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어 수술 못한다고?
수술 건수 급감 이유 전공의법에서 찾는 교수들
대전협,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으로 외과수술 지연된다는 언론 보도 반박
박지현 회장, “잘 가르치는 병원과 수술을 공장처럼 많이 하는 병원은 분명 달라…환자 안전 위해 더 노력해야”
최근 전공의 수련시간 주 80시간 제한 규정으로 대학병원 외과수술이 지연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이하 대전협)는 지난 9일 동아일보의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에 수술 급감…대기 환자들 속탄다’라는 기사를 정면 반박했다.
기사 골자는 전공의법으로 전공의 수련시간이 80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전공의가 없어 외과 수술이 지연되고 환자들이 대기해야 하는 피해를 본다는 것. 일명 ‘수술 절벽’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전공의법의 내용과 서울대병원 외과 수술 건수를 단순 비교해, 마치 외과 수술 감소 이유가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인 것처럼 설명돼 있다.
박지현 회장은 “기사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럽다”라면서 “전공의의 혹독한 근무시간이 주 100~120시간에서 80시간으로 줄어들기 전, 대전협은 단 한 번도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에게 우리가 근무하던 시간을 대신하라고 한 적도 없다. 그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수련병원의 적절한 의료인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라고 반박했다.
박 회장은 “하루에 수술 동의서를 15명, 20명씩 받는 주치의, 병동에서 70, 80명의 처방과 기록을 써야 하는 주치의, 회진 돌면서 환자의 이름이나 상태도 인간적으로 파악조차 불가능했던 전공의의 삶에서 이제 교육의 질과 환자의 안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A 전공의 역시 “환자들에게 묻고 싶다. 36시간 이상 잠 못 자고 일한 전공의와 충분히 휴식한 상태로 나와 수술대에 오르는 전공의나 혹은 교수, 누구에게 수술을 받고 싶은지. 그런데도 동아일보의 기사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수술 건수가 줄어들어 환자들의 불만이 생긴 것으로 호도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3월 대전협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공의의 과로가 환자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660여 명의 전공의 중 불충분한 수면으로 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70.2%가 ‘항상 또는 자주 있다’고 답했다. ‘전혀 없다’고 응답한 전공의는 2.6%에 그쳤다. 전공의들은 “36시간 연속 수면 없이 근무했다”, “이러다 죽겠다 싶은 생각을 하며 새벽까지 일한다”, “집중력이 떨어져 무거운 수술 도구를 나르다 다쳤다”, “환자를 착각해 다른 환자에게 검사하거나 투약할 뻔한 적이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대전협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수술 공장처럼 이뤄지는 시스템에서 인간적이지 못한 근무환경의 주치의와 집도의가 수술을 진행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그리고 과연 전공의의 삶과 인권을 갈아 넣어서 하루에 수십 개씩 수술하던 시절이 옳은 것인지 되물었다.
외과 전공의인 박 회장은 “전공의법 시행 전후의 전공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며 수련을 받고 있다. 환자 안전과 제대로 된 교육 그리고 전공의의 인간적인 삶을 유지를 위해서 전공의법은 지켜져야 하며, 서울대병원 외과의 주장이 마치 모든 수련병원 외과의 생각으로 오해할까 봐 염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외과 전공의가 수술방에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외과 전공의 대신 간호사가 수술방에서 환자의 배를 열고 닫는다는 얘기다.
서울 소재 B 수련병원 전공의는 “그저 수술이 좋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개인적 희생을 각오하고 소위 기피 과목인 외과로 진로를 결정한 젊은 의사들이다. 그런 외과 전공의가 수술방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수술방엔 간호사가 들어가고 반면 전공의는 수술방 밖에서 각종 잡일에 시달리며 발을 동동 구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를 제대로 가르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값싼 인력으로만 치부하는 병원, 전공의가 없어서 수술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주장하는 교수들을 보며, 오늘도 우리 전공의들은 비참하고 처절하다”고 토로했다.
대전협은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지금까지 끌고 온 모든 이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다 보니 결국 불법 의료인력을 고용하며 환자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고,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환자에게 상태와 수술법을 설명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전공의법의 근무시간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의 안전이 보장되고 제대로 된 시스템 내에서 교육받아야 수련병원의 수많은 환자의 안전 또한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권 C 수련병원 전공의는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되뇌며 현재의 전공의들을 탓하는 교수들은 전공의법을 운운하며 전공의를 탓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올바르게 수련받을 수 있도록 적극 응원해야 하며, 후배 의사들이 아닌 정부에게 잘못된 시스템을 지적하고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전공의 없어 수술 못한다고?
수술 건수 급감 이유 전공의법에서 찾는 교수들
대전협,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으로 외과수술 지연된다는 언론 보도 반박
박지현 회장, “잘 가르치는 병원과 수술을 공장처럼 많이 하는 병원은 분명 달라…환자 안전 위해 더 노력해야”
최근 전공의 수련시간 주 80시간 제한 규정으로 대학병원 외과수술이 지연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이하 대전협)는 지난 9일 동아일보의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에 수술 급감…대기 환자들 속탄다’라는 기사를 정면 반박했다.
기사 골자는 전공의법으로 전공의 수련시간이 80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전공의가 없어 외과 수술이 지연되고 환자들이 대기해야 하는 피해를 본다는 것. 일명 ‘수술 절벽’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전공의법의 내용과 서울대병원 외과 수술 건수를 단순 비교해, 마치 외과 수술 감소 이유가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인 것처럼 설명돼 있다.
박지현 회장은 “기사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럽다”라면서 “전공의의 혹독한 근무시간이 주 100~120시간에서 80시간으로 줄어들기 전, 대전협은 단 한 번도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에게 우리가 근무하던 시간을 대신하라고 한 적도 없다. 그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수련병원의 적절한 의료인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라고 반박했다.
박 회장은 “하루에 수술 동의서를 15명, 20명씩 받는 주치의, 병동에서 70, 80명의 처방과 기록을 써야 하는 주치의, 회진 돌면서 환자의 이름이나 상태도 인간적으로 파악조차 불가능했던 전공의의 삶에서 이제 교육의 질과 환자의 안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A 전공의 역시 “환자들에게 묻고 싶다. 36시간 이상 잠 못 자고 일한 전공의와 충분히 휴식한 상태로 나와 수술대에 오르는 전공의나 혹은 교수, 누구에게 수술을 받고 싶은지. 그런데도 동아일보의 기사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수술 건수가 줄어들어 환자들의 불만이 생긴 것으로 호도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3월 대전협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공의의 과로가 환자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660여 명의 전공의 중 불충분한 수면으로 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70.2%가 ‘항상 또는 자주 있다’고 답했다. ‘전혀 없다’고 응답한 전공의는 2.6%에 그쳤다. 전공의들은 “36시간 연속 수면 없이 근무했다”, “이러다 죽겠다 싶은 생각을 하며 새벽까지 일한다”, “집중력이 떨어져 무거운 수술 도구를 나르다 다쳤다”, “환자를 착각해 다른 환자에게 검사하거나 투약할 뻔한 적이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대전협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수술 공장처럼 이뤄지는 시스템에서 인간적이지 못한 근무환경의 주치의와 집도의가 수술을 진행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그리고 과연 전공의의 삶과 인권을 갈아 넣어서 하루에 수십 개씩 수술하던 시절이 옳은 것인지 되물었다.
외과 전공의인 박 회장은 “전공의법 시행 전후의 전공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며 수련을 받고 있다. 환자 안전과 제대로 된 교육 그리고 전공의의 인간적인 삶을 유지를 위해서 전공의법은 지켜져야 하며, 서울대병원 외과의 주장이 마치 모든 수련병원 외과의 생각으로 오해할까 봐 염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외과 전공의가 수술방에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외과 전공의 대신 간호사가 수술방에서 환자의 배를 열고 닫는다는 얘기다.
서울 소재 B 수련병원 전공의는 “그저 수술이 좋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개인적 희생을 각오하고 소위 기피 과목인 외과로 진로를 결정한 젊은 의사들이다. 그런 외과 전공의가 수술방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수술방엔 간호사가 들어가고 반면 전공의는 수술방 밖에서 각종 잡일에 시달리며 발을 동동 구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를 제대로 가르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값싼 인력으로만 치부하는 병원, 전공의가 없어서 수술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주장하는 교수들을 보며, 오늘도 우리 전공의들은 비참하고 처절하다”고 토로했다.
대전협은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지금까지 끌고 온 모든 이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다 보니 결국 불법 의료인력을 고용하며 환자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고,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환자에게 상태와 수술법을 설명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전공의법의 근무시간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의 안전이 보장되고 제대로 된 시스템 내에서 교육받아야 수련병원의 수많은 환자의 안전 또한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권 C 수련병원 전공의는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되뇌며 현재의 전공의들을 탓하는 교수들은 전공의법을 운운하며 전공의를 탓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올바르게 수련받을 수 있도록 적극 응원해야 하며, 후배 의사들이 아닌 정부에게 잘못된 시스템을 지적하고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