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을 위한 전공의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문 저는 오늘, 대한민국전공의의 대표로서 이 나라 국민이라면 마땅히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할 부분에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어찌 보면 오늘 이 자리는 매우 절박한 구조 요청이라고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담담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돌보는 환자들과 그리고 오늘도병원에서 땀을 흘리며 진료에 매진하는 동료 전공의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입니다. 해방 이래, 대한민국은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기치 아래 참으로 열심히 달렸습니다. 지구상 어느 국가보다도 기록적으로 빠른 성장을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초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미처 함께 발전하지 못한 부실한 내실의 단서들이 있어 왔습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그리고 작년에는 세월호가 침몰하여 300여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이런 사고들은 우리에게 기본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기본이 바르게서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저는 우리나라 병원의 기본에 대해서 이야기하려합니다. 환자들이 겪는 의료사고들은 매우 개인적인 일이라 그 심각성이 부각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국내 병원에서 매년 수 만 명의 환자가 의료사고로 사망합니다. 대부분의환자는 죽음의 원인조차 모르고 희생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개인의 이름으로 잊혀졌습니다. 우리나라 병원 건물과 시스템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다른 선진국들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병원의대부분의 진료를 수련에 집중해야 할 전공의가 주당 100시간 이상의 근무로 지탱한다는 것입니다. 의사가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면 의료사고는 8배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의사의 과로는 의료사고로직결된다는 수많은 연구가 존재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전공의의 대표로서 최초의 공식 발언 한 가지를 하고자 합니다. 매우 슬프고 충격적인 사실입니다. 그 동안 대한민국의 많은 전공의들이 과로로 사망하였습니다. 우리나라전공의들은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근무하며 심한 경우 150시간이상 근무합니다. 일주일은 168시간입니다. 과로로 인한 돌연사, 심장마비, 그리고절망감으로 인한 자살이 있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말했습니다. 도대체자살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너무나도 별안간이라는 것입니다. 다만일이 너무 힘들다는 토로는 했다고 했습니다. 주당 150시간을강제로 근로시키면서 자살한 이유를 모른다는 것은 무슨 상황입니까? 저의 동료 전공의들은 심지어 유서도남기지 않고 건물에서 뛰어내리곤 했습니다. 그들에겐 인생을 정리할 글 한 줄 쓸 시간도 사치였습니다. 우리나라 전공의들은 일반 근로자보다 3-4배 이상 일하고 최고 33배 아프며, 자살충동을 8배 이상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여자 전공의들은 임신을 하면 노동력이 감퇴한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차별과 모욕을 받고 2명 이상의 아이를 출산할 경우 패널티를 받습니다. 이런 극단적 학대가 가능했던 이유는, 전공의가 병원 사회에서 매우 취약한 지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장과교수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전공의에게 모든 부조리가 누적되었습니다. 전공의를 구제할 수 있는실효성 있는 규제는 지난 만 64년 간 전무했습니다. 정부는전공의에게 가해지는 구조적 학대에 대해 몰랐을까요? 정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침묵한다는 이유로 전공의 학대에 동조해 왔습니다. 정부가말한 그 국민들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에서 의료사고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으로 지탱되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의 직업적 이상을 짓밟고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의 책임전가의 종착지로 전락한사회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우리는 사회 속 인권의 사각지대를 없애가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사회의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의 성숙을 말할 때입니다. 왜냐하면기본이 바로서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이 없는 사회는 안에서부터 무너집니다. 우리가 기본의 부재로 재난을 당할 때마다 ‘다시는 잊지 말자’고 했던 그 맹세를 기억합시다. <환자 안전을 위한 전공의특별법>의 법안을 발의하면서 한 국회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제는 덮을 수는 있으나 사라지지 않는다.” 올해는 전공의 제도가 도입된 지 64년이 되는 해입니다. 오늘 우리 전공의들이 제기한 의료 기본의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환자들은 계속 병원에서 죽을 것입니다. 전공의들도 계속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결단을 내릴 용기만 있다면 모두 구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엄격히 규제할 법적 조치가 필요합니다.전공의를 병원의 일용할 노동력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책임질 미래의 의료 전문가로 교육시키기위해서는전공의의 근무수련환경을 감독할 [독립적인 평가기구]가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를 사랑하는 국민이라면 <환자 안전을 위한 전공의특별법>을 지지해 주십시오. 우리 사회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하는 국민이라면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 환자에게 안전을전공의에게 인권을2015년 3월 18일, 우리나라의료의 기본을 바로 세워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