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칼럼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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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iness)


프라하에서 IBM직원으로 일하는 친구가 잠시 귀국하여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흥미롭다. 영국에서 체코로 발령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을 보이며 그는 야근을 ‘자청’ 했다고 한다. 모든 동료들이 퇴근했을 때도 나머지 일을 정리하고 사무실 청소까지 하며 다음날을 준비했다. 그랬던 그에게 동료 한 명이 던진 말이 그의 야근을 멈추게 만들었다고 한다.


“Lee, 당신은 우리가 수십 년 간 일궈온 직장문화를 망가뜨리고 있어. ”


전공의특별법 발의를 앞둔 시점에서 흔히 접하는 부정적인 시각은 요즘 전공의들이 너무 놀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안전이란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놀고 싶어서 그런다는 것, 결국에는 수련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선을 처음 접했을 때에 나는 '놀지' 않고 '쉬는' 것이며 추가로 주어진 시간에 이와 같은 일들을 할 것이다, 저런 공부를 할 것이다 라며 그들에게 전공의특별법의 당위성을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꼭 이렇게 해야할까?


Wikipedia는 놀이를 인간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 기존의 '놂' 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버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전공의가 즐거운 일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부끄럽고 남들의 지탄을 받을 만한 일인가? 바쁜 일과를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과 최소한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남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일일까? 주어진 시간을 진료와 자기계발에만 사용해야 하는 것인가? 전공의특별법의 모형이 되고있는 유럽, 미국, 그리고 가까운 일본에서 전공의 수련시간을 단축했다고 수련의 질이 떨어졌을까?


삶은 우리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한다. 전공의, 한 가족의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의 자녀, 누군가의 연인이자 친구, 건강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젊음 등. 물론 수련의로서 전공의수련이 우리의 본분이겠으나 나머지 역할들도 모두 소중하고, 이를 수행 할 최소한의 시간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의 사용은 오롯이 개인의 가치관에 달린 문제이다. 사회의 요구가 개인적 시간의 사용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여러나라의 근로기준법이 신기하게도 주 40시간 전후로 수렴되는 것은 그 정도에서 일과 개인의 삶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전공의들은 주 100시간이 넘는 수련을 하면서도 개인의 삶, 특히 노는 시간을 요구하는것을 스스로 금기시한다. ‘논다’ 는 것은 나쁜 것, 게으른 것이라는 편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사회의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광고에서도 아예 ‘놀자’ 라는 선전문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여러 매체를 통해 적절한 놀이와 휴식, 개개인의 인간적인 삶에서 그 긍정적 영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부족한 인프라에도 잠못자며 수련받고 열심히 진료하신 선배님들 덕분에 우리나라의 의료가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었음을 인정한다. 숨가쁘게 달려온 결과 우리나라의 의료는 질적, 양적 성장을 이뤄냈으니 이제는 의료를 키워내는 의료인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줘야 할 만큼 우리의 의료환경이 성숙되어야하리라 믿는다.


얼마되지않은 전공의 수련을 되돌아보면 부끄러웠던 일들이 참 많다.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 나는 불친절한 의사일 수 밖에 없었고 (물론 부덕의 소치이기도 했으나) 지우고 싶은 '나쁜 의사'의 기억이 있다. 이런 기억을 통해 느끼는건 내가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전공의들이 같은 생각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나의 삶도 돌보고 아껴주자. 그래서 좀 더 즐겁고 행복한 의사가 되어 그 긍정적 에너지가 환자를 돌보고 연구하는 데 그대로 전달되는 아름다운 문화를 일궈(cultivate)나가자. 작은 변화들은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전공의특별법 제정은 그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전공의특별법이 입법화되어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 그리고 환자 모두가 행복한 풍경을 그리며 펜을 놓고 다시 병동에 가야겠다.

 

7월의 장맛비가 메마른 농심을 촉촉히 적셔주고, 메르스에 맞서 방호복을 입고 진료에 매진중인 모든 의료진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길 바라며...


2015. 6. 25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평가이사 조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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