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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독립적인 전공의 수련환경평가기구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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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독립적인 전공의 수련환경평가기구가 필요한가?


부제 : 미국 수련의교육신임위원회(ACGME)와 한국 병원신임위원회(신임평가센터) 비교
ACGME : The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전공의들은 독립적인 전공의 수련환경평가기구 신설을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지난 3월 전공의들은 파업을 불사하면서까지 바로 이 수련평가기구 신설을 핵심 요구 사항으로 내걸었고 그 결과 제2차 의정협의서에서 올해 5월까지 대안을 마련키로 최종 협의하였다. 왜 전공의들은 이토록 독립적인 수련평가기구 설립을 염원하는가?


전공의의 열악한 근무수련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수련환경의 평가가 정확하게 이뤄지는 것뿐만 아니라 반드시 평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가 있어야 한다. 피드백이 담보되지 않은 평가는 평가를 위한 평가일 뿐이다. <누락 없는 정확한 평가>와 <실효적 제재>가 모두 필요하다. 전공의들은 특히 실효적 제재가 핵심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전공의 수련평가기구가 반드시 “독립적이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독립이란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가?

현재 전공의 수련평가는 대한병원협회 주관의 병원신임위원회에서 이뤄진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의 <전공의 수련제도와 병원신임제도의 개선 방안, 2001>에서 “대한병원협회의 병원신임위원회는 병원장을 회원으로 하고 있는 병원협회에 의하여 운영됨으로써 병원이 집안끼리 신임을 청구하고 심사함으로써 객관성과 공정성이 손상되고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보고하였다. 무엇보다도 병원장은 전공의를 근로자로 고용하는 경영자이며 병원협회는 병원장 협회이다. 고용자가 피고용자의 근무 환경을 평가하는 구조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모순이며 “정확한 평가”와 “실효적 제재”가 모두 불가능하다.

전공의의 주장에 대한 병원협회의 반박은 다음과 같다. 비록 병원신임위원회가 병원협회 소속이기는 하나 구성원이 병원협회으로부터 “독립”적이어서 협회의 방향과 “독립”적인 성격을 띈다는 것이다. 병원협회가 주장하는 독립성은 평가의 독립성이다. 그러나 평가의 독립뿐만 아니라 심의권한의 독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수련평가기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협회는 우리나라의 전공의 수련교육제도가 미국과 전혀 다른데 미국에서는 정부가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수련교육제도를 관리하지만 한국은 정부가 병원협회에 조사를 위촉하고 정부가 최종 권한을 갖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

우선 한국의 전공의 수련교육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미국의 것을 본 뜬 것이다. 병협에서 “다르다”고 주장하는 전공의 수련교육은 내용면에서 미국과 동일하기 때문에 수련 내용의 평가만을 고려한다면 미국 수련의교육신임위원회(ACGME)마저 그대로 도입해도 상관없다. 우리 나라 전공의 수련교육평가가 정부 주도 하 병원협회 협조 형태라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병원협회에 조사 권한뿐만 아니라 수련병원 제재 권한까지 사실상 모두 위임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전공의 수련에 자금 지원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므로 병원협회에서 자비를 들여 시행하는 수련병원 평가에 대해 토를 달 별다른 명분이 없다. 조사 자료도 병원협회가 조사한 것이 전부이므로 딱히 반박의 근거도 없다. 즉, 한국의 전공의 수련평가는 병원협회 독점 체제다. 비록 병원협회가 전공의 수련 비용을 모두 담당하고 있는 구조라고는 하나 이 점이 병원협회가 전공의 수련환경평가까지 담당해야 하는 당위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병원신임위원회의 위원들이 병원협회와 관련이 없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위원회의 위원장이 병원협회장이며 위원은 위원장이 위촉한다. 위원 46인 중 병원협회원이 15인이다. 기타 구성원 중 의학회 회원들도 결국 병원협회와 연관도가 상당하다. 병원협회가 주장하는 대로 병원신임위원회가 전공의들이 바라는 바로 그 “독립성을 갖춘” 전공의수련평가기구라면 왜 병원협회는 이토록 수련병원 평가 권한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일까? 이 점이 벌써 독립성에 대한 간접적 반증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병원신임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사실은 전공의들이 제일 잘 안다. 전공의들은 병원의 신임평가를 위해 전공의 수첩에 수련 내용을 작성해서 제출해본 경험들이 있다. 신임위원회의 서류 심사를 위해 전공의들은 수련받지 않은 내용을 허위로 작성해서 제출한다. 전공의도 그 때서야 전공의 수첩을 처음 보고 지도전문의 중 상당수는 전공의 수첩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모른다. 즉, 전공의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커리큘럼조차 파악 안 된 경우가 태반이다.

올해 7월부터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법제화되면서 전공의수련규칙표준이 개정되었다. 그 결과 전공의 근무 시간이 주당 80시간으로 제한(참고로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 제한)되었다. 이는 전공의 열악한 수련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된 결과로, 주당 80시간 제한은 미국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의 예시를 따른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관리감독이 목적인 한국의 병원신임위원회는 위의 개정안을 반대했다.




오병희 병원신임위원회장은 “법제화 없이도 안정적인 수련환경이 유지될 수 있다”며 전공의 수련 환경을 병원 자율에 맡겨 달라는 의견을 복지부에 제출하였다. 병원과 독립성을 추구해야 할 수련병원신임위원회가 병원의 입장을 매우 적극적으로 호소하는 모습은 이색적이다. 오병희 병원신임위원회장은 서울대병원장이기도 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주80시간 근무 시간 제한에 따라 응당 후속 조치되어야 할 추가 의사인원 고용은 없이 전공의 수련시간표를 허위 작성했다. 병원신임위원회에 지금까지 전공의 수첩을 허위 작성해서 제출해오던 방식 그대로 전공의 수련규칙 개정안도 서류 상으로만 준수한 것이다. 그렇다면 병원신임위원회는 과연 이들 수련병원들의 허위 작성된 수련시간표에 대해 제재를 가할 의지가 있을까?


놀라운 것은 병원협회는 자신들이 고용한 전공의들의 정확한 주당 근무시간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의로 조사자료를 묵인하거나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아예 자료가 없다. 조사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병원신임위원회에 전공의들의 개정안 이전의 근무 시간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다고 한다면 병원신임위원회는 정부에 제출할 수 있는 자료가 아무것도 없다. 이 병원협회 소속의 위원회는 무려 1967년부터 만 47년 간 수련병원들을 평가해왔다. 그런데 단 한 차례도 전공의 근무 시간에 대해 정확한 조사를 한 적이 없다. 고용주인 병원장에게 불리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설문 조사에 의하면 현재 한국 전공의들은 평균 주당 약 90시간 일한다. 가장 힘든 과는 주당 평균 160시간까지 일한다고 조사되었다. 일주일은 168시간이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을 넘어 인권 유린이다. 최근 한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상대로 추가근로수당 소송을 제기하였고 최종 승소하였다. 만약 내과 전공의가 3년치 초과근로수당 소송을 제기한다면 수련병원은 해당 전공의에게 약 1억 원 정도 배상해야 한다. 전국 전공의는 약 1만7천명이다. 전공의에게 희생을 강요하여 한국 의료체계를 지탱하던 미봉책은 이제 운명을 다했다. 독립적 수련평가기구가 병원협회 소속이 아닌 제3의 기관으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결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누락없는 정확한 평가 – 근무 시간 평가 필수 포함, 수련 내용, 수련 질 평가
실효적 제재 – 수련병원 자격 경고, 유보, 취소 및 전공의 숫자 감축, 지원금 삭감 등 제재
이를 위해서, 앞으로 한국의 전공의 수련평가기구가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조건을 미국과 한국의 신임위원회 비교를 통해 정리하였다(아래).


 미국 수련의교육신임위원회
(ACGME)
한국 병원신임위원회
(신임평가센터)
독립성O
독립적 민간 비영리 기관
X
병원협회 소속
설립연도19811967
법적 근거일리노이 주법복지부 시행규칙에 의한 인증업무 위임
목적수련병원 인증기준 개발
수련병원 평가 및 인증
수련병원 평가 및 인증
운영 자금 출처인증평가 수수료인증평가 수수료
전공의
심의 참여
O
위원회 2인
전공의검토위원회(RRCs, Resident Review Committees) – 전문과목별 한 명의 전공의를 포함
X
심의 과정병원의 신임 서류 제출신임 서류 제출이 주요 심의 절차임: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전공의 수첩)
전공의 면담을 포함한 현장 실사로 병원의 서면 제출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확인확인절차 없음 전공의 수첩 허위 작성 만연함
전공의가 포함된 전공의검토위원회(RRC)는 전공의수련환경의 신임기준 준수 여부를 평가함(RRC의 주체적 판단) 이사회에 통보 수련병원 신임 결정형식적인 현장 실사
ADS, Accreditation database system
: 전공의 온라인 설문 조사 - 각 과별로 개발된 다양한 문제은행식 설문조사를 전공의가 온라인으로 참여(각 수련병원별 70% 이상의 전공의가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함), 개인정보 보안시스템 보유
전공의 수련환경 설문 조사 (X)
교수진에 대한 전공의 비밀 평가 가능 비밀 보장을 위해 전공의 인원 수가 적은 과의 경우 몇 년치 자료를 수집한 후 공개하는 방식으로 전공의 신분 보장전공의의 교수 평가에 전공의 실명 서명 요구함 전공의 개인정보 의도적 미보호로 전공의의 처우 보고를 사전에 차단
전공의 근무 시간 규정 관리O
핵심관리
위반 시 수련병원 취소 경고
주 80시간에 해당하는 근무유형으로 병동근무, 외래근무, on call, 환자이송, 서류작업, 집담회 참여 시간을 포함함. Call from home 근무 시, call을 받은 후 병원에서 보낸 시간만 80시간 근무에 산정.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논문 작업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므로 논문 작업도 주 80시간 근무에 포함함.
단, patient care unit을 떠나서 읽기, 공부, 저널발표준비 등에 할애한 시간은 근무에 포함하지 않음.
X
평가 없음
신임위원회와 별개로 각 수련병원은 전공의수련규칙표준안개정에 따른 근무시간 주 80시간 제한에 맞춘 당직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하고 있음
실제 전공의 근무시간은 측정하지 않고 보고서를 허위 작성함
제재 권한O
수련병원 자격 박탈
수련병원 경고
전공의 TO 감축

원칙적으로 있으나
거의 제재 없음
개방성O
신임기준 및 절차 공개
각 수련병원 신임 결과 공개
매년 신임평가 보고서 공개
X
모두 미공개
(자료실 운영 안함)
정확성O
70% 이상 전공의 익명 설문조사
전공의 신분 보장
X
허위 작성된 서면 자료
사실 확인 절차 없음

< 전공의 수련평가기구의 핵심적인 조건(8항) >


1. 수련의교육신임위원회의 법제화 : 수련의교육신임위원회의 평가 결과에 따라 수련병원의 신임 권한 위임,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를 마련함.

2. 병원 제출 자료가 실제와 일치하는지 확인 : 허위작성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함.

3. 체크 리스트에 기반한 객관적 신임 평가 : 전공의가 포함된 전공의검토위원회(RRC)가 이미 마련된 신임기준에 따라 병원을 주체적으로 평가함 수련병원 제재에 결정적 영향력 행사. 수련병원 신임에 있어서 위원회 위원들의 주관적, 정치적 개입 최소화.

4. 전공의 개인정보 보호 : 현장 실사 시 전공의 면담, 전공의의 지도전문의 평가, 온라인 설문조사 참여 등 신임평가에 참여하는 모든 전공의의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한다. 만약 여러 가지 이유로 익명 보호가 어려운 경우 수 년간 자료를 수집한 후 수년 뒤 공개하는 방식으로 익명화를 추진함. 내부고발자 보호 프로그램에 상응하는 철저한 익명화.

5. 70% 이상 전공의의 의무적 설문 참여로 정확도와 통계적 신뢰도 상승. 특히, 각 과의 각 년차별 전공의가 반드시 각각 70% 이상 참여해야 한다. 만약 외과 전공의 1년차가 그 병원에 한 명이라면 그 한 명은 참여시 100%, 미참여시 0%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설문에 응해야 한다.

6. 평가 항목을 전공의협의회와 사전 상의하여 누락하는 항목이 없도록 할 것 : 특히 중요한 전공의 근무수련시간, 수련계약서 작성, 폭력 경험 등에 대한 국내 전공의 수련 환경 평가에 특화된 문제점들을 반영할 수 있는 평가 항목 개발이 중요하다. 또한 근무수련시간 제한 규정을 실질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의사인력 보충(호스피탈리스트 등)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므로 인력 보충이 있었는지 평가하는 항목도 포함되어야 한다.

7. 설문조사 내용의 개발과 설문 도구(온라인, 통계 프로그램, 전공의 인증 프로그램 등)의 개발로 보다 생산적인 통계와 관련 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

8. 모든 정보의 공개

<참고> 미국 수련의교육신임위원회(ACGME)와 전공의 근무시간제한(duty hour regulation)

미국 수련의교육신임위원회(ACGME)는 독립된 민간 비영리법인으로 이전 수련병원신임위원회의 전신을 이어받아 1981년 설립되었다. 현재 미국 전역의 수련병원의 수련평가 및 수련병원 인증을 관리 감독한다. 1984년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량이 원인이 되어 환자가 의료사고로 사망한 리비 지온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 사건을 계기로 뉴욕 주는 전공의의 수련 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리비 지온법을 제정하였다. ACGME는 미국 전공의협의회의 노력과 환자 안전에 대한 국민 인식 상승에 힘입어 2003년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기준을 발표하여 전국 수련병원의 신임평가에 적용하였고 2011년에 기준을 더욱 강화하였다. 전공의 근무시간 관리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의료 윤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참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14년 11월부터 병원협회, 병원협회 및 보건복지부와 독립적인 전공의 수련평가기구 설립 TFT를 구성하여 회의를 진행 중이다.


제18기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부회장  김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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