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칼럼

살아남아라! 전공의!

모바일 App 사용자에게는 실시간 전송!

“살아남아라! 전공의!”

최근 난데없이 개복치라는 물고기가 SNS 타임라인에 범람했다. 개복치가 성장했다느니, 돌연사 했다느니 하는 포스팅이 눈에 자주 띄었는데 알고 보니 게임 이야기였다. 개복치는 복어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인데 크게는 4미터 이상 자라는 거대 어류지만 성정이 온순하고 몸이 안팎으로 연약해 어이없게 돌연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개복치는 알을 3억 개나 낳지만 그 중 한 두 마리 정도만 성체로 자라 대를 잇는다. 개복치를 대를 이어가며 살아남게 하는 게임이 사람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었던 모양인지 별 볼일 없는 그래픽과 인터페이스에도 한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개복치에 열중했다.

개복치야 어찌 되었든, 병원은 바야흐로 신입 전공의들이 선발되는 계절이다. 지원자가 몰려 이미 교통정리가 끝난 곳도 있지만 의국의 대를 잇기 위해 아직도 고심 중인 곳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서고 있는 당직을 이어 맡아줄 신입 1년차가 들어오는 것은 기존의 1년차에게 간절한 일이고, 병원으로서도 전공의에게 할당되어 있는 ‘로딩’을 기꺼이 감당해줄 신입들이 대를 이어 재생산된다는 것이 복된 일일 것이다. 그래서 병원들과 각 의국들은 신입 전공의 선발을 위해 안팎으로 노력을 한다.

이런 시기에 ‘내과에 위기가 왔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내년 1년차 전공의 지원자가 미달되는 내과 의국이 많다는 것이다.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되었고, 내과학회에서도 지금의 사태를 중대하게 다루고 있다고 한다. 세간에서는 ‘내과가 무너졌다’고도 하고 ‘의료의 근간인 내과의 위기는 한국 의료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알리는 것’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듯하다.

사실 전공 과목들의 인기는 언제나 부침을 거듭해왔다. 10여년 전, 꿈에 그리던 산부인과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신 전공의 지원자가 단지 군대에 가기 싫다는 이유로 모두가 기피하던 영상의학과에 지원해 교수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들으며 입국했다는 등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면 과목의 인기란 덧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과의 문제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기엔 좀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내과 전공의가 모자라 적은 수의 전공의들이 막중한 로딩을 감당하다 보면 의료 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고, 일을 처리 하느라 적절한 수련을 받지 못 한 내과 전문의가 양성된다면 국민들로서도 불행한 일일 수밖에 없다.

내과이기 때문에 좀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전공 과목을 떠나서 어느 과목에서나 겪고 있는 문제이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인턴에게 시키고 병원 인력이 모자라면 전공의에게 떠맡기면 된다는 식의 개념에서 아직 우리는 벗어나지 못 해왔다. 수련 과정이기 때문에 버텨야만 하는 전공의가 종합병원의 막중한 로딩을 도맡고 막상 전문의가 되면 수련 과정에서 배운 지식들과 무관한 일차의료에 종사한다. 내과에서 울린 경종이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전공의는 개복치가 아니다. 매년 전공의를 3억 명쯤 뽑아서 살아남으면 계속 쓰고 죽으면 그만인 그런 시스템을 만들 순 없는 것이다. 전공의가 근무 강도를 견디지 못 하고 떠나려 하면 다시 잡아오거나, 제 풀에 다시 돌아오면 이전과 같은 로딩을 다시 감당하게 하는 것이 전공의 수련의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주 100시간 이상의 근무에도 ‘돌연사’ 하지 않고 꾸역꾸역 일을 해온 것이 우리 전공의들이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 전공의들에게 살아남으라고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훌륭하게 성장시켜 의료의 틀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는 게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더 좋지 않은가.

의료시스템의 문제도 문제지만 당장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전공의들이다. 지금도 간신히 하루하루를 막아내고 있는데, 내년에도 1년차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후년에는? 상상만으로도 ‘돌연사’ 할 지경인데 당사자들의 고충은 어떠할까. 전국 각지의 전공의들이 자발적인 목소리를 내며 근로 여건과 수련 과정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덕분에 전공의 근무 시간의 실질적인 단축이나 호스피탈리스트 고용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업에 나선 전공의들을 보며 한국 의료 개선의 기수들이라며 박수를 치기도 하지만 당사자들이 경험할 심적 고통이며 부담감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를 묵묵히 버티고 있는 전공의들, 또 참는 대신 싸워서라도 잘못 된 것을 바고 잡으려 하는 전공의들 모두에게 부디 살아남으라고, 악수의 손길을 내밀고 싶다.

제18기 대한전공의협의회 복지부회장 이승홍

목록으로
오늘 0 / 전체 24
no.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공지

[공고] 제21기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시대의원총회 및 전체 전공의 회의 개최

대전협19592018년 4월 6일
공지

전공의 법 Q&A 王 정리 c

대전협235392017년 12월 29일
공지

[공지] 전공의 법 안내문  [1]

대전협254842017년 12월 20일
공지

자궁 태아사망 실형 판결, 전공의도 큰 상처

대전협12012017년 6월 23일
공지

[공지] 대한전공의협의회 회비 납부 안내

대전협599222016년 10월 12일
공지

[공지] '전공의 법' 전문 [3]

대전협801132015년 12월 17일
24

자궁 태아사망 실형 판결, 전공의도 큰 상처

대전협12012017년 6월 23일
23

수련교과과정 개정에 전공의 참여를 [1] image

대전협14212017년 1월 30일
22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의료계, 그리고 PA image

대전협15672016년 10월 10일
21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image

대전협15622016년 6월 22일
20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 전공의가 왜 중요한가? image

대전협30772016년 3월 24일
19

의학과 한의학의 타임패러독스 image

대전협19682016년 2월 15일
18

전공의, 광야(廣野)에 서다

대전협17182016년 1월 11일
17

당신은 적법한 임금을 받고 계십니까? [1]

대전협22192015년 10월 1일
16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 곳에서 길을 찾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법 발의의 의미와 전망

대전협22862015년 8월 8일
15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iness)

대전협19392015년 7월 15일
14

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원격의료

대전협23972015년 7월 15일
13

5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전공의의 수련 및 근로기준에 관한 법안 발의에 부쳐

대전협27102015년 5월 4일
12

4월. 전공의에게도 봄은 오는가

대전협24992015년 5월 2일
11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 회원을 모르는 대의원회

대전협22002015년 5월 2일
10

3월의 단상

대전협21242015년 5월 2일
9

국립대병원 취업규칙 개정 과정에서 드러난 전공의 처우의 민낯

대전협26372015년 5월 2일
8

국민의 건강권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어느 쪽인가?

대전협23642015년 5월 2일
7

당신의 80시간은 안녕하십니까?

대전협24062015년 5월 2일
6

의료계도 땅콩리턴? [1]

대전협24752015년 5월 2일
5

살아남아라! 전공의!

대전협25072015년 5월 1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0(한강로3가 16-49) 삼구빌딩 7    |   Tel : 02-796-6127, 02-796-6128  |  E-mail : office@youngmd.org |  Fax : 02-796-6888
본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자동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습니다.

Copyright (c) 대한전공의협의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