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공공의대 설계비 증액 편성에 대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성명서

2020-12-04


공공의대 설계비 증액 편성에 대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성명서


2020년 12월 2일, 국회는 원안인 2억 3천만원에서 11억 8500만원으로 증액된 2021년 공공의대 설계비 관련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기존의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5배가 넘는 규모이다. 예산안 통과 직후 국회는 2020년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의 합의 취지를 존중한다는 궁색한 부대의견을 추가했다. 반면 90조원에 이르는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비심사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지 못했다.


의료 공공성 및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공의대 신설은 실효성이 없는 의료정책이다. 해외 각국의 수많은 실패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법률안대로 공공의대가 설립되는 경우 입학 절차와 과정이 불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드러난 바 있다. 지금도 이미 군 위탁교육제도, 지방의료원 제도 등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의료인을 의료취약지역에 강제적으로 지정하는 제도로서는 본질적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확인된 바 있다.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는 국가의 보건의료정책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료인의 식견과 다양한 계층의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결과적으로 건설적인 방향성을 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대 관련 정책은 지역구를 의식한 국회의원의 선심성 공약 및 지역 정치 논리에 따라 날치기 식으로 결정되고 있다. 이는 협의를 바탕으로 한 정의로운 민주주의를 내세웠던 현 정부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처사다.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9월 4일 극적으로 타결했던 합의문은 그 약속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져야 할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이 권력으로 오염되고 훼손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각해지고 있어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엄중한 시기에 정치인들은 국민과 의료진이 코로나19의 위협에 전력대응하고 있는 틈을 타 사리사욕을 급하게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와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 이와 같은 국회의 태도는 신뢰와 협력, 그리고 대화를 통한 협치로 나아갈 수 있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것이고, 국회와 정부의 약속이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깨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국회가 기존의 합의를 무시하고 공공의대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면 언제든지 거대여당의 지위를 이용하여 공공의대 관련 법률도 얼마든지 날치기 통과시키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여름, 젊은 의사들과 예비 의사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바랐기 때문이다. 공공의대를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전문가에 대해 객관적 평가 기준인 적성과 노력에 따라 선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혀 객관적일 수 없는 주관적인 인맥과 추천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임을 알고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 불균형이라는 문제가 민관이 협력하여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자격 취득의 특혜와 특례를 위한 명분으로 둔갑되었기 때문이다. 필수의료와 생명을 존중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신념이 금전과 효율로만 계산되는 작태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의 공공의대 설계비 증액 편성 및 예산안 통과를 통해서 국회가 언제든지 국민과의 약속을 깨뜨릴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내고 있고, 스스로 자정할 수 없는 밀실야합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국 1만6000명 전공의를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다수의 권위로 정의로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한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위중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 이 순간도 환자의 곁을 지키고 있는 전공의와 의료진을 기만하는 행위를 중단하길 촉구한다.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전공의와 의료진의 노력을 무시하는 독선적 태도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다. 독단에 의한 권위로 편성된 예산안이 합의된 절차를 무시하는 형태로는 절대 사용될 수 없도록 할 것이다.


2020년 12월 4일

대한전공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