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도 제대로 진행 안되는데 원격의료 하겠다고?”

“시범사업도 제대로 진행 안되는데 원격의료 하겠다고?”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원격의료 보고서 발표…“안전성·유효성부터 검증해야”[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강조하자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28일 ‘원격의료 정책 현황 분석 연구’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일본도 원격의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의료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미국에서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험 적용을 해주고 있는 주들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은 보험 적용 분야마다 제한 조건들과 원격의료 제공자에 대한 수행 기준과 면허 규정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로는 원격의료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일본에 대해서도 “원격의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임을 명확히 하고 부득이 하게 원격의료를 활용할 경우 원격의료 대상 지역, 환자, 질병과 제공자가 자격과 책임 등을 정해놓았다”며 “원격의료의 도입 목적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 원격의료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발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정부가 원격의료 개념을 모호하게 사용하면서 논점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도 했다.의료정책연구소는 “원격의료를 허용하기 이전에 원격의료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유형 정의가 필요하다. 굉장히 많은 원격의료 관련 용어들과 개념들이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텔레메디신, 리모트 헬스, 유헬스, 스마트헬스, 원격진료, 원격모니터링 등 매우 많은 용어들이 같은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정부에서 조차도 원격의료와 원격진료, 원격모니터링, 원격협진 등등 용어들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의료정책연구소는 “정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명확하게 정의하면 의사-환자(코디네이터) 원격모니터링이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원격의료라는 포괄적 개념을 사용해 원격의료에 대한 명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의료정책연구소는 “원격의료를 허용하기 전 각 용어에 대한 개념 정의와 원격의료 유형에 대한 분석과 도입 근거 및 필요성에 대한 논리를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어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아닌, 이미 허용돼 있는 의료인 간 원격의료나 원격모니터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의료정책연구소는 “현재 진행 중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기존 의료인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곳을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하고 기존에 이용하던 원격의료 시스템을 이용해 보건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코디네이터가 환자와 이사의 연결을 보조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기존 의료인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차이가 없을뿐더러 의료인이 아닌 코디네이터를 채용해 진행하기 때문에 의학적 안전성이 더욱 떨어지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의료정책연구소는 “시범사업에 어느 의료기관이 참여했는지, 어떤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어떤 기준을 갖고 시범사업 결과를 평가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시범사업 참여기관조차 시범사업 선정 기관인 사실을 모를 정도로 원격의료 시범사업 준비 과정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도 했다.의료정책연구소 김진숙 책임연구원은 국내에서 원격의료가 허용되려면 ▲원격의료 개념과 내용, 활용상황, 제공방식의 명확화 ▲원격의료 제공자에 대한 기준과 책임 규정 ▲수준 높은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 ▲개인정보보호 대비 ▲응급상황 대처 시스템 구비 ▲원격의료 도입 목적에 충실하게 설계된 모델이 적용된, 충분한 기간의 원격의료 사업 시행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의료정책연구소 최재욱 소장은 “여러 가지 선결조건들과 환경들이 갖춰진 상태에서 전문가 그룹과 충분한 논의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