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공지

[긴급]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관련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회원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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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하여 

오늘도 분투하고 계신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만오천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박지현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이 대한민국을 덮친 가운데, 최전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 진료를 하는 전공의 동료 여러분, 바쁘고 힘든 상황에 처해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정신없을 와중에 모든 회원께 전공의와 수련 그리고 전공의협의회 관련된 수련환경위원회의 퇴보라는 참담한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글을 통하여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나라를 잃은 다음 시일야방성대곡을 작성하던 장지연의 심정이 이랬을까요? 하고 싶은 말은 많고, 풀어나갈 감정은 쌓여있는데, 거르고 걸러서 어떻게 전달하여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2020년 1월 30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 2기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전공의법을 등한시하고 수평위에 저조한 출석률을 보이던 분이 위원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전공의법 시행 이후에 이를 관리, 감독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의결 기구로 의학회, 병원협회, 의사협회, 전공의협의회 그리고 복지부로 위원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본회의 산하 기구로 교육평가위원회, 기관평가위원회, 조사위원회, 전형위원회, 정책위원회가 있고 어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2기 본회의 첫 회의가 있었습니다.

 

1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의학회 3명, 병원협회 3명, 의사협회 1명, 의사협회 추천 전공의 대표자 2명, 전문가를 포함한 복지부 4명의 위원 구성으로 이루어졌고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 구성에 대해 지적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의학회와 병원협회, 의사협회를 나눠서 구성하였지만, 위원들은 모두 대학병원의 교수이며 의학회와 병원협회의 보직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전공의의 지위 향상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하여 만들어진 전공의법의 취지를 이해하기보다는 병원의 입장에서 전공의를 권익을 지켜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전공의법을 지키지 않는 (어쩌면 지킬 의지가 없는) 병원 소속 교수님들이었고, 폭력/성폭력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병원의 병원장과 EMR 차단을 시행하는 병원의 병원장 또한 속해있었습니다.

 

전공의법을 지키고자, 그리고 올바른 수련환경을 정착시키고자 만들어진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인데 위원 구성 자체도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기부터는 달라질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 되었던 위원의 구성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고, 복지부 전문가로 전공의 위원이 추가되어 13명의 위원 중에 3명은 전공의, 9명은 대학병원 교수, 복지부 관계자 1명으로 구성이 완성되었습니다.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채팅방에서 저는, 제 뒤에 1만 6천 명의 전공의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처럼 치열하게 싸우고,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이야기하고 본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1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사안들의 의결하고 민원을 처리할 때 위원들의 소속이 중요함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떤 병원은 분과 위원장이 속해있는 병원이라 언론화가 되어도 현지 조사조차 나가지 않는 것을 결정할 수 있었고, 어떤 민원은 본회의 위원으로 그 병원 교수님이 있어서 민원이 발 빠르게 처리되고, 어떤 병원은 티오 감축에 대한 소식이 대외비임에도 다 알고 있어서 전공의 선발에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공의협의회는 완벽하게, 결점 하나 없는 깨끗한 위원이 위원장이 되진 못하더라도 전공의법 준수가 이루어지지 않고 지속해서 민원이 제기되는 병원 소속 위원은 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만의 생각이었습니다. 의학회와 병원협회를 왜 나누어 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그분들은 하나였습니다.

 

첫 번째 안건이었던 위원장 선출에서부터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단 것을 깨달았습니다. 의학회 소속 윤동섭 교수님을,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처음으로 합류한 병원협회 소속 문정일 교수님이 추천하였고 그때부터 전공의협의회와 팽팽하게 맞서게 되었습니다. 맞선다기보다는 계속 저희를 가르치려고 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입니다. 전공의는 동등한 위원으로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전공의법을 지키지 않는 병원의 병원장이, 지난 3년 동안 폭력, 성폭력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던 병원의 병원장이 수평위의 위원장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력히 이야기했으나, 본인들은 병원 소속으로 온 것이 아니라 직능 대표로 온 것이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하지만 또 역설적으로 의학회 소속이지만 병원장이기에 병원협회의 입장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전공의협의회를 제외한 모든 교수님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위한 위원회의 위원장은 전공의를 제외한 모두를 대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전공의협의회는 1기부터 위원으로 참여하여 정보의 비대칭을 야기하고 처분을 피해가던 병원은 절대 안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보건복지부는 시간이 부족한 것을 핑계로 표결로 결정할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의학회와 병원협회가 다른 직능 단체가 아님을 눈앞에서 확인하였고, 구성 자체부터 상식적이지 않았는데 표결로 진행이 된다면 이미 위원구성에서 수적 열세이기에 뻔한 결과였습니다.


저는 돌아가 전공의 회원들에게 이 결과를 전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후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이전 수평위 1기에서는 의결이 아닌 긴 토의 끝에 공통된 결과를 도출해 내왔다고 이야기하였으나 학회에서는 다 이렇게 진행한다며 또 가르쳐야 할 전공의로 저를 몰아갔습니다.

 

법령에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위원장은 호선으로 임명한다고 되어있습니다. 그 호선이 중립을 지키고 위원회를 감독해야 할 복지부에 의해 다수결에 의한 표결로 바뀐 순간이었습니다.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고, 윤동섭 강남세브란스 병원장, 외과학회 이사장,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 수평위 활동 기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형편없는 졸속 회의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본회의에서 다룬 모든 안건은 보고 안건으로, 의결 사항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의학회와 병원협회의 원팀을 서포트로 당선된 새로운 위원장, 윤동섭 교수님은 안건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기본적인 내용들을 모두 질문하셨고, 중요한 사항들을 사무국 직원에게 위임하셨습니다. 마치 주치의에게 환자 명단 정리를 지시하는 것처럼 중요한 안건에 대해 1, 2, 3, 4 안을 정리해오라고 하셨습니다.

 

위원회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전공의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두 가지 안건. 서울대 병원 인턴 미수료 사건과 묶여있는 삼성과 세브란스 인턴 미수료에 대하여 제대로 토의조차 하지 못하고 다시 분과위원회로 되돌려보냈습니다.

 

당선된 위원장도 세브란스 병원, 추가 수련을 논하는 분과위원회 위원장도 세브란스 병원 소속입니다. 이해관계의 제척 사유 때문에, 해당 병원의 관계자가 한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해야 정상인데 이날은 의결하지 않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교육평가위원회 위원장님은 본인이 세브란스 병원에서 보직을 맡고 있지 않은 평교수라 양심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떳떳하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래서 분과위원회에서 의결하더라도 자리를 비우시진 않을 거라는 식의 발언을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병원 교수님들과 모든 민원이 들어온 병원 소속 관계자 교수님들이 마치 양심적이지 못해서 논의하는 동안, 자리를 피해 있던 것일까요?

 

이렇게 당연한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이제까지의 수평위와는 다른, 현저하게 질이 낮아진 위원회를 보며 더 이상 보건복지부 산하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존재하는 위원회가 아닌 의학회와 병원협회 겸임의 직속 단체에 앉아있는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의사인 우리에게는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처방 권한을 침해하는, EMR 차단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전공의협의회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하게 시행해야 할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안건에 대해 10분 정도 발언을 하고 6시가 되자, 일부 교수님들은 시계를 보시며 회의자료는 덮고 시간이 많이 되었으니 다음에 다른 자리에서 더 논의하기로 하고, 짧게 이야기해달라는 당부만 거듭하셨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EMR 폐지나, 전공의협의회가 말하는 ‘긴급하게 시행해야 할 후속 조치’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실제로 EMR 차단을 시행하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경희대병원, 가톨릭대학교병원의 병원장인 위원님들은 아무 말씀도, 정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윤동섭 위원장님은 마지막으로 "다들 바쁘시니, 앞으로 회의 시간을 지키겠다"는 말씀으로 본회의를 정리하셨습니다.

 

전공의 신분으로 오후 4시에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원장의 수술 일정으로 오전 7시에 열리는 분과위원회에 매번 참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참석한 회의에서, 바쁘다는 이유로 전공의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문제들을 졸속으로, 아무런 의견도 도출하지 못하였습니다. 의지가 없었습니다. 학회 가면 다 이렇게 하고, 피교육자 신분이라 아직 잘 몰라서 그렇고, 나중에 당신들도 다 이런 위치가 되면 알 것이라고, 병원장은 임기가 있어서 어차피 오래 있을 자리가 아니라 본인들이 고수하는 입장은 병원만을 위한 입장이 아니라는 훈계를 듣고 있었습니다.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새롭게 시작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기대감을 갖고, 원칙이 지켜지고 공정하고 열띤 논의가 가능한 위원회가 되길 희망하였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전공의들에게 중요할 수 있는 안건 하나하나 충분히 논의하고 싶었습니다. 수련환경이 나아가는 방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마음에 자부심을 갖고 싶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에 보직이 없다고 이야기하신 의학회 수련이사 김경식 교수님께서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모든 전공의 수련 업무를 의학회가 책임졌다고 말씀하시며, 앞으로도 의학회가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를 당연히 이끌어가야 함을 주장하실 때 저는 오히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대한민국 의료계의 기형적인 문제와 전공의 수련에 대한 책임을 여쭙고 싶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손호준 과장님은 회의실에서 퇴장하는 위원들에게 선출 과정에서 호선으로, 만장일치로 진행되었다고 기자들에게 이야기해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저는 공무원은 기자들 질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제게 말했던 것을 언급하였고, 저는 제가 대표로 하는 회원들에게 이러한 결과를 도출해내는 자리에, 만장일치 의견을 냈다고 거짓말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런 고민 없이 손호준 과장의 말대로 하겠다며 퇴장하려는 위원들에게 저는 큰 소리로 그렇게는 절대 못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위원장의 결격 사유에 대해 전공의협의회는 조목조목 이야기했고, 의학회와 병원협회가 하나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수평위 구성 자체 하 문제 있음을 그 자리에서 이야기했고, 복지부는 전공의협의회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음을 이유로 투표를 진행하였고, 그 득표 수 또한 공개하지 않은 채로 외부에는 만장일치라고 이야기하자고 하였고, 이에 전공의협의회가 반대하여 선출 과정을 솔직하게 공개하기로 하였다는 것까지 정리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전공의 동료 여러분,

저는 참패하였습니다. 여러분께 어떠한 변명을 드리고자 글을 적으려던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환자를 보고, 처방을 내고, 수술하고,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하루를 버텨내는 사이에 의학회와 병원협회는 하나가 되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점령하였습니다.

 

그 과정이 어땠는지 복기하는 것조차 힘들지만 실패를 기록해야 하고, 이 뼈아픈 기록을 통해 추후에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 위하여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시작부터 잘못된 이 상황에서, 더이상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인 저와 부회장은 위원직 사퇴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이 잘못된 현실을 알리고, 바로 잡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며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희망찬 약속으로도 어제의 실패는 회복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2020년 1월 31일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박지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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