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저 ‘값싼 의료노동자’가 아니다”…전공의들, 인권 캠페인 전개대전협, ‘나는 의사다…’ 표어·이미지 제작해 배포…“병들고 지친 의사에게 치료받고 싶은 환자 있을까”[라포르시안]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송명제)가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들의 노동자로서 권리와 인권 문제에 대한 대외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제도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를 위해 대전협은 'I'm a doctor with human rights'(나는 의사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가진)라는 표어와 상징적인 그림을 만들고 전공의 관련 이슈를 적극 알려나갈 계획이다. 이 캠페인은 대전협 남기훈 홍보이사와 윤찬 대외협력이사가 기획했다.남기훈 홍보이사는 "전공의도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전공의에서 더 나아가 의사 또한 희생만을 강요당하는 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한 인간임을 알리고자 한다"고 캠페인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나는 의사다…' 캠페인은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는를 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SNS상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프로필 사진을 이 캠페인을 위해 만든 포스터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남 이사는 "처음에는 SNS을 활용해 참여를 독려하고, 이후에는 뱃지를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라며 "캠페인을 위해 만든 캐치프레이즈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해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은 '나는 의사다…' 캠페인을 통해 전공의들의 인권 문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의사의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윤찬 대외협력이사는 "의료현장 일선에서 진료하는 의사와 전공의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근로환경에서 병들고 지친 의사에게 치료받고 싶은 환자가 있을까 의문"이라며 "국민 안전을 위해 전공의의 기본적인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환경은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지난 7월 말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 80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 기구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등을 심의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제정안에는 전공의에게 수련과 다음 수련 사이에 최소 10시간의 휴식을 보장하고, 휴일·연차 유급휴가와 여성전공의 출산 전후 휴가 등에 관해서는 근로기준법을 준용하도록 했다.연장근무, 야간·휴일수당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 가산해서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수련환경 개선법안 제정이 추진된다는 건 그만큼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의미다. 국내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가운데 상당수는 1주일 근무시간이 100시간이 넘고, 야간·휴일 근무에 따른 임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수련환경은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의료선진국인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전공의 근무시간이 80시간 이하로 줄었고, 유럽과 일본은 60시간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반면 우니라나라는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이 상상을 초월한다. 고려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김승섭 교수가 지난해 8월 1일~9월 15일까지 대전협 소속 회원 1만1,564명을 대상으로 '전공의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그 위험성을 엿볼 수 있다.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턴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116시간에 달했다. 일평균 수면시간은 4.7시간, 월간 당직일은 15.2일로 조사됐다. 레지던트의 경우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1년차가 103시간, 2년차 94시간, 3년차 83시간, 4년차 75시간 등으로 전체 평균이 주당 93시간이었다. 연구팀은 인턴과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지난 3개월간 의료과실 경험에 대한 질문을 했다. 조사 결과 '지난 3개월간 의료과실을 저지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인턴은 355명 중 49명(13.8%), 레지던트는 1,369명 중 119명(8.7%)에 달했다. '지난 3개월 간 의료과실을 실제로 저지르지 않았지만 저지를 뻔 한적 있다'고 답한 비율은 인턴이 356명 중 217명(61.0%), 레지던트가 1,371명 중 564명(41.1%)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 중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졸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인턴이 355명 중 317명(89.3%), 레지던트는 1,367명 중 938명(68.6%)이나 됐다. [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