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오명 뒤집어 쓴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여야 정치적 사안 대립으로 19대 국회 마지막 정책검증 의미 퇴색 [2015 국정감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9일 종합국정감사를 끝으로 2015년 국감을 마무리했다. 복지위는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을 마무리하며 ‘부실 국감’이란 쓴 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간 논의돼 온 정책 상황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했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근) 국감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격한 실랑이를 이어가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전격 발탁 의대교수 출신 신임 장관 vs 4번째 국감 치르는 노련한 의원들 사실 이는 시작부터 예견돼 있었다. 이번 국감은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었다. 복지위 소속 의원들 모두 새로운 의제를 꺼내기 보단 그간 뿌려놓은 것들을 거두고 확인하는 시기다. 또한 임기 후에도 관련 정책이 연속성을 갖고 개선될 수 있도록 장관의 책임있는 답변을 받아놔야 한다. 그런데 국감 열흘 전 임상 의사 출신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깜짝’ 부임했다. 이미 4번째 국감을 치르는 노련한 의원들 질의에 충분한 답변을 내놓길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다. 국감 대장정의 첫 테이프를 끊은 복지부 국감에서 정 장관은 여야 의원들로부터 “업무 파악 능력이 부족하다”, “아는 게 뭐가 있나요” 등의 질타를 받으며 연신 진땀을 뺐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출신 직역 이익 고려를 우려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최동익 의원 질의에 “개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낳았고, 배석해 있던 실국장들이 지나치게 관여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그나마 국감 마지막 날에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답변을 이어나갔다. 의원들은 정 장관에 대한 탐색이 끝난 뒤여서인지 장관으로서의 자질은 더이상 문제 삼지 않았고, 정 장관 역시 “확인해 보겠다” 등 답변의 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전보다는 자신감 있는 태도로 의원들 답변에 응했다. 위에서 떨어진 메르스 국감, 흔들린 복지위 ‘보건복지위원회는 메르스 사태 관련 국감을 국정감사 기간 중 하루 정해 실시한다.’ 상임위원회인 복지위와 상의 없이 지난 8월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보여주기식’ 메르스 국감이 2015년 복지위 국감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국정감사 기간은 말 그대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간임에도 여야의 화살은 서로를 향했다. 여당은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고, 야당은 말 그대로 ‘빈손’이었다. 문제는 증인 채택이었다. 국회는 중동호흡기증후군대책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꾸려 이미 9차례 회의를 가졌었다. 특위 활동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 야당은 복지부-청와대-서울삼성병원이 한 자리에 나와 남은 의문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 증인 채택은 메르스 사태 여진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싶은 정부와 여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었다. 지난 달 10일 여야는 첫 국감 때부터 문형표 前 복지부장관, 최원영 前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김진수 비서관의 증인 채택을 두고 논쟁을 벌이더니 시작과 동시에 정회하는 진통을 겪었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접전은 국감 시작 전 벌어졌고, 결국 메르스 국감은 개회도 하지 못한 채 무산됐다. 당시 당 지도부가 협의에 나섰지만 문제 해결은 여전히 복지위 몫이었다. 그럼에도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윗선’의 재가가 필요해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이후 여당은 한 발 물러나 문형표 前 복지부 장관을 법적 요건을 갖춰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그는 지난 10월9일 종합국감에 불참했다. 동행명령을 두고 여야가 3~4시간 동안 공전했고, 표결 상황까지 치달았다. 여야 간 합의를 바탕으로 상임위를 운영해 온 복지위에서 표결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전임 복지부 장관이 복지위 전통마저 흔든 것이다. 야당 의원 총 9명 전원은 동행명령 발부에 찬성했지만, 여당 의원 총 10명이 반대표를 던져 결국 무산됐다. 여당의 경우 여당의 동의로 채택된 증인이 국회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동행명령 발부에 반대해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깎았고, 야당은 오랜 시간 요구한 증인 중 한 명을 증인석에 세우지 못했다. 증인 채택 문제로 많은 시간을 버린 탓에 마지막 날 국감은 새벽 1시 30분에야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양당 모두 증인 채택 문제에 화력을 집중하느라 정작 정부가 내놓은 후속대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보건의료 핵심 쟁점 논의 부족…의원들, 개별 준비 질의 등 각개전투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핵심 쟁점이 없어 의원들의 각개전투가 벌어졌다. 지난 해 특히 야당의 경우 의료영리화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제주도 싼얼병원 논란 등에 대해 집중 포화를 하며 국감을 이끌어갔지만, 올해는 그만한 핵심 사안이 없었다. 의원들은 그간 지적했던 문제에 대한 후속 대책을 확인하는 작업이 주를 이뤘다. 그 과정에서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 새정연 남인순·최동익 의원 등 다수 여야 의원들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해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이들은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찾아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중국 투유유(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를 언급하며 힘을 실었다. 원격의료 문제에 대한 여당 의원의 정면 돌파도 인상적이었다.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은 일각에서 원격의료의 대안으로 방문의료를 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했다. 이에 정 장관 역시 “산간벽지까지 방문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제약이 있을 것”, “원격의료가 공공의료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며 원격의료가 의료복지 실현을 위한 도구임을 강조했다. 전공의 폭행 문제를 국회로 옮긴 새정연 이목희 의원 역시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의원은 부족한 피해자 보호 장치, 소극적이었던 병원 대응 등을 지적하며 가해 의사에 대한 의사면허 박탈을 주문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피해자 송모씨는 “후배 전공의에게 폭행을 행사하면 어떤 결과가 이어지는지 보여줘야 한다. 다른 전공의들이 나처럼 폭력에 의해 의사로서의 길을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케케묵은 문제지만 다시금 떠오른 것도 있었다. 국민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등 건강보험 관련 현안들이 그것이다. 야당은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이 당정협의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두고 “밀실행정”이라며 내용 공개를 요구했다. 또 새정연 김성주 의원은 전자건강보험증 관련 연구용역에서 ‘시민 3분의2가 찬성한다’는 결과를 낸 설문조사 대상이 60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밝히며 부실한 논의 과정을 짚어냈다. 같은 당 김용익 의원은 건강보험 14% 국고지원율을 지키지 않는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소송 검토를 요구하는가 하면, 2016년 12월 말 끝나는 국고지원에 대한 복지부의 대응책 마련 등을 주문했다. 민정혜·오준엽기자 mjh_nuit@daily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