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전문 220804] 대한민국 필수 의료체계 붕괴 위기 대책 촉구

2022-08-04



"돈보다 생명을"

대한민국 필수 의료체계 붕괴 위기, 대책 촉구 기자회견

 

 


안녕하십니까,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4년차 전공의로 일하고 있는 여한솔입니다.

 

코로나19 감염병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의료기관이 마비되었던 2021년 겨울을 기억합니다.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을 위해 절차적, 재정적 문제 때문에 지연되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언론을 통해 이야기하고, 이를 하루빨리 극복하고자 하는 대책 마련을 위해 전공의들을 대표하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코로나 감염병 사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10만 명이 넘는 확진 환자들이 다시 쏟아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한 번의 곤욕을 치렀기에 다시는 지난겨울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은 이 코로나 감염 사태를 지적하려고 나온 것은 아닙니다. 전공의협의회장 임기를 한 달도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수십 년간 좀처럼 바뀌지 않는, 조용히 찾아오는 대한민국의 거대한 재앙이 될 필수 의료체계의 붕괴에 대한 심각성을 모두에게 알리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 할애해 주셔서 저의 목소리를 담아 주시기 위해 와주신 여기 계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며 시작합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모 병원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습니다,협회의 주인인 회원이 죽었는데, 간호협회는 문제의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탐구를 하지 않고, '의사의 수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다' 라며 단체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 챙기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단체처럼 그분의 죽음을 욕되게 하는 우를 혹여 범하게 될까 우려스러워, 이 자리에 나오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수많은 고민 끝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몇 개월 전 뇌출혈로 쓰러진 세브란스 중환자 전담의 송주한 교수님이 얼마 전 힘든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먼저 누구보다 가장 슬픔을 온몸으로 느끼실 교수님의 가족들, 그리고 중환자들을 지키기 위해 슬퍼할 틈도 없이 환자들을 위해 지금에도 매진하고 있을 당신의 동료 의료진의 상한 마음을 위해 기도하고 이 회견문을 시작합니다.

 

송주한 교수님은 호흡기내과 폐 이식 환자와 에크모를 전담하면서 중환자실과 응급실부터 병동과 외래까지 전천 후로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유명한 분이셨습니다. 응급실이든 병동이든 상태가 안 좋아진 환자가 있으면 슈퍼맨처럼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붙여진 별명이 '송내과'였다고 합니다. 특별한 날 이외에는 집에 거의 들어가지 않고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셨습니다. 하루 3시간 이상 자는 날이 없을 정도로 무리하고 계셨지만 늘 환자를 먼저 생각하시던 분이, 힘든 세상을 등지고 떠나셨습니다. 앞서 유명을 달리한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교수님에 이어 송주한 교수님까지, 더는 의료진이 버티기 힘들어졌습니다. 더 많은 참극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의료전달체계 시스템의 붕괴로 불과 10~20여 년 전에 비해 수십 배의 환자들이 수련병원, 종합병원으로 몰아닥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 하기 위해 병원들은 그 원인을 알면서도 이를 지적하기보다는, 이를 꾸역꾸역 해결해 내기 위해 거대한 병원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생의 신분인 전공의들은 예전처럼 가르침을 받기엔 턱없이 시간이 모자라졌고, 몰려드는 환자를 거부할 수 없어 꾸역꾸역 이를 소화해내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그 전공의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자 선진국 제도 중 그럴싸한 이름만 들고 와 대한민국 직역 상 존재하지 않는 PA 제도를 끌어왔습니다. 선진국의 PA 제도는 의사를 보조하여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세심한 제도 설계 이후에 도입된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부족해진 전공의 인력을 돌려막기 위해 졸속으로 도입되었고, 이렇게 적절한 제도 설계와 인력 양성에 대한 고려 없이 도입된 제도는 불법 의료인력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형적인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피부로 겪고 있는 우리 전공의들은 이제 너무나도 지쳐버렸습니다.

 

우리 젊은의사들은 바보가 아니기에 더 이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과를 지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임산부가 마음 편하게 출산을 맡길 수 있는 산과 의사는 큰 도시가 아니면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불가항력적인 분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산부인과 의사는 무과실에도 불구하고 보상금액의 30%를 의무 지급하도록 하는 의료분쟁 특례법이 정해져 있습니다.정부는 안전한 출산을 위한 정책 지원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산부인과를 지망하는 전공의들이 보기에는 그러한 정책들은 허울 뿐이고, 너무나도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어서 산부인과를 전공하고, 의사로서 남은 삶을 산부인과 의사로서 살아가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산부인과 의사로 꿈을 갖는 이들이 꿈을 포기하고 몸 마음 편한 다른 과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산부인과 전공 지원율은 3년 연속 정원 대비 75%를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도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검사와 처치는 한정적입니다. 다른 과처럼 비급여 항목도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수입은 국가가 정한 의료수가에 의존할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조한 대한민국의 출산율로 인해 소아 자체의 수가 감소하였고, 이에 따라 환자 수도 필연적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악재가 겹쳐 코로나 사태가 직격탄이 되었고 결국 의원, 종합병원 가릴 것 없이 소아 환자 수가 의료기관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감소하였습니다. 전망은 더욱 암울하고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기에, 전공의들은 이 뻔한 상황을 너무 명료하게 잘 알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는 3년 전까지 88%의 지원율을 유지하였으나 2022년 기준 23%의 지원율로 추락하였습니다.

 

외과 계열 의사가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을 발휘할 만한 일자리가 없어 어쩔수 없이 메스를 바닥에 내던지고, 천신만고 끝에 취득한 전문성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며 피부미용의 개원가로 떠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탓에, 가까스로 그러한 일자리에 취직하는 이들도 혹독한 당직 일정과 가혹한 근무 시간으로 갈려지고 있습니다. 의사도 사람이고, 노화를 겪습니다. 전문성을 발휘할 일자리를 챙취하는데 실패한 대다수의 전문의들과, 가까스로 전문성을 쟁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체력 저하를 견디다 못한 대다수의 외과 계열 전문의들은 전문성을 포기하고 개원가, 요양병원, 한병병원으로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일반외과는 3년 전에도 70%의 지원율에서 2022년 현재 62%에 불과합니다.

 

심장과 폐 수술을 담당하는 흉부외과의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열악한 근로환경과 턱없이 낮은 보상으로 책정된 수가 때문에 지난 10년간 전문의 배출은 연평균 24명에 불과합니다. 선천성 심장병 수술이 가능한 소아 흉부외과의사는 전국에 20여 명 남짓합니다. 이미 이쪽은 멸종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흉부외과의 전공의 지원율은 2022년 31%입니다.

 

의학의 꽃이라 불리는 내과는 그나마 전공의의 수는 어떻게든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도 상황은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수년간의 트레이닝 기간에는 중환자실에서, 그리고 응급실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지만, 막상 전문의를 취득하고 나면 그런 자리에 취직하여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기회는 주어지지도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개원가에서 가벼운 감기나 배탈을 진료하는 전문의들은 모두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던 의사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자리도 가지 못한, 한때 사람을 살리던 내과 의사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건강검진센터에서 불합리하게 책정된 수가를 감내하며 기계처럼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그나마도 술기 중 불가피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천 수억의 소송에 허덕이며 보호자들에게 멱살이나 잡히는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게 되어 동료 전공의의 업무가 가중되고, 지원율을 모두 만족하게 해도 밀려드는 환자들을 현 제도로는 돌려보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가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입니다. 현재 전문의를 고용하는데 필요한 인건비의 47%만이 국가를 통해 보조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금액은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손해를 감수하며 이들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의료계 선배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오늘날 선진국을 뛰어넘는 의료 공급체계를 대한민국은 확립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국가적 지원에 곳곳에서 구멍이 만들어져 물이 새고 있고, 결국은 앞서 말씀드렸던 몸이 갈리면서도 중환자들 치료하기에 바빴던 의료진이 목숨을 잃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급가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기피과 지원율의 추락'을 우리는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러 과를 언급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든 비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환자 생사를 다루는 이른바 바이털과의 지원율은 지속해서 낮아질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 문제점을 알면서도 병원들은 교묘히 피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폭증하고 있는 환자 수에 대비하여 터무니없는 수가에 의사 인력을 고용할 수 없기에, 이를 해결하고자 각 수련병원은 값싼 인력, 즉 이른바 PA 들을 무분별하게 늘려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의사 대신 값싼 인력을 고용해 병원의 이익들을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값싼 인력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답은 하나 즉. '어쩔 수 없는 기형적인 수가 문제' 때문입니다.

 

몇 백 걸음 양보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와 협회가 주도하여 필수 의료협의체를 여러 많은 논의가 오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피부 상으로 느끼기에 근본적인 부분들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젊은 의사들이 왜 기피과에 지원 하지 않는지 아직도 이유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 알고 있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들어 그 이유를 애써 감추려고 합니다. 전체 인력은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필수 의료분야 확대와 근무 환경 및 일자리 확충이 그 답이 되어야 함에도,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필수 의료와 관련된 지원은 여전히 턱없이 모자랍니다.


우리 전공의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를 하고 싶어도, 맞닥뜨린 현실은 참혹하기 그지없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그들처럼 갈려지기 전에 현명하게 다른 과를하거나 혹은 본연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탈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형적인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답을 알고도 , 언론은 본질을 흐렸고 국민을 선동하는 일부 위선자들이 대한민국에는 존재합니다. 막중한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수련을 버텨낸, 그리고 앞으로도 중환자를 살려낼 수 있었을 그 의사들을,소아심장질환도 치료할 수 있는 흉부외과 의사들을 하지정맥 클리닉으로 내몰았습니다. 뇌출혈도 치료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들을 허리아프면 MRI 찍는 척추통증 클리닉으로 내몰았습니다. 칼을 잡아야 할 외과 의사들을 요양병원 한방병원으로 내몰았습니다. 십수년이 넘는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이들을 미용클리닉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바이탈을 다루며 밤잠 설쳐가며 대우도 대접도 받지 못하는 곳 보다는 더 행복하게,더 편하게 살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난 이들을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의들보다 미용만 하는 일반의가 돈을 더 벌고 더 행복하고 더 편한 세상을 설계한 사람들이 비난 받아야 합니다.


인력, 기구, 병실등 재원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민간에 맡기고 강요하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비극은 더욱더 명확히 드러날 것입니다.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문구를 저는 너무도 좋아합니다. 이 캐치프레이즈처럼 이렇게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려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왜 우리는 돈보다 생명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 중요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돈을 기꺼이 사용하겠다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까. '나는 아니겠지, 내 가족은 저들이 소리치고있는 대상인 중환자가 되지 않을 거야'라는 섣부른 판단 때문일까요, 아니면 타인의 죽을 만큼 극심한 고통에 치유할 의사가 없다는 현실보다 나의 건강보험료가 10% 상승하는 것이 더 마음 아프다는 얄팍한 이기주의 때문일까요.

 

바이털을 다루는 의사들을 향해 오죽하면 의사 사회에서도 선배의사들은 '아직도 바이털 과를 가려고 하는 멍청한 의사들이 있느냐'며 농담 반 진담 반 꾸짖습니다. 물론 바이털 과를 택한 이의 잘못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이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장본인이기에 국가가 이들을 책임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당신의 순수한 열정만으로는 버티기엔 인력 재원 등 사회적 뒷받침이 전혀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 열정으로 버티다가 번아웃되어 떠나 버리고 이제는 지원조차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생사를 넘나들며 꺼져가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료 최전선에 남아있는 의료진이 지탱할 수 있는 버팀목을 마련해 주십시오.

 

꼭 돈 이야기만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모든 환자가 종합병원 혹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려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한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을 보자면, 항상 해오듯 똑같은 패턴으로 지난 정부의 의료정책을 그대로 이어온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 의료계의 앞날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고령인구의 폭발적인 의료이용증과, 저성장시대로 빠져들면서 '의료취약지', '지방 의료의 현실'이라는 헤드라인 기사들을 이젠 그리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공의들의 입장에서 지난 십수 년 전에 비해서, 오늘날 수련병원으로 밀려오는 환자들의 수 자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지방에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올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되고, 지역 유수의 수련병원, 종합병원과 서울 등 수도권의 의료수준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국민의 인식은 '무조건 큰 병원으로, 무조건 서울로'가 자리매김해버렸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의료정책은 이러한 추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였습니다. 상식적으로 1, 2차 병·의원에서는 경증과 만성환자 중심으로 환자 관리를 하고, 3차 병원에서는 응급한 경우, 중환자 위주의 치료를 맡는 것이 국민건강권도 보장할뿐더러, 국민의 의료접근성까지 효율적으로 끌어올릴수 있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간 대한민국의 의료정책은 풍부한 의료인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수가로 필수 의료의 측면을 홀대했고, 미용과 성형 등 비급여 진료가 난무하는 왜곡된 의료시장을 형성하는 데 일조하였습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는 단추가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모기에 물렸다며 119로 신고하고 대학병원에 피부과 당직이 있으니 이리로 데려왔다고 말합니다. 심정지 환자의 리듬이 돌아온 이후로 환자가 생과 사의 갈림길을 왔다 갔다 하는 사이 모든 의료진이 투입된 상황에서 본인의 새끼손가락이 1cm 찢어졌다고 빨리 꿰매주지 않는다며 응급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듭니다.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오는 데에 응급의료 관리료 몇만 원을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문턱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학병원의 3분 진료가 문제라고 합니다. 3분 진료만으로 충분한 경환들을 상급종합병원에 몰리게 한 근본적인 원인이 단순히 의사와 의료기관에만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책입안자들의 억지이자 왜곡입니다.

 

지역 간의 의료격차가 심각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정말로 지방에 인력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기형적인 시스템을 통해 모든 환자가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게끔 한 책임은 왜 누구도 지지 많은 것입니까. 그만큼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지방병원에 정부는 손해를 감수하고서 투자하고 있ᄋᅠᆻ습니까. 이 급격한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했던 수많은 필요악이 마치 의사들이 만든 단순 '악'이라 규정하며 의료인들을 돈 벌기에 혈안이 된 미친 인간들로 언론들은 포장하지 않았었습니까. 그리고 이때다 싶어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정원을 늘리면 해결된다, 자신이 속한 지역구에 의대를 만들어 해결할 수 있다고 국민을 호도하는 대한민국 현 정치인들의 위선적인 모습은 왜 그렇게 잘도 포장되는 것입니까.

 

의료인들조차도 알지 못했던 코로나 감염 질환에 대한민국 사회가 공포에 떨었던 때를 기억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진의 노력은 말할 것도 없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노력과 재정을 담당하는 기관의 협조하에 이 재난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수조 원이 투입되었고 많은 환자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삶을 택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코로나 감염병 사태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돈보다 생명이 중요한 것이기에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 국민의 생사를 책임질 수 있는 의료현장에 아낌없이 지원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더 이상 의료진이 열악한 현장에 갈려지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너무 힘듭니다. 젊은 의사들이 희망을 갖고 소신껏 과를 선택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십시오. 필수 과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대우와 처우의 개선을 해주십시오. 의료계는 항상 돈 문제, 의료전달체계 문제만 되뇐다고 핀잔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기에 이를 개선해달라고 다시 한 번 간곡히 요구합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강민구 선생님께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전협 강민구 부회장) 의료진이 격무에 시달리면서 환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저는 다시는 없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자꾸만 환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는 것은 무언가 정책과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 외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임상의학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고 하는데 정책과 제도가 같은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랐으면 왜 이렇게 의사들이 해마다 돌아가시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임상의학 자체에 문제가 있어 지금 의료계가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제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의료계도 더욱 더 잘 알아야합니다.

 

과로로 고생하고 있는 의사들, 특히 중환자 의료나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굉장한 자기 희생을 해가면서 환자들을 살리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충분히 보상하지 않는 의료, 현장 최일선에서 활약하는 전공의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지 않는 젊은 세대를 갈아넣는 의료는 이제는 그만두어야 됩니다. 이런 의료가 설사 다수에게 혜택을 준다 하더라도 소수의 인권을 짓밟아가면서 유지되는 체계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불을 향해 가는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충분한 재원을 활용하지 않는 80년대 수준의 수련 환경 및 의사들의 근무 환경은 개선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 개인의 열정에만 의존하는 우리의 의료 현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사안에서만 OECD 통계를 내고, 특정 사안에만 인권을 얘기하면서 바닥 수준인 현장의 의료 환경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저출생 고령화의 이유로 재정 절감에 목적을 두어 업무에 따른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런 현실은 또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가까워지는 대한민국에서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요구안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단기적으로 수련병원, 대학병원 내 전문의 채용을 위한 수가 및 예산 확대가 시급합니다. 교수, 입원전담전문의, 촉탁의 등 확대가 필요합니다.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수련비용 지원도 필요합니다. 주요 선진국은 졸업 후 모두 공적 재원을 활용하여 전공의 수련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의료비 지출 비중은 GDP 대비 8% 내외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36시간 연속 근무 시 24시간 이후 추가 12시간에 대해서는 당직으로 인정하여 당직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주당 88시간 가까이 일하는 의료진 급여 및 수당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 1차, 2차, 3차 의료기관 간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민 1인당 의사 외래 진료 횟수 연간 17.2회로, OECD 평균 6.8회에 비하여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환자 1인당 평균재원일수도 18.0일로, OECD 평균 8.0일에 비해 두 배 이상 깁니다. 이 수치는 OECD 국가 중 두 번째입니다. 급성기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머문 평균 기간은 7.3일로 OECD 평균 6.5일을 상회합니다.

 

간단한 질병은 가까운 의원을 이용하고,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 병원/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하는 허들이 절실합니다. 보건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중증종합병원에 대한 환자 쏠림 현상을 막아야 의료기관 간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효율적인 운영이 보험재정의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덤입니다. 일정 지역 내에서 수준이 다른 의료기관끼리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을 수행하면서 국민들이 체계적으로 의료를 이용하며 의료시설과 인력의 활용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대학병원과 국회, 보건복지부, 의사협회 또 다양한 유관 단체들을 상대하면서 36시간 연속 근무 제도나 기존의 전공의 수련 환경 보상 체계 이런 것들의 문제점에 대해 낱낱이 밝히겠습니다.

 

책임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라면 이런 부분, 즉 젊은 의사들의 고충과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고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재고하고 적절한 수준의 근무 강도와 적절한 수준의 보상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의견과 현실의 문제 의식을 반영하여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변화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