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인턴·전공의 수련 '큰 그림' 필요"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수련을 받는 피교육자이자 병원에 고용되는 근로자인 전공의들 수련환경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까.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전공의특별법’이 국회를 통과, 법 제정이 눈 앞에 있다. 그런 가운데 수련병원들은 최근 내년도 전공의 모집을 마감했다. 수련병원과 진료과 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현행 전공의 수련교육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달라져야할까. "전공의 교육이 잘되려면 큰 그림을 보고 우리가 전세계에서 어느 수준인지를 가늠해봐야 한다.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기관이라면,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보여줘야할지 고민하고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폭력으로 얼룩진, 반노예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우리 전공의 교육의 자화상이다." 6일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은 데일리메디와의 만남에서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전공의 교육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현행 수련시스템 자체가 발전을 저해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많은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를 뽑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문제는 전공의를 ‘교육 대상’보다는 ‘값싼 노동력’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값싼 노동력을 취하기 위한 시장 논리로 전공의 수급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특히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 되는 병원에만 전공의 정원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필요 이상의 전문의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와 병원협회가 전공의 정원을 산정하기 위해 학회에 물어보면 학회는 그저 더 많은 인력을 원하는 식의 단순 논리다. 미래 국가에 필요한 의료 인력, 이에 대비한 전공의 숫자의 조절과 그에 따른 비용 등이 감안돼야 하는데 큰 그림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선진국은 '과잉생산'은 안하는 쪽으로 하고 있다. 전문의가 된 후에에도 지식과 기술이 계속 늘 수 있어야하고 수익이 발생돼야 한다. 전공의 수급도 이를 전제로 조절돼야한다”고 덧붙였다. '통합 수련' 및 '공통 과정' 교육의 필요성도 제언했다. 안 원장은 “작은 군소 병원의 경우, 타 병원과 같이 수련 받을 수 있는 ‘통합수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전공의는 공통과정을 2~3년해야한다. 공통수련을 통해 몇 개월마다 성형외과, 흉부외과 등을 돌아가면서 공통수련을 하는 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국'이라는 폐쇄된 구조에서 시대착오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지적했다. 또 “4년동안 작은 의국의 제도 하에서 이뤄지는 수련은 기관에 대한 충성도는 높아지는 반면 제대로 된 교육과 평가는 힘들어지고 작은 사안에만 집착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정부의 역할도 강조됐다. 안 원장은 “우리나라는 정부가 의료 수가로 통제하고 다양한 법과 제도로 의료에 개입하고 있으면서도 ‘전공의 교육’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필요한 의료인력 및 전공의 숫자가 있을 것이고 이에 맞춰 제대로 키워서 내보는 게 기관의 업무라고 한다면, 정부와 사회는 최대한 지원해줘 국민이 훌륭한 의사에게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교육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사회과 관여하는 ‘제3자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수련병원이나 전공의 등 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구로서 수련교육에 대한 지원, 감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영국, 미국, 태국 등에서 ‘전공의 교육’은 공공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가 진정 '사회적 실천(social practice)‘이 되려면 수가 하나로 묶어놓고 좋은 보험 제도라고 선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진짜 좋은 전공의가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원장은 “수련교육을 마치 미용실에서 청소하고 머리감기는 것부터 시작하듯 잔심부름이나 허드렛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 속성을 갖는 게 인턴·전공의 교육이다. 특히 의대 마지막 학년, 인턴들은 감독자의 눈이 최대한 많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배우는 시기가 초년병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구조나 커리큘럼 없이 시간만 때우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전공의특별법’에 대한 견해도 들어봤다. 그는 “세세한 것까지 법으로 만드는 것은 반대한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만들어지면 그 법이 되레 제약이 돼 유연성을 발휘하거나 변화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법안의 취지는 이해한다. 내가 전공의였어도 원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병원 입장에서는 경영 상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그렇다면 ‘전공의지원법’도 같이 만들어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인턴 1년, 캐나다에서 레지던트 5년, 펠로우 2년’, 총8년의 수련생활을 했다는 안덕선 원장. 선배로서 전공의들에게도 한 마디 남겼다. “선배들의 과거 전공의 시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조직적인 활동도 상당히 고무적인데, 좀 더 확대해서할 필요도 있다. 외국은 전공의들끼리 모이는 연합체나 학회 활동을 잘 하고 있다.그렇게 발전시켜주기를 바란다. 또 전공의 개개인들이 풀지 못하는 압박과 제약이 많은데 공통적으로 해결하는 힘을 키워갔으면 한다.” 허지윤기자 jjyy@daily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