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KOREAN INTERN RESIDENT ASSOCIATION

[입장문] 수술실 CCTV, 현실은 의학드라마가 아닙니다.

2021-06-18



수술실 CCTV, 현실은 의학드라마가 아닙니다.

 

 

최근 수술실 CCTV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한창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일부 무자격자에 의한 수술 진행과 안타깝게 발생한 여러 의료 사고 등 수술실 CCTV 설치 논의를 촉발시킨 일련의 사태들에 뼈저리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다만, 대학병원을 비롯한 전공의 수련 환경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우려 사항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전공의로서 수술실 CCTV 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전공의들의 수술 참여마저 무자격자에 의한 것으로 곡해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임산부 분만 과정 참여를 거부당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의학교육이 처해있는 작금의 현실이기에, 수술실 CCTV라는 또다른 규제는 전공의들의 수술 참여 자체를 제한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곧,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로서 갖추어야 할 숙련도 저하로 이어져 수술을 다루는 필수의료가 더욱 소외받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수술실이라는 공간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신성한 곳이기도 하지만, 집도의에게는 업무 공간이기도 합니다.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한 긍정적인 면을 고려하더라도, 근로자의 업무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는 정의롭지 않으며 근로기준법 상 근로감시는 법률적으로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사에게 있어 이러한 과잉 규제 법안은 의료진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영상정보에 대한 해킹의 위험성 및 유출로 인한 환자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습니다. 실례로 2014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촬영된 수술 전 나체 사진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렇듯 병.의원이 수술실 영상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치는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더욱이 사회적 터부의 공간이었던 수술실 영상 유출로 인한 파장은 화장실 몰카를 능가할 것이며, 향후 수술실 영상이 어떤 방식으로 악용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해당 입법을 강행하기에 앞서, 수술실 CCTV 설치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다른 수단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먼저 필요해 보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검증되지 않은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및 이로 인한 의료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 [*수술실 장비 블랙박스] 도입 및 설치

- 수술기록부 및 수술실 출입 기록 등에 대한 관계 당국의 관리 감독 강화

- 수술실 출입 시, 의료진의 생체정보 인식 등을 통한 비의료인의 출입 통제

 

대학병원을 내원하시는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분들께서는 무거운 근심을 안고 오십니다. 하지만 유수의 의료진이 질병을 반드시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도 함께 갖고 오실 것 입니다. 의료진은 항상 ‘의사의 스승은 환자’라는 가르침을 따르며 환자분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치료에 임합니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수술실 장비 블랙박스]: 캐나다 토론토 성미카엘병원에서 고안한 것으로, 의료진 간 대화를 포함해 수술 기구의 움직임, 환자 혈압, 체온, 심박동수 등을 기록하는 장치

 

 

 

2021년 06월 18일

대한전공의협의회