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칼럼

4월. 전공의에게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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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전공의에게도 봄은 오는가

- 전공의특별법의 내용과 향후 과제 -

1월 1일. 한 해가 시작되지만, 병원은 3월과 함께 새로운 1년을 시작한다. 그렇게 새로운 얼굴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우리의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람은 봄의 온기를 담고 얼굴에 부딪히지만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우리 전공의들에게 이런 낭만은 사치일 뿐이다.

참으로 오래 전부터 전공의 수련 시간과 수련 환경의 열악함과 개선 필요성이 재기 되어 왔다. 그러나 그 간절한 필요성, 수없이 재기된 요구의 당위성이 커지고 지속될수록 역설적이게도 그 요구는 그저 일상적이고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는 인식도 저변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의정합의의 결과로 도출 된 주당 88시간 근무는 실질적인 근무 환경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TO 축소와 같은 현실적인 위협 앞에 ‘이중 당직표’와 같은 서류상의 개선은 성취되었을지 모르지만, 우리 전공의의 삶은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나아진 것이 없다’, ‘차라리 이 전이 나았다’라는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전공의의 TO를 결정하는 병원협회가 수련평가를 담당하고, 호스피탈리스트로 대표되는 대체 인력 수급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전공의를 그저 값싼 노동자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대다수의 병원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비극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 병원협회는 TF 팀을 구성하여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공의 수련환경을 위한 특별법 (가칭, 이하 전공의 특별법)’을 추진해 왔고, 특별법의 취지에 공감한 김용익 의원실의 도움이 더해졌다. 특별법의 초안 작성 과정은 차츰 동력을 얻게 되었고, 그 결과 지난 3월 12일 김용익 의원과 의협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대전협이 주관하는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공청회를 준비한 주최측도 놀랄 정도로 세미나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 자리에는 동료들의 양해를 구하거나, 휴가를 사용하여 참석한 전공의도 있었다.

전공의 특별법은 크게 수련조건 개선과 수련환경평가기구의 독립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수련 시간의 경우 주당 최대 40+24시간(추가 24시간의 경우 전공의의 동의를 받아 교육적 목적에 한함), 연속 30시간 이하, 수련 간 10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보장을 명시하고 있으며, 주당 1일 이상의 유급휴일, 연장 수련 및 야간, 휴일 수련시 가산금 지급 등 그동안 비현실적이었던 임금에 관련된 개선안도 포함되었으며, 국가가 수련에 필요한 금액을 보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병협에서 담당하던 수련환경평가를 보건복지부에서 설치하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공의수련환경평가기구’를 설립하도록 하였다. (법안 전문은 아래 참조)

전공의 특별법은 지난 의정합의에 의해 도출된 ‘전공의 수련 개선안’에 비하여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단축을 표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공의의 교육권과 신분을 규정하여 전공의의 기본적인 인권과 수련환경 개선을 명시하였으며 수련환경 관련 항목을 법제화하고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특례를 지정하도록 하였다. 더불어 사용자가 중심인 병협이 아닌 독립적인 수련환경평가기구를 운영하고 주먹구구 식으로 진행되었던 전공의 인력 수급 계획도 체계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기본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아울러 전공의 수련의 공익적 측면을 강화하여 수련비용의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토록 하였으며, 그 동안 여성 전공의의 출산과 같은 인권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큰 진전을 이루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통상 공청회 이후 해당 소위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안건이 상정되어 표결을 거쳐 새로운 법안이 신설된다. 즉, 현재의 법안 내용이 실제로 통과되기까지 여러 가지 과정과 진통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첫째, 현재 전공의 수련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병협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이번 공청회에도 병협은 끝내 참석을 거부하였고, 심지어 공청회를 무산시키려는 움직임까지 확인되었다. 전방위로 입법을 무산시키기 위한 로비를 지속하는 병협을 이 논의에 다시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당위성을 의사 사회 내부에서부터 확고히 다져나가는 일이 필요하다.

둘째, 수련시간 감소에 따른 대체 인력 고용 및 수련 비용의 정부 보조를 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공청회에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도 전공의특별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였으나, 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국가 예산을 투입할 경우 추가 세입 또는 건강보험료 인상 등의 방법의 형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증세의 한 형태로 비춰져 국민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수련의 질이 높아지고 전공의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해질수록 환자의 안전도, 국가의료의 미래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공유해 나가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도 법안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실제 입법이 이루어지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과정에서 본회의 상정과 통과를 위해 불가피하게 특별법 초안보다 후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현실적으로 열악하고 착취적인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어서는 안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발언 시간에는 지난 수 십 년간 한결같았던, 하지만 변함없었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요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전공의의 수련 현실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으며, 미동조차 않았던 제도와 ‘노예’와 같은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환자 치료를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적지 않은 전공의들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더 이상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환자들을 살려주십시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마지막 메시지에 공청회장은 숙연해졌다.

어쩔 수 없다는 패배의식, 참으면 될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 지나가면 내 일이 아니라는 이기주의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몇 번의 꽃샘추위가 지나가더라도 결국은 봄이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들의 겨울도 이제는 끝내야 할 때가 왔다.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외협력이사 김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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