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전공의는 왜 아직도 맞고 있나[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세상은 많이 변했다. 10년 전만해도 세상에 없던 스마트폰이 세계인의 일상을 경천동지할 수준으로 바꾸었다. 의료계에도 엄청난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면서 화상으로 환자 상태를 병원 측에 전달하면서 응급처치를 하는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며,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로봇수술장비가 현실에 등장한 지도 오래됐다. 심지어 로봇수술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급여화를 검토하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그런데, 응급실의 전공의들은 아직도 맞고 있다. 어쩌다 한두명이 맞는 것도 아니다. 최근 대한응급의학회지에 실린 ‘응급실 폭력과 폭행대응의 이해 및 변화조사’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지역 수련병원 30곳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236명 중 218명(92.4%)이 폭력을 경험했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린가.언젠가 버스기사 폭행 논란이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된 후, 버스에는 기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벽이 설치됐다.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했던 이 투명한 플라스틱 벽은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 됐다.응급실 의사가 환자에게 폭행을 당한다는 뉴스는 잊을 만 하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왜 이 문제는 해결이 안되는 것일까. 물론 의사와 환자를 투명한 플라스틱 벽으로 막을 수는 없다.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면 법으로라도 막아야 한다.실제 그런 노력도 있다. 비록 폐기됐지만 의료인 폭행 관련 법안은 과거 17대,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으며, 19대 국회에서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물론 환자까지 포함해 의료기관 내에서 벌어지는 폭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되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기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계류돼 있어 19대 국회에서도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경우 응급실 내 준사법권을 갖고 있는 안전요원을 배치해 폭행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고, 미국의 경우 의료진도 출입증이 없으면 응급실 출입이 금지되고 안전요원이 출입을 통제한다고 한다. 우리는 왜 이런 법을 통과시킬 수 없는가.메르스 사태 후 응급실 개선은 사회적 화두가 됐다. 감염을 막기 위해 응급실을 깨끗하게 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병상 간 간격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현실이 됐다. 거기에 한가지만 더해 응급실 내에서 어떤 형태의 폭력도 없애자. 응급실이 아무리 깨끗해지고 환자들이 감염에서 안전해져도 의료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응급실에서 자행되는 각종 폭행이 근절되지 않으면 응급실은 의료진에게도 환자에게도 ‘위험한’ 공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