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주 100시간’ 살인적 근무 개선될까… ‘전공의 특별법’ 국회 통과지방의 대학병원 신경외과에서 3년째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는 조모(32)씨는 1년차 때 하루 2시간도 못 자고 일했다. 키 178㎝에 69㎏이던 몸무게가 한 달 사이 9㎏이나 빠졌다. 뇌수술 보조를 하다 깜빡 잠들어 환자 위로 쓰러질 뻔한 적도 있었다. 조씨는 “전공의 과정을 거치며 회의를 느꼈다. 사람답게 살면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레지던트’라고 불리는 전공의는 의과대학 졸업 후 의사면허를 받은 이들이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4년간 수련하는 과정이다. 전공의는 대학병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의료 인력이지만 수련이란 명분 아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강요받고 있다.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전공의 수련·근로 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전공의 1169명 중 27.5%인 321명이 주당 100시간 넘게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에 5회 이상 당직 근무를 한 사람도 23.9%(279명)였다. 12.4%(145명)는 수면시간이 하루 4시간 이하였다. 당직 후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전문의는 57.6%(673명)로 절반이 넘었다. 이런 근로 환경은 의료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직결된다.여야는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전공의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전공의의 근로시간인 수련시간을 주당 최대 88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속 수련시간도 36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연속 수련 후에는 10시간 이상 휴식시간을 보장토록 하고 임산부 보호 조항도 넣었다.하지만 법안을 수정해 가결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부분이 빠져 ‘누더기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의 지원, 규칙 준수에 대한 병원장의 책임 등을 의무로 규정한 원안이 강제력 없는 장려 조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규정 위반 벌칙은 벌금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수정됐다.이렇게 강제력 없는 조항은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 일부는 전공의와 합의 없이 수당을 통폐합하는 식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꼼수’를 쓰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68시간)을 크게 넘어선 ‘80시간 진료’를 법으로 인정했다는 비판도 있다.송명제 대한전공의협회장은 “전공의특별법 통과는 환영하지만 대형병원의 압력 행사로 반쪽 법안이 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의 대학병원 내과 3년차 전공의 김모(31)씨는 “전공의들은 철저한 을의 위치여서 병원 측이 규정을 어겨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며 “시행령 등을 통한 강제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