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250310] 국회토론회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대화_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수련 환경의 문제와 개선 방향


대한전공의협의회 박 단 



서론


전공의란

전공의란 의료법 제5조에 따른 의사면허를 받은 사람으로서, 같은 법 제77조에 따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수련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인턴과 레지던트로 불리며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에서 4-5년 동안 수련을 받는다. 근로자와 피수련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 특별법)’에 따라 그간 주 80시간, 최대 36시간 연속 근무가 가능했다.


전공의 특별법

2015년 12월,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용익 국회의원이 발의한 전공의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당시 김용익 의원은 이를 통해 전공의 수련 제도 개선을 위한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자평하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안타깝게도 전공의 근무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전공의 특별법은 제1조에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 전공의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7조에서 주 80시간 수련 제한, 36시간 연속근무 제한, 제15조에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구성을 전체 위원 13인 중 전공의 대표자는 2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의료법 제52조에 따른 의료기관 단체, 즉 대한병원협회에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위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두었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1조(목적) 이 법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전공의의 권리를 보호하고 환자안전과 우수한 의료인력의 양성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10년 전, 김용익 국회의원이 발의한 전공의 특별법 초안과 현행법을 비교해 보면 법안 제정 과정에서 많은 내용이 생략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공의 단체 설립 근거 마련, 임산부 보호, 연장ㆍ야간ㆍ휴일 수련에 대한 임금 가산, 수련 계약서 작성 위반, 폭행 금지, 내부 고발자 보호, 정부의 예산 지원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특히 본 법안 위반에 대한 벌칙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에 불과한 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2022년 전공의 실태 조사

2022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13,000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1,984명이 설문에 응답하였다.

- 전공의 평균 근로시간 77.7시간

전공의 평균 근로시간은 77.7시간으로 확인되었으며, 4주 평균 80시간 이상 초과하여 근무하였다고 응답한 비율은 52.0%였다. 특히 인턴 응답자의 약 75.4% 가 평균 주 80시간 초과 근무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전공별로는 흉부외과(100%), 외과(82.0%), 신경외과(77.4%), 정형외과(76.9%), 인턴(75.4%), 안과(69.4%), 산부인과(65.8%), 내과(61.7%) 등에서 4주 평균 80시간 초과로 근무한 전공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 주1회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근무 66.8%

응답자의 약 66.8%가 주 1회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 근무를 하고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24시간 초과 연속근무 횟수는 주 2회(31.5%), 1회(18.1%), 3회(10.3%), 4회(5.9%) 순으로 확인됐다. 전공별로는 신경외과(87,1%), 산부인과(84.9%), 흉부외과(84.2%), 인턴(84.4%), 외과(84.0%), 내과(81.1%), 정형외과(75.4%) 순으로 24시간 초과 연속근무 경험률이 높았다.

정규 근무 시 담당하는 입원 환자 (응급 환자 포함)는 1-10명(45.8%), 11-20명(29.9%), 21-30명(16.0%), 31-40명(4.4%), 41명 이상(3.9%) 순으로 보고되었다.

당직 근무 시 담당하는 입원 환자(응급 환자 포함)는 1-50명(63.3%), 51-100명(19.1%), 101-150명(9.5%), 151-200명(4.8%), 201-250명(1.8%), 301명 이상(1.0%), 251-300명(0.5%) 순으로 보고됐다. 당직 담당 환자 수 50명 초과 비율은 전공별로 내과(75.5%), 외과(71.4%), 신경외과(54.8%), 인턴(48.7%), 산부인과(37.9%) 순이었다.

- 폭언 및 욕설 가해자 : 교수 56.3%

업무 수행 중 폭언 또는 욕설을 경험한 전공의는 약 34.0%에 해당한다. 가해자는 교수(56.3%), 환자 및 보호자(51.3%), 동료 전공의(33.8%), 전임의(11.4%), 간호사(8.0%), 기타 직원(4.0%)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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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다른 법률과의 관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6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이 법은 수련환경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

우선 전공의 특별법 제6조에서 이 법은 수련환경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전공의 수련 환경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제정된 것으로 보이나, 일부 병원에서는 이를 악용하여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고 최저 시급 이하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전공의 특별법이 전공의의 권리를 침해하는 역설적이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5조와 같이 전공의 특별법을 다음과 같이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전공의 권익 보호와 관련하여 이 법은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하되, 다른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전공의 등에게 유리한 경우 그 법을 적용한다.“ 이러한 개정은 전공의의 권익 보호를 더욱 명확하게 하고, 법 적용의 유연성을 확보하여 전공의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수련 시간

현행법상 전공의는 주당 최대 80시간, 연속 최대 36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더 긴 시간 동안 근무하는 사례가 태반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수련 시간 단축을 요구해왔지만 10년째 답보 상태이다. 2022년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시행한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8%가 주 1회 이상 24시간을 초과하는 연속근무를 경험하였으며, 52%는 주 80시간 이상 초과하여 근무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미국의 졸업 후 의학 교육을 위한 인증 위원회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ACGME) 는 최대 24시간까지만 연속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유럽 연합(European Union, EU)은 유럽 근로시간 지침(European Working Time Directive, EWTD)을 통해 주당 근로시간을 4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24시간 내 최소 11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며, 야간 근무를 위해 24시간마다 8시간 제한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 또한 초과 근무시간을 연 960시간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7조(수련시간 등) ① 수련병원등의 장은 전공의에게 4주의 기간을 평균하여 1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하여 수련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교육적 목적을 위하여 1주일에 8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② 수련병원등의 장은 전공의에게 연속하여 36시간을 초과하여 수련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연속하여 40시간까지 수련하도록 할 수 있다.
③ 수련병원등의 장은 전공의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속수련 후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신설 2012. 2. 1., 2020. 5. 26.>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는 과로로 인한 업무상 질병의 당연인정기준으로 주 평균 60시간 기준(발병 전 12주 동안의 평균 근로시간)을 활용하고 있으며, 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한 경우 업무와 질병 간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유럽연합(EU)의 노동 시간 지침은 ‘주 평균 48시간 이상 근무’를 장시간 노동으로 보고 있다.


과로사, 의사 건강권
 
2019년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이 설 연휴 중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으며 최종적으로 과로사로 인정받았다. 같은 해 가천대학교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신형록 전공의 역시 근무 중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당시 신형록 전공의는 주 113시간의 과도한 근로를 하고 있었으며,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2019년 8월 5일 - SBS 뉴스
- '주 평균 100시간 근무' 故 신형록, 전공의 과로사 첫 인정

지난 2월 근무하던 대학병원 당직실에서 숨진 전공의 고 신형록 씨에 대해 과로사가 인정됐습니다. 전공의에 대해 과로사를 인정한 첫 사례입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기자>설 연휴를 앞둔 지난 2월 1일, 가천대 길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던 신형록 씨가 당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사망 전 1달 동안 1주에 평균 100시간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기간에 1주 휴가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3주 동안 주당 133시간 일한 것입니다. 고용부의 과로 기준 시간은 물론 전공의 특별법상 기준인 주당 88시간을 훨씬 웃도는 '격무'였습니다. 통상 지병이 없는 경우 '과로'를 사망 원인으로 인정받기 어려운데, 이번 경우는 '만성 과로'로 보기 충분하다는 것이 인정 근거가 됐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자문위원회는 부검 결과 특별한 질병이 없고, 과로로 인한 심장병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에서는 과로로 인한 자살 사례 증가 등으로 과로사가 이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이에 따라 2014년 ‘과로사 방지 대책 추진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54.3%, 우울감 경험률은 23.6%, 자살 생각 비율은 17.4%로 모두 일반인 대비 2-3배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향후 전공의 과로사 및 정신건강 문제 예방 등을 위해서라도 근로시간 단축은 필수적이다.


수련시간 단축

전공의 수련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우선 현행 주당 80시간에서 64시간으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근로기준법 특례 업종 폐지를 통해 의료인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현행법에는 ”1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하여 수련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교육적 목적을 위하여 1주일에 8시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개정하여 “수련 시간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 근로시간을 따른다. 교육적 목적을 위하여 1주간에 24시간을 한도로 수련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고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연속 근무

전공의의 연속 수련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 주간 근무를 마치고 이어지는 야간 당직, 그리고 다시 또 주간 근무로 이어지는 36시간 연속 근무 체계는 살인적이다. 이는 일반 직장인이 일주일에 걸쳐 수행하는 업무를 단 하루에 몰아서 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다.

대학 병원에서 응급 상황 발생 시 가장 먼저 대응하는 의료진은 전공의다. 따라서, 전공의의 수련 시간은 환자 안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장시간 근로는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수면 부족과 피로 누적으로 인해 판단력과 집중력이 저하되어 환자 위해 사건 발생 확률을 높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공의의 연속 근무 시간을 최대 24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휴게 시간

전공의의 휴게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해야 하며 이를 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휴게 시간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공의의 업무 특성상 휴게 시간을 온전히 보장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공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24시간 내내 응급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실제로 병원은 전공의에게 휴게 시간을 제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식사 시간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전공의는 휴게시간에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급으로 노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법적으로 근로 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이 휴게 시간을 더하면 실질적인 업무 시간은 100시간을 넘는다.

근로기준법
제54조(휴게) ①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교사의 경우 점심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1985년 문교부는 교원의 점심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시켰으며, 판례 또한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의정부 지방법원 고양 지원 2020. 7. 10. 선고 2018가단13373 판결에서 ‘유치원 교사의 경우에도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으로서 휴게시간이 아닌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고 판시했다. 이를 전공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전공의의 경우 주당 근로시간이 길어, 주당 휴게 시간은 약 15 - 20시간에 이른다. 일반 근로자의 약 30 - 40% 해당하는 노동에 대한 대가를 일절 받지 못하고 있다. 한 달 기준으로 약 60 - 80시간, 가산 없이 최저 시급으로만 계산해도 월 60 - 80만 원 가량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는 휴게 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며, 병원의 지휘 감독 아래 대기하면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휴게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해야 하며 이를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이는 노동에 대한 당연한 권리이다.
  
법제처 - 법령해설 사례
민원인 - 교원의 근무시간의 범위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9조 등 관련)
- 안건번호 24-0519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0조제1항 전단에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직무의 성질, 지역 또는 기관의 특수성에 따라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소속 행정기관의 공무원에 대하여 제9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통상의 근무시간 또는 근무일을 변경하여 근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국·공립 유치원 또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은 그 기관의 특성상 점심시간에도 급식 지도 및 학생 생활 지도 등(각주: 교육공무원 인사실무 238p.(교육부, 2016) 및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0. 7. 10. 선고 2018가단13373 판결례 참조)을 통해 학생을 보호하고 감독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교원의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이 사안의 경우 교원의 통상의 근무시간에서 점심시간을 제외하지 않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1일 8시간)를 근무시간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 이 경우에는 점심시간이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라고 하더라도 해당 시간은 휴게시간이 아니라 근무시간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0조제1항에 따라 교원에 대하여 통상의 근무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변경한 이 사안의 경우에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도 근무시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교원이 해당 시간에 개인용무를 위하여 외출하는 것은 근무시간 중 외출에 해당하여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4조의2 및 그 위임에 따라 규정된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제5조제4항에 따라 학교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0. 7. 10. 선고 2018가단13373 판결
… 점심시간 및 특강시간은 원고들의 업무강도가 다소 감소되고 현실로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등 휴식시간이나 자유시간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었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으로서 휴게시간이 아닌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임금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당 평균 수련 시간은 77.7시간, 평균 급여는 397만 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달 근무 시간은 약 337시간이며, 이를 단순하게 시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약 11,7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연장ㆍ야간ㆍ휴일 가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임금 가산을 고려하면 현재 전공의는 사실 상 최저시급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공의 임금 정상화를 위해 전공의 특별법을 개정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금 지급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실 근로 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연장ㆍ야간ㆍ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연장ㆍ야간ㆍ휴일 근로에 대해 통상 임금의 1.5배 가산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공의 특별법에는 가산 규정이 명확히 포함되어 있지 않아 병원 별 내규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의 가산 임금 지급의 필요성은 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2019년 한 전공의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원고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며 해당 근무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가산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며 가산 임금 5,15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대법원은 “당직 근무 중에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 주로 방사선 촬영, 병리 검사, 투약, 긴급한 수술의 보조 등의 진료 업무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고 그 내용과 질에 있어서 통상 근무의 태양과 마찬가지라고 인정될 때에는, 당직 근무를 통상의 근무로 보아 이에 대하여 통상 임금 및 근로기준법 제46조 소정의 가산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는 판례를 남긴 바 있다. 이러한 법원 판결들은 전공의에게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정당한 임금 지급이 이루어져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ㆍ야간 및 휴일 근로) ① 사용자는 연장근로(제53조ㆍ제59조 및 제69조 단서에 따라 연장된 시간의 근로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개정 2018. 3. 20.>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른 금액 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신설 2018. 3. 20.>
1.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2. 8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 통상임금의 100분의 100
③ 사용자는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의 근로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신설 2018. 3. 20.>

김용익 전 국회의원이 발의한 전공의 특별법 초안에는 임금 가산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사용자 단체인 대한병원협회의 반발로 해당 조항이 삭제되었다. 병원은 적자를 이유로 정당한 임금 지급을 회피했지만, 실제로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이라는 명목으로 매년 수천억 원의 재정을 축적하며, 병원 확장과 분원 설립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2024년 10월 20일 디지털타임스 - `빅5` 병원, 수천억원씩 `고유목적금` 적립…〃외형 확대보단 의료개혁 위해 써야〃

연세세브란스병원은 5551억5000만원이나 됐고, 영남대병원도 1757억8000만원으로 1000억원이 넘었다. 이들 두 병원의 고유목적금은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작년 상반기보다 118억4000만원, 203억5000만원 각각 늘었다. 국공립대 병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서울대병원의 경우 1939억원, 분당서울대병원은 2717억원, 전남대병원은 350억원을 고유목적금으로 쌓아놓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빅5 병원의 순이익 합계는 4667억원인데, 이들이 이 기간 고유목적금으로 적립한 돈을 고려하면 실제로 이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2조원에 육박한다는 추정도 있다. 대형병원들은 이렇게 적립한 고유목적금을 분원 설립 등 병원의 외형을 확대하는 데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한 촉탁의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기존 전공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면서도 전공의 임금의 5 - 20배에 달하는 보수를 지급하고 있었다. 사태 발생 이후 교수들에게도 당직비로 하루 100만 원, 최대 220만 원까지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병원이 그동안 전공의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는 전공의에게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보장해야 한다.


예산 지원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 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정부와 지자체가 전공의 육성을 위해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3조(국가의 지원) ① 국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하여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시책 추진에 노력하여야 한다.
② 국가는 전공의 육성, 수련환경 평가 등에 필요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3조에 따른 수련전문과목 중 특히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련전문과목의 육성에 우선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개정 2024. 2. 20.>

미국은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 국방부, 연방정부, 민간보험회사 등 다양한 재원을 통해 매년 약 200억 달러, 한화로 약 30조 원을 전공의 지원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메디케어에서만 전공의 1인당 약 2억 원을 지원한다. 영국 또한 전공의 수련 비용을 국가가 전담하며, 연간 50억 파운드, 한화 약 9조 정도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경우 전공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전공의 예산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만, 임의 규정으로 강제성이 없어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공 복리를 운운하며 전공의를 공공재 취급을 할 것이라면 적어도 그에 걸맞게 정부가 전공의 수련을 전담하고, 이를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 비용을 국가가 일부 또는 전액 부담하는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사태 이후, 정부는 지도전문의 및 필수 의료 전공의 지원금을 위한 예산을 배정했으나, 배분 방식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전공의 수련 수당 지원 예산으로 589억 원을 편성, 필수 의료 전공의에게 한정하여 월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교수 교육 수당 지원으로는 3,110억 원을 편성하였다. 지도전문의에게는 연 8,000만 원, 전공의에게는 연 1,20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도 전문의 제도가 사실상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실질적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불합리한 예산 배분이다. 지도 전문의 제도가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정된 예산을 전공의 임금과 수련 환경을 정상화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교육

현재 대학병원에서의 전공의 교육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전공의는 교수의 시술과 수술을 어깨너머로 지켜보거나, 서적, 논문 등을 통해서 스스로 학습한다. 교육의 대부분은 상급년차 전공의가 담당하고 있다. 병원은 전공의에게 교수의 감독 하에 독립적으로 시술, 수술 등을 수행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학회는 대외적으로 피수련생의 신분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전공의를 노동자로만 취급하고 있다.

최근 대한의학회 박용범 수련교육이사는 “양질의 전문의 양성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련 시간이 확보돼야 하기에 주 80시간 유지는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문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의 진료 경험과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주 80시간에 맞춰 수련 교육이 진행되고 있어 주당 수련 시간이 줄면 수련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외과학회는 “주당 수련 시간을 단축하면 수련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전공의 교육 부실은 외면한 채, 단순히 수련 시간을 유지하거나 연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에 불과하다. 교수는 전공의 교육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며, 지도 전문의 제도가 존재하지만 전공의는 누가 지도 전문의인지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과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 교과 과정 행정 규칙에는 3년 차 전공의 수련 목표에 담낭절제술, 회장맹장절제술 등의 기본적인 수술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교수들이 이러한 교육과 실습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결과 “외과 전문의가 맹장 수술조차 못한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전공의 교육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황이다.

진료지원인력(Physician assistant, PA) 문제도 전공의 교육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간호사가 전공의를 대신하여 수술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전공의들은 수술 경험조차 제대로 쌓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과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대부분의 대학 병원에서 초음파, 내시경 등의 필수 술기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 결국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도 초음파와 내시경 같은 기본적인 술기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술기를 배우기 위해 임상 강사(Fellow) 라는 저임금의 노동을 1-2년 더 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결국 전공의들은 정작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입원 환자 관리와 당직 근무 등에 대부분의 수련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일은 많이 하지만, 배운 것은 없는 전공의 수련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2024년 7월 12일 한겨레 신문 - “빅5 출신이 맹장 수술 못하기도…전공의 수련 개선해야”
- 빅5서 수련한 외과 전문의, 맹장 수술은 못한다?

“이른바 ‘빅5’ 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외과 전문의를 따고도 정작 맹장 수술은 못 하는 의사들이 나온다. 전공의 수련 때 집중적으로 배운 췌장암 수술은 잘하겠지만, 동네 병원에서 췌장암 환자를 만날 일은 거의 없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11일 한겨레에 “현재의 전공의 수련 과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전공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도 전문의에게 교육 수당을 지급해선 안 된다. 현재 전공의들은 과도한 노동을 감내하며, 정작 필수적인 교육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환자 수 제한 등을 통해 전공의 노동을 제한하고, 교수 및 전문의가 전공의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의 추가 채용을 통해 수련 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해외 수준으로 낮추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전공의 보호와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교육의 부재를 방지하기 위해서 교수 평가 제도 등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많은 대학에서 이미 강의 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강의의 질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마찬가지로,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도 교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지도 전문의에 대한 전공의 만족도 조사, 교육 성과 평가 등을 시행하고, 지도 전문의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교수에게는 교육 수당 삭감 등의 불이익 부여하고 우수한 교육을 제공한 교수에게는 보상을 강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전공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수련 병원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 교육 기능을 수행하지 않은 병원은 수련병원 지정에서 제외하거나 수가 삭감, 병원장 및 지도 전문의에 대한 벌칙 부여 등의 행정적 제재를 도입해야 해야 한다.

또한 전공의 교육을 개선하려면 전공의를 순환 근무시킬 것이 아니라, 국립대 병원 교수 순환 근무 제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길 바란다. 현재 지역 수련 병원과 수도권 병원 교육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많은 전공의들이 지역 병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립대 병원 교수들을 순환 근무하도록 하여 지방으로 분산 배치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임산부 보호, 전공의 폭행

근로기준법 제70조 및 제74조에 따르면, 임산부는 야간 근로 및 연장 근로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료법에 따라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
근로기준법 
제70조(야간근로와 휴일근로의 제한) ② 사용자는 임산부와 18세 미만자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0. 6. 4.>

제74조(임산부의 보호) ⑤ 사용자는 임신 중의 여성 근로자에게 시간외근로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그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쉬운 종류의 근로로 전환하여야 한다. <개정 2012. 2. 1>

제110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09. 5. 21., 2012. 2. 1., 2017. 11. 28., 2018. 3. 20., 2021. 1. 5.>
1. … 제70조제1항ㆍ제2항 … 제74조제1항부터 제5항까지 … 을 위반한 자

지난 2024년 2월,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사직서를 제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인력 부족이 극심하기 때문에 임산부 전공의도 정규 근무는 당연하고 임신 12주 차 전, 분만 직전 12주를 제외하고는 기존 당직 근무에 그대로 임합니다. 태교는커녕 잠도 못 자고 컵라면도 제때 못 먹습니다. 지난달 당직 시간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온 환아를 50분 동안 심폐소생술 한 적이 있는데 가슴 압박을 하면서 내 뱃속 아기가 유산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엄마이기 전에 나는 의사니까 지금은 처치에 집중하자고 다짐하며 임했습니다. 다행히 환아가 살아난 후 오랜 처치가 끝나고 당직실로 들어가서는 뱃속의 아기에게 엄마로서 죄책감이 들어 몇 시간을 울었고 걱정할까 봐 가족들에게는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에서 근무한 임신 전공의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는커녕, 주 88시간 이상의 근무를 수행했으며, 야간 당직 및 36시간 연속 근무 또한 강요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 전공의는 출산 전날까지 근무를 했으며, 퇴근 후 진통이 시작되어 다음 날 새벽 응급 제왕 절개 수술을 받았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명백히 위반한 사례로 임산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대학 병원 특성상, 누군가는 야간 및 휴일 당직 근무를 수행하며 입원 환자를 진료 해야 한다. 대부분의 수련 병원에서 교수는 전공의의 당직 근무를 일절 분담하지 않는다. 인력 공백은 모두 전공의 내에서 분담하고 있다. 임신한 전공의의 공백 역시 다른 전공의들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동료들에게 업무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임신한 전공의는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근무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학병원은 전공의의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전문의 인력을 확충하여 당직 및 진료 부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공의들의 과중한 노동을 줄이고 보다 적절한 수련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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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수련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운영 방식과 처벌 조항의 부재로 판단된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 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독립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사용자인 정부와 병원에 종속되어 있으며, 그간 정부는 착취 구조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이용해 왔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위원 구성의 불균형, 독립성 결여, 전공의 참여 제한 등의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총 13인으로 구성되며, 그중 전공의는 단 2명에 불과하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구성부터 재조정해야 한다. 교수 10명, 전공의 2명으로 이루어진 교수 중심의 불공정한 구조는 전공의의 권익 보호보다 병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장은 대부분 병원장이 맡았다. 이는 위원회가 병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위원회 구조는 전공의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다. 전공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전공의 추천 위원을 과반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

2018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불공정한 위원 구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13명 중 복지부 과장과 전공의협의회 2명을 제외한 9명이 모두 대학병원 교수와 수련병원 원장이다. 교수들에게 유리한 의결구조로 전공의 폭행 등 전공의 법 위반 교수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겠느냐. 위원 13명 중 전공의가 겨우 2명밖에 없다. 그게 민주적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전공의법 위반 지도전문의나 수련병원 처벌을 2명의 전공의 구조로 부족하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전공의 위원은 여전히 2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여전히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 구성을 법에 명시하여, 전공의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령
 제7조(위원회의 구성) ① 위원회의 위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성별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개정 2019. 7. 16.>
1. 법 제15조제3항제1호에 따른 사람: 1명 (대한의사협회)
2. 법 제15조제3항제2호에 따른 사람: 3명 (대한병원협회)
3. 법 제15조제3항제3호에 따른 사람: 2명 (대한전공의협의회)
4. 법 제15조제3항제4호에 따른 사람: 3명 (대한의학회)
5. 법 제15조제3항제5호에 따른 사람: 1명 (보건복지부)
6. 법 제15조제3항제6호에 따른 사람: 3명 (전문가) > 2024년 10월 8일 : 5명으로 개정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명단 (2024년 8월 기준)
위원장
- 유희철 전북대학교병원 병원장 (대한병원협회)

위원
- 윤을식 고려대학교의료원 의료원장 (대한병원협회)
- 정융기 울산대학교병원 병원장 (대한병원협회)
- 임인석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명예원장 (대한의사협회)
- 오승준 경희대학교병원 교수 (대한의학회)
- 박용범 세브란스병원 교수 (대한의학회)
- 도경현 서울아산병원 교수 (대한의학회)
- 김영대 부산대학교병원 교수 (전문가)
- 이근미 영남대학교병원 교수 (전문가)
- 주재균 전남대학교병원 교수 (전문가)
-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 박 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대한전공의협의회)
- 방영식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과장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대한병원협회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기구로 재편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련환경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사용자 단체인 대한병원협회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사용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 단 위원장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으로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들의 명단, 회의록 제출을 요청하였으나 묵살당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정부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독단적 정책 결정을 방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23년, 정부는 현장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수도권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을 재조정하려 했다.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뿐 아니라 각 전문 학회 수련이사들까지 나서 반대 의견을 피력하였다.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했던 것이다, 단계적 시행 등의 대안을 제시하였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했다. 지난 2024년 2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각 병원에 보건복지부 요청이라며 전공의 대표의 이름과 연락처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전공의 조직을 감시하거나 통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조치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정부의 독재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업무의 위탁)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법 제18조에 따라 같은 조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업무를 다음 각 호의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1. 「의료법」 제52조에 따른 의료기관 단체
2. 법 제15조제3항제4호에 따른 전공의 수련 교과 과정 내용의 조직ㆍ편성을 담당하는 의료 관련 법인
3. 그 밖에 위탁 업무 수행에 필요한 조직ㆍ인력 및 전문성 등을 갖추었다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의료 관련 기관


처벌 조항 

전공의 특별법에는 처벌 조항이 사실상 전무하다. 근로기준법만 놓고 보더라도 법정 근로 시간 초과, 휴게 시간 미 보장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의거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며, 가산 임금 규정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전공의 특별법을 위반한 수련 병원의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다. 미국 졸업 후 교육인증위원회((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ACGME) 의 경우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수련 병원 지위 박탈과 지원 예산 삭감을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0조 법정 근로시간 초과, 제54조 휴게 시간 미 보장, 제60조 연차 휴가 미 보장, 제56조 가산 임금 규정 위반, 제70조 제74조 임산부의 보호 미준수 등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10조 처벌 조항을 준용하거나 이에 준하는 처벌 조항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109조(벌칙) ①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제51조의3, 제52조제2항제2호, 제56조, 제65조, 제72조 또는 제76조의3제6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07. 7. 27., 2017. 11. 28., 2019. 1. 15., 2021. 1. 5.>
②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제51조의3, 제52조제2항제2호 또는 제56조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개정 2007. 7. 27., 2021. 1. 5.>

제110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09. 5. 21., 2012. 2. 1., 2017. 11. 28., 2018. 3. 20., 2021. 1. 5.>

1. 제10조, 제22조제1항, 제26조, 제50조, 제51조의2제2항, 제52조제2항제1호, 제53조제1항ㆍ제2항, 같은 조 제4항 본문ㆍ제7항, 제54조, 제55조, 제59조제2항, 제60조제1항ㆍ제2항ㆍ제4항 및 제5항, 제64조제1항, 제69조, 제70조제1항ㆍ제2항, 제71조, 제74조제1항부터 제5항까지, 제75조, 제78조부터 제80조까지, 제82조, 제83조 및 제104조제2항을 위반한 자
2. 제53조제5항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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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

전공의는 주당 80시간 근무, 36시간 연속 근무, 최저 시급 수준의 임금, 임산부의 야간 근로, 전공의 교육 부재, 법적 분쟁 위험 등 부당한 근로 조건에서 수련을 받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전공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련이라는 명목하에 노동 착취가 합리화되고 있다.

더 이상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는 46.2%,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역시 30%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 해외 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 (Mayo Clinic) 10.6%, 일본 동경대학교 부속병원은 10.2%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1년간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3.3조의 추가 비용을 지출했다. 이는 전공의 노동력 착취를 통해 병원이 부당한 이익을 챙겨왔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전공의 없이도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전문의 채용을 확대하고, 수련병원의 수가를 정상화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전공의는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미래 의료를 책임질 핵심 자원이다.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병원이 전공의를 양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하며,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해 전공의의 노동 착취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 환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이제는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소모하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정당한 근로 환경과 처우를 보장하고, 충분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결국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져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전공의가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수련에 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