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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회 세계의사대회(World Medical Association General Assembly)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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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회 세계의사대회(World Medical Association General Assembly)참가 후기

내용 : 제65회 세계의사대회총회기간 : 2014년 10월 4일(토)~2014년 10월 13일(월)
장소 :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Durban, Republic of South Africa)
목적 : 
  1. Junior Doctor Network(JDN)에서 한국 전공의들의 근무수련환경에 대한 보고와 열악한 근무수련환경의 타개를 위한 국제적 협력 방안을 제안
  2.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국제전공의협의회 간 유대를 형성하여 국제적 협력 체계를 구축
  3. WMA에서 한국 전공의의 근무 환경에 대한 문제 의식 촉구
  4. WMA 총회(General Assembly) 참관
참석 : 송명제(18대 대한전공의협의회장), 김이준(18대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부회장)
작성 : 김이준

나는 솔직히 WMA과 JDN에 대해서 잘 모른 채 더반으로 출발했다. 지금까지 대전협은 임원이 되기 전년에 실무를 익힌 전공의들이 다음 해의 실무를 맡게 되면서 운영되어 온 점이 있고 이러한 과정은 JDN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집행부의 자료를 총회 참여 전에도 확인하였고 다녀와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다시 보았다. 참 작성이 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대전협의 이러한 공들인 사무들이 한 명의 전공의였던 나의 눈에는 띄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도리어 반문하게 되었다. 아직 결실을 보기 직전 단계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때가 무르익기까지는 이어갈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바통을 넘겨주는 것으로 책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바통은 넘겨주되 결승선까지 같이 뛰어야 한다.

이어 가는 사람이 있으면 터뜨릴 줄 아는 사람도 필요하다. 이어가는 것만으로 만족하고자 한다면 그저 폭탄 돌리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는 매우 시기가 급박해졌다. 사실 급박한 상황은 이미 내가 인턴을 시작하기 전인 4-5년 전부터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더반으로 떠나기 전, 한국의 수련 병원 몇 군데서 전공의 폭행 사건이 있었다. 사실 폭행은 늘 있어 왔던 것이고 그 폭행을 견디다 못한 어느 전공의들이 수면 위로 고개를 들었을 뿐이다. 특정과 인턴들과 레지던트들이 살인적인 근무에 대한 읍소와 단체 행동을 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소식도 들려 왔다. 전공의들의 자살 소식도 있었다.

나는 세계의 의사들을 만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마치 망국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러 나선 일제 시대의 특사처럼 생각되었다. 부끄럽지는 않았다. 나는 한국의 의사임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슬펐다. 아무도 우리만큼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총회 자체에 거는 기대보다 세계의 전공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더 컸다. 왜냐하면 이번 대전협의 핵심 사업은 독립적인 전공의 수련평가기구를 만드는 것인데 모델을 될 만한 자료는 미국의 것 정도만 아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각국의 전공의 상황에 본받을 만한 모델에 대한 연구가 시급했다. 우습게도 가장 도움을 준 나라는 캐나다였다. 미국은 마치 의사들의 천국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정작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처우가 그리 권장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국의 ACGME를 모델로 수련평가기구를 고려했던 우리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미국 전공의들은 오히려 캐나다의 상황을 모델로 삼기를 권했는데 – 캐나다는 의료 시스템이 우리와 다르기는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 전공의들의 대처가 본받을 만했다. 그들의 전공의협의회는 사이트 구성도 잘 되어 있었는데 만약 미국측의 권유가 없었더라면 같은 영어권이지만 의료 체계가 다른 캐나다의 사례를 더욱 면밀히 주시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11월에 전공의의 열악한 근로 조건과 관련한 중요한 재판이 여럿 있다. 너무도 부당한 한국 전공의들의 근로 조건에 대해서 병원측 변호사는 “전공의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 평균 100시간을 근무하는 대한민국 그 누구보다 많이 일하는 직군의 사람이 어떻게 근로자가 아닐 수 있는가? 나는 그 변호사가 미국의 전공의들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래서 세계의 전공의들을 만나면 이러한 근로자로서의 권익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충족한 나라는 없었다. 모두들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상황은 “부당한 것”이지 “당연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병원측 변호사는 미국측 전공의의 처우 문제를 법적 근거로 쓸 수 없다. 미국 전공의들도 동일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공의들이 현재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서 말레이시아 의사들이 한국 전공의의 상황을 근거로 근로자의 권리를 박탈당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 전공의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 누구도 한국 전공의들처럼 일하지 않는다. 그 것이 정상적인 사회라면 말이다. 피교육생의 신분과 근로자의 이중적 지위라는 중의적 논리를 펴고 있지만, 피교육생과 근로자는 분율로 환산되는 관계가 아니다. 모든 근로자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공의에게 피교육자의 지위는 교육자의 대상자로서의 지위를 의미할 뿐, 피교육자가 교육자의 개념보다 우선하는 것은 기형적이다. 교육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다. 더군다나 의료가 공공재의 특성을 가진다면 국가의 전문의를 양성하는 교육은 공공재에 대한 정부의 의무를 물어야 할 사항이며, 피교육자로서의 권리가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박탈할 근거로 사용될 수 없다.

우리나라 전공의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세계 전공의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악의 불의와 상당한 불의 사이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전공의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데 – 대개는 상사인 교수와 상급 전공의,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에 의해 행해진다 - 최근 응급실 전공의 폭행 사건의 피의자가 실형을 선고 받는 일이 있었다. 터키의 경우는 응급실에서 의사가 환자 보호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건 당연한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의사 직군에 대한 이해의 변화와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 – 권력과 자본 – 에 의해 의료가 권력을 낚는 미끼이자 자본을 불리는 씨앗으로 변질되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전세계 의사들이 운명을 공유한다. 그런 점에서 유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사람의 머리가 모여야 카드놀이에 도가 튼 고수들을 이길 수 있다.

우리가 연대할 사람은? 환자들이다. 한국에서 3월 전공의 투쟁이 있었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투쟁의 노선에 대하여 엇갈린 주장을 하였다. 그 중 일부 사람들은 여론을 의식할 필요가 없으며 의사들은 자신들의 직업적 특성 때문에 오로지 파업만으로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는 급진론자들이 많았다. 즉 국민을 다 데리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건 아마도 주장하는 의사들이 국민의 돌돌 말린 곡해의 실뭉치를 풀기에 너무 피로해졌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젠 환자들도 깨달을 때가 되었다. 의사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을. 의사에 의해 빈크리스틴을 잘못 투여받아 사망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환자를 사망하게 한다. 피곤해서 눈도 못뜨는 의사를 더욱 규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미국은 한국의 빈크리스틴 사고와 거의 동일한 의료 사고(리비 지온 사건)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간파해낸 보호자 덕분에 전공의들의 근무 시간 제한을 이뤄냈다. 우리 나라 환자 단체들은 의사를 더욱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전공의특별법과 환자안전법은 거울처럼 완전히 일치하는 법이다. 의사는 환자와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다.

바로 정확히, 이 점에 대해서 세계의 전공의들은 일치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환자의 편에서 주장해야 한다고 모두가 하나같이 조언했다. 전공의가 힘들면 환자가 피해를 본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장해야 하고 그러한 노력 없이는 결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 세계 전공의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우리의 전략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기회를 가진 셈이다.

연대는 그래서 중요하다. 연대를 시작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한국 전공의 상황에 대한 자료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료들에 대한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욱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대화하고 조언을 구하고 다른 채널을 구해야 한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되게 해야 한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

WMA는 각국의 의사협회를 회원으로 하는 국제적 비정부 기구로서 전세계 의사를 대표하는 기구이다. 1947년 9월 18일에 창립되어 2014년 현재 106개국의 의사협회가 가입되어 있으며 우리 나라는 1949년 가입하였다. 1947년 9월 17일, 27개국 대표들이 파리에 모여 제1차 세계의사회 총회를 개최하였다. 설립 동기 자체가 나치에 의해 자행된 인체실험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에 있기 때문에 의료 윤리 기준 마련이 그 동안 가장 핵심 역할이었다. 또한 세계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의사의 자주성과 권리를 보호하며 의학 교육, 의료 인력 수급 등에 관한 국제 기준 마련하는 단체로 활동해왔다. 주요한 업적으로 의사로서의 행동윤리 강령에 관한 제네바 선언(1948), 인체를 대상으로 한 의학연구 및 실험에 관한 윤리 규정에 관한 헬싱키 선언(1964), 어떠한 이유에서건 고문 및 잔학행위에 의사가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천명한 도쿄 선언(1975), 그리고 의사의 직업적 자율성과 임상적 독립 수호 촉구한 서울 선언(2008)이 있다. 서울 선언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정부나 행정가로부터 가해지는 비합리적인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함을 천명한 것으로 한국 의사들이 처한 상황이 그러하지 못함을 감안할 때 가장 절실한 땅에서 공포된 선언이었다. (참조 : 대한의사협회 자료)

Junior Doctor Network (JDN)

 
JDN은 세계의 젊은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이다. 젊은 의사들의 사회적 영향력과 조직력을 강화하고 세계의사회(WMA)에 젊은 의사들의 주장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2010년 10월의 세계의사회(WMA) 밴쿠버 총회에 참석하였던 젊은 의사들의 의지로 처음 조직되었다. 2011년 10월에 열린 우루과이 세계의사회(WMA) 총회에서 JDN 첫 총회를 가졌으며 그 이후 세계의사회(WMA) 상임이사회 및 총회 일정에 맞추어 WMA 일정의 일부로서 함께 운영되고 있다. JDN 멤버들은 WMA 총회에서 자유로운 의사 발언을 할 수 있으며 안건 상정도 가능하다. JDN의 목표는 국제 보건, 전공의 수련, 안전한 근무 환경, 의사 이민 등을 포함하는 젊은 의사들의 관심사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정책을 논의하며, 관련된 내용을 발전시키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JDN에서 WMA에 제안할 내용에 대해서 서로 논의하였다. JDN 멤버들 간 각 나라별로 젊은 의사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보고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WMA에 제안을 상정하기로 하였다. 한국 전공의들이 100일 동안 당직을 해야 하는 상황과 주 100시간 이상의 근무 시간,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 모두들 놀라움을 표명하였다. 특히 100일 이상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 평균 주 45시간 근무하고 있었다. 그들은 24시간 연속 근무와 여성 전공의의 처우 문제를 제기하였다. 아프리카의 경우가 한국과 비슷하였지만 그들도 한국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한국 전공의의 상황에 대해서 KIRA 발표

한국 의료의 현재 상황에 대하여
한국 의사들은 근로자의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사회적인 인식에서도 근로자의 권리 밖에서 서 있는 등 인권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음. 그 원인에는 의사에게 희생을 강제하는 한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가 기반함을 OECD 국가들의 의료비 관련 그래프 비교를 통해 분석함. 한국은 전국민건강보험이 있지만 정부가 보험 재정을 인기주의에 영합하는 방식으로 비보험적인 적용을 하고 있으며, 원가 이하로 억제된 의료비로 보장율을 눈속임하는 등 왜곡된 의료 환경을 조성하고 있음. 

그 결과 종적 구조의 의사 사회에서 가장 젊은 전공의들이 반인륜적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보고함. 한국의 100/100/100 상황 (100일 연당, 주 100시간 이상 근무, 하루 100명의 환자를 봐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 박리다매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함. 이런 강도의 업무를 해내기 위해서 전공의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폭력이 가해지고 있으며 최저임금법의 적용 밖의 저임금과, 도망을 갈 경우 잡아 오는 등의 노예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짐을 설명함. 올해 3월에 있었던 전공의 파업에 대해서 설명함. 협상안을 만들었지만 정부에서 무시하고 있는 상황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JDN에서 수련평가기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전공의의 수련 환경에 대한 인덱스를 개발한다거나 한국의 상황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해 주기를 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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