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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누가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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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누가 원하는가

정책이사 최윤정
환자-의사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자 9월 말부터 단독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제 17기 집행부에서 2014년 2월 의료제도바로세우기 투쟁 당시부터 원격의료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 입장은 현재 제 18기 집행부도 변함이 없다. 이에 18기 집행부는 10월 24일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원격의료는 막을 수 없는 국제적 트렌드인가?


효과성 및 비용효과성에 대해 회의적인 연구결과들

해외 여러 나라들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평가에 대해서는 엇갈린다. 그간 원격의료에 대한 연구결과가 누적되면서 그 효과성과 경제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흐름이 관찰된다. Wooton(2012)이 1990년부터 2011년까지 20년간 천식, COPD, 당뇨, 심부전, 고혈압 등 5개 만성질환에 대한 원격의료 (원격모니터링, 원격화상진료, 전화 추적관찰)에 대한 141개의 무작위대조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총 37,695명), 148개의 원격의료 중재 중 108개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38개는 차이가 없었으며, 2개는 효과가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저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만을 선택적으로 출판하는 경향에 대해 검증하는 Funnel plot이 비대칭적으로 나타나 출판편향이 나타난다고 분석하며 또 최근에 이뤄진 대규모 다기관 연구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보고가 많아지고 있다고 보고한다. 또 5개 질환에서 모두 동일하게 효과가 나타났으며 전화 상담에 비해 원격모니터링이나 화상진료의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근거는 없었다. 이는 원격의료가 특정 질환의 감시와 추적에 효과가 있다기보다는 정기적으로 추적하는 것 자체의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Currell 등(2010)에 따르면 800명 이상의 대규모 연구 7개에 대한 체계적 검토에서서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보다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없었다.
반면 경제성 평가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Mistry (2012)는 1990년~2010년 동안 원격의료의 비용효과성 분석 조건을 만족하는 80개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비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는 22개로 “비용 효과성의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고 결론지었다. Bergmo(2009)는 원격의료의 비용-효과성에 대한 대부분의 논문이 경제적 분석방법의 표준적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국의 NICE 연구(2013)는 1년 6개월 동안 약 3200명의 만성질환자(당뇨, 심부전, COPD)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대조연구에서 표준적인 대면진료를 받은 환자군과 원격의료서비스를 추가적으로 받은 환자군을 비교했을 때 같은 효과를 얻는 데 있어 원격의료가 3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하였다.
 

해외의 관점과 사례

응급상황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 갖춘 상태에서 대면진료에 보완적인 역할로 국한

특별히 의학적인 효과가 뛰어나다는 근거가 없는 기술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서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올해 10월 8-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에서는 독일의사회는 “어떤 경우에도 모바일 헬스가 대면 진료를 대체하도록 기능해서는 안되며 안전성과 유효성, 적합성,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한 충분한 평가를 거쳐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방향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방사선 노출로 인해 의사-환자 접촉이 제한되는 상황이 늘면서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 적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2011년 3월 개정된 일본의 원격진료법에 따르면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는 보조적인 것으로서 반드시 의사-환자가 직접 대면하는 것을 기반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원격진료가 가능한 경우도 응급상황 발생 시에는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진 요양 환경에 있는 환자에 한해 제한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실제 사용되는 원격의료에서 너싱홈 요양환자의 안부정도라고 한다.
 

지금 국내 도입이 적절한가

지리적 특성 상 맞지 않고 의료취약 지역에 직접적인 의료서비스 체계 구축이 우선

해외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한 경우는 캐나다, 핀란드, 호주, 미국에서 알래스카, 텍사스 등 인구밀도가 낮고 지리적 접근성이 현저히 제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격의료를 도입한 국가들의 1km2당 의사 수는 캐나다 0.01, 호주0.01, 미국 0.08, 핀란드 0.05다. 한국은 0.98이다. 한국의 지리적 특성에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2013년 기준 국내에서 응급의료기관이 전혀 없는 지자체가 25군데, 분만시설이 없는 지자체가 57군데다. 도서산간 지역의 의료기관 접근성도 떨어질뿐더러 응급후송 서비스 또한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 응급 시 헬기 후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지역은 인천과 전남, 강원, 경북 등 4개 광역자치단체 정도다. 그런데 한국에서와 같이 도서 산간 지역의 기초적인 의료 인프라가 공백인 상태에서 제대로 신체검진도 할 수 없는 원격진료가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거꾸로 원격진료를 “방문진료나 간호 등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완전히 뒤바뀐 접근이다.
 

원격의료, 누가 원하는가

IT 업계의 수요와 신산업 창출이 필요한 정부, 설 자리 없는 의사들

이런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원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의료기술의 개발과 적용은 일차적으로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원격의료는 애초에 의학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부 기업들의 신규 성장동력에 대한 수요와 IT 업계 시장수요 분석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2003년 삼성이 신성작동력사업으로 유헬스(u-Health) 지목하면서 1조원 이상의 시장 창출을 전망했고 2007년에 발간한 ‘유헬스의 경제적 효과와 성장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삼성은 유헬스 활성화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영리병원과 원격의료 허용, 그리고 일반인이 운영하는 건강관리서비스회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0년 지식경제부는 유헬스 신산업 창출전략과 관련하여 피트니스센터 중심의 운동관리서비스 사업을 하는 건강관리회사를 예를 들기도 했다. 같은 해 변웅전 의원 등이 발의했던 건강관리서비스업법에서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질병예방을 위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상담, 교육, 훈련, 실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규정하면서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의 개설에 대해 의료인이 아니어도 개설 가능하며, 의사가 아니어도 훈련된 요원들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시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고 현재는 수면 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건강관리서비스업법은 유헬스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향후 중장기적 전략과 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수익모델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의사들을 많이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냉정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일부 소수 의사들에게 고비용을 지불할지는 몰라도, 그런 상황은 의사들간의 경쟁을 유발해서 결국에는 의사들 스스로 자신의 ‘비용’을 낮추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의협의 대응

의협 내부 갈등에 휘말리지 말고 전공의 사회 내부의 공론화 및 입장 정립이 중요

의협은 지난 2009년부터 오진가능성 등 안전성 문제, 대형병원 집중화 및 개원가 몰락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 법안 도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3월 30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인준을 받은 투쟁체로 지난 9월 23일 원격의료에 대한 투쟁 로드맵을 논의하고 홍보전략을 구상하였다. 또한 10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소개하면서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원격의료 법안을 저지한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각 의원 및 병원에 포스터 및 스티커 등을 배포하기 직전이고 온라인 및 대중매체 홍보 계획이 논의 중에 있다(그림 1,2). 현재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 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조명되고 있다. 전공의들은 올바른 입장을 세우고 의협이 제대로 된 투쟁을 할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

환자의 편에 선 교과서적 진료에 대한 원칙과 소신이 출발선 현재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기업 주도의 의료정책 변화가 의사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인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격의료, 영리자법인 등 의료환경에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정책적 변화와 그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 및 기업주도의 병원들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놓치지 않으면서 기존의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전략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기본과 원칙을 상기하는 것이다. 환자의 편에 서서 교과서적 진료를 하겠다는 원칙과 소신이 우리 전략의 출발선이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 당연한 이야기를 그동안 의사조직이 전면에 내걸고 효과적인 전략을 구사했는지는 의문이다. 그 전략을 이제는 젊은 의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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