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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대전협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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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가른 계란의 의지

“전공의들을 위한 판례 남기겠다”
수련병원과의 3년간의 외로운 소송, 승소 원동력은 ‘의지’


지난 2014년 12월 2일,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송명제, 이하 대전협)는 ‘전공의 노동력 착취, 더 이상은 없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법원이 전공의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환영의 메시지다. 2011년 10월, 대전협 앞으로 한 통의 메일이 접수 된 이후 3년 여 만의 쾌거였다. 이번 판결로 전공의들의 인권을 방치하던 수련병원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2011년 10월, “지난해에 K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가 현재는 그만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혼자 열심히 준비했지만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이 대전협 사무국으로 접수되었다. 당시 해당 전공의는 인턴으로 근무할 때 당했던 폭력, 모욕 등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법원과 병원에서는 합의와 조정을 언급했지만, 해당 전공의는 “전공의들이 혹사당하는 현실에서 법적인 지위 확립을 위하여 판례를 남기고자 한다”며 3년 여 동안 굽히지 않고 소송에 임했다.

당시 모두가 외면하던 ‘계란으로 바위 치는’ 소송을 맡은 건 대전협 자문변호사였던 나지수 변호사와 그의 동료인 임제혁 변호사였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주휴일미부여’건은 형사, 야간당직 등 시간외 수당 청구는 민사로 진행되었다.

길고 험난한 여정이 끝도 없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달콤했다. 법원은 전공의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3년 5월 3일 형사 1심, 대전지법 형사10단독 전아람 판사는 K병원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K병원의 항소에 대해서는 2심과 3심 모두 기각되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수련의도 적절한 휴식의 필요하고, 유급 주휴일을 보장받지 못한 채 계속 근로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칙적으로 1주일에 1일 이상 유급휴일이 주어져야 한다. 월이나 연 단위로 통산해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013년 6월 12일 열린 민사 역시 대전지법 민사11부 이현우 부장판사의 단호한 판결로 원고일부승소했다. 그리고 올해 11월에 열린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원심을 유지했다. 그리고 K대병원은 2014년 12월 12일까지였던 대법원 상고기간을 넘기며 3년간 이어진 소송이 끝났다. 재판부는 “병원은 임금 3천여만 원을 돌려주라”며 “병원은 A씨가 아무런 이의 없이 월급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실만으로 포괄임금약정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포괄약정근로는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감시·단속적 근로에만 예외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수련의는 근로시간 예측이 어려운 직종이라 볼 수 없어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구했던 미지급수당 2억3천만원 중 3천만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이었지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만으로도 큰 의의를 가진다.

이번 소송을 승리로 이끈 나지수 변호사는 "소송은 길고 힘든 여정이다. 주변동료들과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병원 재직 중에 소제기는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주변 동료들과 뜻을 함께 모으기를 권한다. 다수가 함께 하면 병원에서 함부로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조연했다.

대전협은 전공의의 인권을 찾기 위해 소송을 준비 중인 많은 전공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법적 소송에 관한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송명제 회장은 “K병원 소송 때처럼 강한 의지로 소송을 진행하고자 하는 전공의 선생님이 계시다면 이를 적극 도와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관련 정보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믿을만한 로펌이나 변호사를 연결시켜 드릴 방법을 논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지난 12월 2일 대전협이 발표한 보도자료 <전공의 노동력 착취, 더 이상은 없다> 전문이다.



전공의 노동력 착취, 더 이상은 없다!

대전고등법원 “전공의도 근로기준법의 보호 받아야”
대전협, 현 의료계 문제 꿰뚫는 법의 판단 환영

지난 11월 26일 대전고등법원 제3민사부는 K대학병원 전공의(인턴)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했던 초과근로수당 소송에 대하여 병원의 항소심을 기각하고 전공의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법이 상식에 맞게 약자를 보호한 명판결의 예로,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송명제, 이하 대전협)는 해당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전협은 “이번 판결은 그 동안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이윤을 보전하던 기존 관행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까지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으로부터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저임금을 받아왔고 수련병원들은 이렇게 싼 노동력의 최대 활용을 목적으로 전공의 근무 시간을 주 100시간 이상까지 연장시켰다. 이는 전공의들의 인권 유린은 물론 진료 환경을 왜곡시켜 환자 안전을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수련병원이 전공의의 근로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한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상식적 판단을 함에 따라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전공의 노동력 대신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전담전문의)의 고용을 늘리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전공의들의 근무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수련병원 진료 정상화를 촉진할 획기적인 법적 토대인 셈이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련병원과 전공의 간의 포괄임금계약이 법이 예정하는 원칙적인 임금 지급계약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포괄임금계약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합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공의는 피교육자적인 지위를 겸할 뿐만 아니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수련병원에 선발되어 반드시 정해진 수련기간 동안 수련하여야 하는 입장이므로 피고의 급여 지급 기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으로 보이는바, 따라서 그 동안 전공의들이 아무런 이의 없이 수련병원이 정한 급여를 수령하여 온 사실만으로 전공의들이 포괄임금제를 수용 또는 합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명시했다.

또한 “그 동안 인턴의 야간 및 휴일 근무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은 사실이나, 병원의 야간 및 휴일 운영에 있어 인턴의 인력 사용은 병원의 인력 운용의 편의와 재정 부담 경감 등의 차원에서 실시된 관행일 뿐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서 유럽 국가의 전공의 주당 근무 시간을 48시간 내지 52시간으로 제한한다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하여 주당 평균 80시간 근무 제한, 최대 연속 수련시간 36시간 제한 등의 대전협과 정부 간의 합의가 있었으며 당직 수당은 관련 법령(근로기준법)에 따라 당직 일수를 고려하여 지급하기로 되어 있음을 들었다(전공의수련규칙표준안(개정안)).

재판부는 또 “전공의들이 피교육자적인 지위를 갖고 있고, 전공의에 대한 교육 및 수련으로 인해 수련병원들이 상당한 액수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음은 인정되나 그러한 사정은 의료 분야의 전문성과 공익성 등 그 특수성에 따른 것으로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전공의들의 근로 제공 및 과소한 급여의 지급으로 보전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선언했다.

대전협은 이에 대해 “현 의료계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는 매우 탁월한 법적 판단”이라며 환영했다.

그 동안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는 근로자라기보다는 피교육자에 가까우므로 근로자의 권리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해왔다. 그러나 대전협은 전공의의 근로 제공자로서의 권리와 인권에는 사각지대가 없어야 함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대전협은 “전공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며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들이 이미 존재하며(1998.4.24.선고 97다57672판결, 2001.3.23.손고 2000다39513판결) 이번 판례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은 법 역시 대전협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례에 대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도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주 40시간 초과 금지 등)를 위반하면 허용될 수 없고, 그 임금 지급 계약 부분은 무효”라고 발표했다. 또 “설사 수련병원과 전공의 사이에 포괄임금계약이 성립되었다 하더라도, 전공의 근로는 성질상 근로시간을 예측하거나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고, 달리 전공의에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도 아니하므로,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때에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 부분은 원고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고 명확히 밝혔다.

대전협은 “이번 판례는 그 동안 수련병원들이 내세웠던 전공의의 포괄임금계약제 관행이 위법함을 명시한 역사적 판례이며, 이로써 전공의 수당에 있어서 근로기준법 적용에 관한 오랜 반론도 잠재울 수 있게 되었다”면서 “이번 판결 이후 문제의식을 가진 전공의들의 움직임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특별한 개입 없이도 일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도처에서 열악한 수련 환경 시정을 요구하며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파업이 자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추가근로수당 소송도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대전협은 만약 전공의들의 요청이 있다면 전공의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전공의 초과근로수당에 대한 집단 소송을 돕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왜곡된 한국 의료 문제를 근본부터 해결하려 하지 않고 전공의 노동력 착취라는 미봉책으로 수십 년 간 일관해 온 수련병원들의 자승자박이다. 이제부터라도 수련병원들은 의료 경영 전문가 집단으로서 주인 의식을 가지고 병원 진료 환경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수련병원의 전공의 근로에 대한 근로기준법 준수는 고(故) 김일호 전 대전협 회장이 암으로 사투하는 동안에도 마지막까지 투신했던 전공의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근로기준법에 따른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은 18기 집행부도 반드시 이루고자 총력을 다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전협은 이에 대해 “표준근로계약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서부터 외국인노동자도 쓰게 되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전공의들은 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대전협이 전국 수련병원들의 수련계약서를 검토한 결과 고의적으로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을 어기거나 아예 계약서 자체를 작성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수련계약서가 일정 양식을 따르는 경우에도 이번 판례에서 위법한 것으로 명시한 포괄임금계약제를 따르고 있으므로 무효이다”면서 “수련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제정한 전공의 수련규정들 역시 전공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만을 적시하거나 임금 조항에 대한 항목을 고의로 누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보았듯이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근로에 대해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하며 여기에는 어떠한 편법적 예외도 인정될 수 없음이 자명해졌다. 대전협은 앞으로도 전공의들의 근무수련환경 개선과 수련병원 진료 정상화를 통하여 대한민국 의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또한 “고(故) 김일호 전 대전협 회장의 영전에 이 판결문을 바친다”며 전공의들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이어온 선배 및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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