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